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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장곡마을 꿈의 학교 너도 개교식 장면, 사람들로 꽉 찬 강당
 시흥 장곡마을 꿈의 학교 너도 개교식 장면, 사람들로 꽉 찬 강당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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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장곡마을 꿈의 학교 <너도>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학교가 아니다. 이미 여러 해 전에 뜻있는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 놓은 '마을교육공동체'가 밑바탕이 되어 태어난 학교다. 

4년 전,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들이 모여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이들의 모임에 뜻있는 주민들이 힘을 보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동안 <장곡 타임즈>라는 마을신문을 만들어 37호나 발간했다.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독서토론·생활글쓰기 활동인 '신나는 책 놀이터 와우'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당시 7살이던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이들의 모임은 '장곡 마을학교 너도'라는 교육공동체로 성장했다. 이 공동체가 '꿈의 학교'라는 날개를 달면서 <자랑>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다시 <너도>라는 본래 이름으로 돌아와 4일 오후 2시 개교식을 했다.

본래 이름으로 다시 바꾼 이유는 '익숙한 게 역시 최고'라는 학생들을 비롯한 꿈의 학교 구성원들 의견 때문이다. 학교 이름까지도 학생들이 스스로 짓게 하겠다는 꿈의 학교 기본 철학인 '스스로 정신'을 제대로 실현한 것이다.

이재정 교육감 "학생들 꿈 스스로 이룰 수 있는 정책 펼 것"

개교식이 끝나고 진행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개교식이 끝나고 진행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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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공동체의 힘일까? 개교식은 성대했다. 잔치에서 가장 중요한 손님들이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꿈의 학교 '너도' 강당은 개교식이 끝날 때까지 '와글와글' 거렸다. 열 살도 안 돼 보이는 고만고만한 아이들 수십 명과 엄마들, 여드름 듬성듬성 거리는 청소년 수십 명, 거기에 교육청 관계자까지 모여 발을 디딜 틈도 없이 빼곡했다. 

사회자는 "어머님들, 아이들 조금만 조용히 시켜 주세요"라고 목청을 높였지만, 그 소리마저 와글와글 거리는 소리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의자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던 기자도 잠시 일어나 사진을 찍는 사이 자리를 빼앗겨 서서 취재를 해야 했다.  

이날 개교식에 유기만 경기도 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기획단 단장과 윤계숙 꿈의 학교 담당 장학관, 정순봉 시흥 교육지원청 교육장 등 교육청 관계자와 마을주민, 학생 150여 명이 참석했다. 유기만 단장은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가고 스스로 즐겁고 스스로 행복한 게 꿈의 학교"라며 "꿈이 커가는 행복한 마을학교를 만들기 바란다"라고 격려했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아이들과의 영상통화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 교육감은 꿈의 학교를 만들어 줘서 감사하다는 한 학생의 말에 "장곡마을 꿈의 학교 '너도'의 프로그램은 정말 멋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꿈을 만들고 그 꿈을 서로 나눠 멋진 꿈의 학교를 만들기 바란다"라고 화답했다. 또한, "학생들이 꿈을 스스로 이룰 수 있는 역량을 높이는 정책을 계속 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5가지 프로그램 모두 '마을'이 중심

개교식이 끝나고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개교식이 끝나고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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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교육감이 멋지다고 칭찬한 꿈의 학교 <너도>의 프로그램은 ▲영상제작 ▲ 연극 ▲ 철학 글쓰기 ▲ 마을 기록 ▲ 어린이도 마을 사람 '와우' 등 총 5가지다. 벅차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좀 무리 아닌가?' 하고 묻자 주영경 꿈의 학교 '너도' 교장은 4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이미 능력 있는 강사가 배치됐기 때문에 할 수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프로그램 내용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마을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영상 반에서 만들려는 영상물은 마을에 관한 영상물이고, 연극반에서 무대에 올리려는 작품 또한 마을의 역사와 관련한 것이다. 철학 글쓰기 반에서 주로 쓰려는 글도 마을과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6일(월요일) 첫 수업이 열린다.  

특징은 목표가 대단히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주 교장은 "보여 주기 식 사업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결과가 손에 잡히는 사업을 하고 싶다"라며 각 사업의 목표를 일일이 소개했다.

▲철학 글쓰기 반의 목표는 학생들을 <장곡 타임즈>의 학생 기자로 키우는 것이다. 주 교장은 "올 12월, 예정했던 사업을 끝날 때 <장곡 타임즈>가 중·고생 기자로 60% 채워지고 그중 한 명이 부편집장을 맡으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연극반 목표는 실제 마을 역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하는 것이다. 시흥에서 12살까지 살았던 조선 효종비 인선왕후 일대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영상 제작반 목표는 마을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일을 영상에 담는 것과 1시간짜리 인터넷 방송을 아이들이 스스로 진행하게 하는 것이고 ▲ 마을 기록반 목표는, 마을 문화지도와 생활지도, 그리고 자료집을 만들어 전 주민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도 마을 사람 '와우'는, 방과 후 아이들의 돌봄과 교육을 이웃이 함께 진행해서 사교육비를 아끼고 그러면서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강사는 모두 마을 주민... '마을교육공동체 덕!'

왼쪽부터 주영경 꿈의 학교 너도 교장,  최의심 꿈의 학교 너도 총무국장 , 김유노 시흥 유스오케스트라 지휘자(개교식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음),
 왼쪽부터 주영경 꿈의 학교 너도 교장, 최의심 꿈의 학교 너도 총무국장 , 김유노 시흥 유스오케스트라 지휘자(개교식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음),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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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는 모두 마을에서 나왔다. '마을교육공동체'가 만들어져 있던 덕에 강사 구하기가 비교적 수월했다고 한다. 마을이 힘을 모아 아이들을 기른다는 '꿈의 학교' 정신에 딱 맞는 강사진을 꾸린 것이다.

철학 글쓰기 반은 대학 학보사를 거쳐 언론인 길을 걸었던 김 교장이 직접 맡았다. 김 교장은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일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연극반은 연극배우 겸 연출가로 인천에서 직장인 연극반을 수년간 운영한 경험이 있는 홍성인 씨가, 미디어 영상 반은 김용봉 '시흥 라디오' 대표가 맡았다. 박수형 장곡 인문독서모임 '담다' 대표가 '마을 기록반' 강사로 활동한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시흥 장곡마을 꿈의 학교 <너도>의 밑바탕은 이미 4년 전에 만들어졌고, 경기도교육청이 꿈의 학교를 만들기 전에 이미 '마을학교'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다. 장곡동 주민들은 왜 주머니를 털어 마을에 이러한 학교를 세운 것일까? '학교도 있고 학원도 있고 도서관도 있는데. 

꿈의 학교 소개 글을 보면 이 궁금증이 시원하게 풀린다. '잘 살아갈 힘을 기르는 학교, 마을 주민이 자라는 곳, 평화롭게 쉴 수 있는 학교'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돼 있다. 이런 학교가 바로 꿈의 학교 <너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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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시흥 장곡마을 꿈의 학교 <너도>, #꿈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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