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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 버니 샌더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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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일흔이 넘은 무소속 의원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 경선에 출마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의 독주를 위협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3·버몬트)이 그 주인공이다. 클린턴, 부시 등 정치 명문가의 뻔한 싸움 속에서 샌더스의 인기는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지난 1일 샌더스가 위스콘신주의 주도 매디슨에서 유세 집회를 열자 1만여 명의 지지자가 모였다. CNN·NBC 등 미국 언론은 지금까지 열린 2016 대선 관련 집회로는 최대 인파라고 소개했다.

자신을 사회주의자로 부르는 샌더스는 "미국은 정치 혁명이 필요하다"며 "대형은행을 해체하고 조세제도를 개혁해 상위 극소수 부자들에게 편중된 부를 중산층과 빈곤층을 위해 재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 '오바마 케어'도 비판했다.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메디케어(노인·장애인 건강보험)를 일반 국민으로 확대해 보험업체가 아닌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단일 건강보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샌더스는 초반 판세를 좌우해 '대선 풍향계'로 통하는 뉴햄프셔주에서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31% 지지율을 기록하며 클린턴 전 장관(41%)을 10%포인트 차로 추격했다. 갈수록 깊어지는 미국의 빈부 격차와 계층 갈등이 그의 강력한 진보적 주장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샌더스의 인기는 선거 후원금을 봐도 알 수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지난 4월 공식 출마를 선언한 이후 두 달간 1500만 달러(약 168억 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같은 기간 클린턴 전 장관의 모은 후원금 4500만 달러(약 506억 원)의 3분의 1이지만 정치적 인지도를 놓고 볼 때 오히려 샌더스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더구나 거대한 모금 조직을 동원해 기업이나 부자들의 지원을 받은 클린턴 전 장관과 달리 샌더스의 후원금은 대부분 소액 후원으로 모여 의미가 남다르다. 전체 후원금의 87%가 250달러(약 28만 원) 이하의 기부로 온라인이나 티셔츠, 머그잔, 뱃지 등 기념품 판매를 통해 이뤄진 '서민형 풀뿌리 기부'다.

"나는 사회주의자"... '무소속' 샌더스의 당당함

100명(공화당 54-민주당 44)으로 이뤄진 미국 상원에서 무소속은 조셉 리버만(코네티컷)과 샌더스 둘 뿐이다. 그러나 단독 출마해 이름값을 얻거나 판도를 흐리지 않고,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민주당 경선에 출마해 당당하게 클린턴 전 장관과의 정면 대결에 나섰다.

샌더스는 시카고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하버드대학에서 잠시 교편을 잡기도 했다. 대학 시절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민권 행진에 참가하고 베트남전 반대 운동을 벌이며 정치적 신념을 갈고 닦은 그는 1981년 버몬트주 벌링턴 시장선거에 출마해 정계에 입문했다.

첫 선거에서 불과 10표 차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던 샌더스는 서민 친화적인 진보정책을 펼치며 인기를 얻으며 30년 넘도록 시장, 하원의원, 상원의원을 두루 역임하는 '무소속 신화'를 세웠다.

양당 체제가 철옹성처럼 확고한 미국 정계에서 최장수 무소속 의원으로 활약한다는 것은 무척 외로운 일이다. 하지만 샌더스는 그 덕분에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샌더스는 지난 2011년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공화당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합의한 감세연장안에 반대했다. 당시 69세의 그는 의사당 연단에 올라 장장 8시간 동안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마라톤 연설을 하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했다.

샌더스는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부자들의 세금도 깎아주는 것은 감세가 아니다"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으로 돈을 낭비하며 감세를 연장하는 것은 오히려 국가 재정과 빈부 격차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당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의장에 대한 의회 청문회에서 "월스트리트 자본의 탐욕과 불법 행위로 미국 경제가 침체했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샌더스가 말하는 극단주의란?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버니 샌더스 공식 트위터 계정 갈무리.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버니 샌더스 공식 트위터 계정 갈무리.
ⓒ 버니 샌더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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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는  대선 출사표를 던지며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제 개혁과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재분배, 인종차별 철폐, 국영 건강보험 도입, 대형 금융기관 해체, 선거 공영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인종 차별은 아직도 존재한다. 추악한 얼룩으로 미국이라는 국가를 더럽히고 있는 인종 차별을 최대한 강력한 방법으로 철폐해야 한다"

"새롭게 창출되는 부의 99%가 상위 1%에게 집중되는 것을 도덕적으로 타당하고 건강한 경제라고 할 수 있는가? 한 가족이 9억 달러를 선거 운동에 쏟아 부으며 승리를 사려 한다면 민주주의는 파괴될 것이다"

샌더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의 주장이 지나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거나 극단주의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그러나 샌더스는 이렇게 반박한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극단주의다. 최저임금 7.25달러를 받으며 주 40시간을 일하는 사람이 빈곤에 처하는 것은 안된다. 최대한 빨리 최저임금을 15달러까지 인상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이는 그가 현실성 없는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자칫 클린턴 전 장관의 싱거운 독주로 끝날 뻔한 민주당 경선이 샌더스의 돌풍으로 더욱 주목을 받고 흥미로워졌다며 벌써부터 두 후보가 펼칠 화끈한 토론회를 기대하고 있다.

그도 경선 승리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샌더스가 던지는 화두는 인기몰이를 넘어 이번 대선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으며, 진지한 논쟁이 되어 미국 사회의 반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미국 대선, #버니 샌더스, #힐러리 클린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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