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중반 프로야구에서는 '엘롯기 동맹'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이는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등 세 구단을 한데 묶어 지칭하는 표현이다.

세 팀은 국내 최고의 팬덤을 보유한 인기 구단이면서 당시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암흑기를 보내기도 했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세 팀이 프로야구 최하위를 번갈아가며 삼분하는 '꼴찌 삼국지'가 펼쳐지기도 했다. 한편으로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는 속담처럼, 동병상련 처지에 놓인 세 팀의 기묘한 운명은 팬들 사이에서도 거울을 보는듯 미묘한 동질감을 끌어내기도 했다.

평소에는 으르렁거리기 일쑤던 각 팀 팬들간에도, 어차피 포스트시즌과 거리가 멀고 '피차 같이 못하던 그 시절'에는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가도 나눠부르는 강제 미담이 속출하기도 했다. 가수 송대관의 유행가 가사를 패러디한 노래가 팬들 사이에서 비공식 엘롯기 응원가로 통하는 등, 낭만적이면서도 웃픈(웃기면서 슬픈) 장면들이 속출했던 시대였다.

추억의 엘롯기 동맹, 재결성 조심 보여

추억의 엘롯기 동맹이 올시즌 오랜만에 재결성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팀 순위를 보면 7~9위에 나란히 KIA, 롯데, LG의 이름이 올라 있다. 공교롭게도 엘롯기를 기준으로 5할승률 이상-이하로 서열이 나누어지며 팽팽하던 중위권 판도에도 균열이 뚜렷해지고 있다. 비록 확실한 전력차가 큰 신생팀 KT 위즈가 초반부터 꼴찌를 전담하고 있지만, 이 세 팀이 나란히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엘롯기 세 팀 모두 지난 주 나란히 하향세다. LG는 지난 주말 대구 원정 3연전에서 천적 삼성에게 그야말로 뭇매를 맞았다. 3연전을 모두 싹쓸이 패배를 당한 것은 기본이고 3경기에서 모두 두 자릿수 실점을 허용하는 등 삼성 타선에 무려 43안타 34실점을 내줬다. 또한 LG는 올시즌 삼성전 연패 기록을 8경기째 이어갔다.

뒷심 부족도 뼈아프다. 올시즌 LG는 총 21번의 역전패를 당해 KT(23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역전패를 기록중이다. 외국인 선수 루이스 히메네스와 루카스 하렐의 활약으로 상승세를 타던 분위기가 삼성전 완패로 완전히 꺾이며 8위와 0.5게임까지 좁혔던 승차가 다시 벌어졌다. LG는 5월 초부터 벌써 2개월 가까이 줄곧 9위에 머물고 있어서 반등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KIA도 4연패 수렁에 빠졌다. KIA는 2일 한화전을 시작으로 4경기동안 무려 45실점을 내주며 LG보다 더 심하게 두들겨맞았다. 올시즌 8연승 기록을 이어가고 있던 KT를 상대로 첫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특히 6월까지 평균자책점 4.33으로 리그 1위를 달리던 선발진이 붕괴되면서 4연패동안에는 무려 17.33으로 치솟았다. 어깨 근육통을 호소한 에이스 양현종을 비롯하여 필립 험버, 김진우, 유창식, 김병현 등 선발자원 대부분이 2군에 내려갔다는 것도 큰 타격이다. 타선 역시 연패기간동안 총 10점을 뽑아내는데 그치며 매경기 3점 이하의 저조한 득점력에 허덕이고 있다.

롯데도 부상자 속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는 손아섭, 강민호, 정훈 등 타선의 핵심 전력들이 줄줄이 이탈해있다. 특히 올시즌 6월까지 홈런 선두를 달리며 최고의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던 강민호의 부상은 벤치의 관리 소홀에 책임이 있기에 더욱 아쉽다. 장성우의 KT 이적 이후 별다른 백업요원없이 거의 매경기 출장해야 했던 강민호는 무릎과 햄스트링 부상이 악화되며 현재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대타로는 출전이 가능하지만 이종운 감독은 당분간 강민호를 무리해서 기용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롯데는 SK와의 사직 홈 3연전에서 1승 2패로 루징시리즈에 그쳤다. 선발진이 비교적 호투했음에도 타선의 기복과 결정타 부족이 발목을 잡으면서 강민호와 손아섭의 공백을 절감케 했다. 그나마 린드블럼, 레일리, 송승준으로 끌어오던 선발진에 박세웅의 호투는 희망을 남겼다.

엘롯기 세 팀은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반등이 시급하다. 그러나 중상위권팀들 중에서 좀처럼 장기 연패나 부상 등의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데다, 최근에는 꼴찌 KT마저 무시할 수 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만만한 팀이 없다.

공교롭게도 롯데와 LG는 다음주 잠실 주중 3연전에서 맞붙는다. 8-9위의 순위 변동이 발생할수 있는 중요한 승부다. 롯데는 이후 두산을, LG는 한화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KIA는 넥센과 SK를 상대로 원정 6연전을 치른다. 시즌이 중반으로 향해가면서 더 이상 밀리면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서 사실상 멀어질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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