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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에 하나씩 담아서 먹으면 금새 허기가 사라진다.
 종이컵에 하나씩 담아서 먹으면 금새 허기가 사라진다.
ⓒ 종합격투기 선수 송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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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방에서 인쇄 디자인에 관한 일을 한다. 책자, 전단 등 두루두루 여러 품목을 다루고 있는데 그래선지 주요 고객 중 하나인 요식업에 관한 분 혹은 음식 자체에 관심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 겨울이었다. 종종 가는 거래처 바로 옆으로 호떡 가게가 하나 생겼다. 일할 때는 유독 일에만 집중하는 성격이라 평소에는 무심하게 지나다녔는데 어느날 점심도 거르고 너무 배가 고파서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때서야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호떡 가게 입구에 써 있는 문구였다.

'부산 명물 씨앗 호떡'

'뭐지?' 신기한 마음에 몇 개 포장을 부탁 드렸고 그런 나에게 주인 아주머니가 익숙한 경상도 사투리로 설명을 해주셨다.

"총각은 씨앗 호떡도 모르나봐. 이게 부산에서는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명물인기라. 한 번 잡숫고나면 다른 호떡은 그 다음부터 생각도 안 날걸. 피자, 토스트, 핫도그 그런 것들 다 필요없다카이."

아쉽게도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그저 조금 달지 않은 호떡 맛 그뿐이었다. 가끔 씹히는 견과류가 인상적일 뿐이었다. 서너 번 지인들에게 사다줬지만 반응들은 그저 그랬다. 결국 아쉽게도 아주머니는 두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 홍보도 잘 되지 않았을 뿐더러 맛을 본 손님들의 반응이 뜨뜻 미지근했기 때문이다. 근데 그 아주머니의 말 중 기억이 나는 한 마디가 있었다.

"원래 이 맛이 완전 진짜는 아냐. 내가 배운지가 얼마 안 되서 제대로 맛을 못내. 더군다나 일반 호떡보다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여기 사람들은 그걸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호떡 피도 얇게 했다고. 실제로는 훨씬 두꺼워."

진짜 씨앗 호떡이라,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것 하나 먹으려고 경상도까지 날아갈 수는 없었다. 그럼 이쯤에서 잠깐! 도대체 씨앗 호떡이란 무엇인가? 타 지역 사람들에게 생소한 씨앗 호떡은 부산 남포동 거리에서 처음 시작돼 유명해졌다고 한다. 이후 서면, 해운대 같은 상업 지구로 점차 퍼져나갔으며 부산을 대표하는 토속 음식이 됐다.

호떡의 크기는 지름이 약 9~10cm가량 되고 견과류 내용물이 알차기 때문에 간식으로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용되는 견과류는 건포도, 해바라기 씨, 아몬드, 호박씨, 땅콩 등으로 되어 있다. 어쨌든 막연하게나마 부산에 가게 되면 진짜 씨앗 호떡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씨앗호떡'은 시냇물처럼 흐르는 기름에 담구듯 굽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씨앗호떡'은 시냇물처럼 흐르는 기름에 담구듯 굽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종합격투기 선수 송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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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씨앗 호떡을 맛보다

그러던 중 주말에 부산을 갈 일이 생겼다. 일적인 부분이 섞여있었지만, 평소 좋아하던 스타 분을 만나러 가는 길인지라 좀 처럼 김제를 떠나지 않는 나임에도 큰 마음먹고 장거리 나들이에 나섰다.

"부산을 오셨으면 길거리 음식을 안 먹고 지나치면 허전합니다."

부산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분은 국제시장 먹자골목으로 날 안내했고 모처럼 신기한 구경을 했다. 내가 사는 김제는 인구가 매우 적은 관계로 밤 8시만 되면 대부분 시내가 조용해진다. 주말에도 사람들이 붐비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마트에서 할인 행사같은 것 정도를 해야 아침부터 줄 서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대도시 부산의 명소답게 국제시장은 수 많은 인파로 우글거렸다. 지나 다니는 자체가 재미있었다. 사람들에 쓸려 다니며 여기 저기 구경하는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부산에 온 소득은 충분할 정도였다. 그렇다. 외로운 총각은 사람들이 그리웠다. 쿨럭.

국제시장은 명성대로 길거리 음식의 천국이었다. 엄청난 규모답게 메뉴의 양도 대단했지만 무엇보다 전라도에서 올라온 내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음식들이 대부분이었던지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서울 등의 먹자골목 음식들은 한 번씩 구경하거나 맛본 것이 많았는데 부산의 길거리 음식들은 그야말로 신기한 것 일색이었다.

김제에서도 본 것 같은 음식은 꼬치 어묵 하나 정도였다. 나머지는 다 낯설었다. 떡볶이는 평소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빨갛고 매웠으며 떡과 닭고기를 같이 넣고 끓인 꼬치는 "이곳이 티베트인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비주얼이 마치 양고기 같았다.

팥빙수도 일반적으로 보던 것과 달랐고 단팥죽에는 무려 인절미가 들어가 있었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식사 대용으로 사랑받는 충무 김밥 역시 신선했다. 충무 김밥은 크기별로 달랐는데 사람 손가락만한 크기의 충무 김밥에 오징어 무침, 부추 무침, 크게 썰은 깍두기, 오뎅 볶음 등이 반찬으로 따라 나왔다.

하지만 충무 김밥만큼은 김제나 전라도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원래 오랜 옛날부터 먹거리가 풍성한 고장답게 백반을 먹어도 상당한 가짓 수의 반찬과 국이 따라붙는 게 당연한 문화인지라 충무김밥과 반찬들을 보면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많은 이들이 너무도 당연하다는듯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너무도 당연하다는듯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종합격투기 선수 송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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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호떡에 들어가는 다양한 견과류
 씨앗호떡에 들어가는 다양한 견과류
ⓒ 종합격투기 선수 송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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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하이라이트는 역시 '씨앗 호떡'이었다. 김제에서 어설픈 씨앗 호떡을 맛본 나는 본 고장의 진짜 씨앗 호떡은 어떨지 궁금했다. 다행히 같이 있던 분이 줄 서서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씨앗 호떡을 구해다 주셨다. 정말 끝 없이 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었는데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내 입장에서는 '그냥 다른 것을 먹거나 좀 한가한 다른 쪽으로 가서 먹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줄 서 있는 분들은 이미 그러한 상황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레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인기가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MBC <무한도전>, KBS <1박 2일>등의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고 난 후 더욱 유명세를 타게 돼 이제는 이곳에 오면 무조건 맛봐야하는 대표 음식으로 주가가 올라갔다고 한다. 워낙 장사가 잘 되는지라 이곳에서 씨앗 호떡을 굽는 분들은 어지간한 중소기업 사장 부럽지 않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확실히 김제에서 어설픈 것을 먹을 때와는 맛이 현저히 달랐다. 일단 두께에서부터 큰 차이가 났고 바삭바삭한 질감이 매우 좋았다. 배고플 때 두 개 정도 먹으면 한끼 식사로 충분할 것 같았다. 특유의 맛에 매료된 총각은 '역시 원조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손에 든 씨앗 호떡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아주 맛있었다.


태그:#씨앗호떡, #국제시장 먹자골목, #원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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