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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번 철탑 현장
 81번 철탑 현장
ⓒ 정은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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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한전) 소속 직원이 '345KV 군산-새만금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며 송전철탑 공사 현장에서 농성을 하던 주민 1명과 실랑이를 벌이던 중 주민을 자동차로 치고 도주하다 붙잡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를 당한 주민은 뇌출혈로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새만금송전철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 관계자는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한전의 조아무개 과장이 오후 5시경에 주민들이 지키고 있던 81번 철탑(군산시 개사동 868번지) 공사 현장에 혼자 차를 타고 나타나 차안에서 현장에 나온 주민들을 촬영했다"고 했다면서 "이를 수상하게 여긴 주민 이씨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운전석 쪽으로 다가가 머리를 숙이고 창문을 열어달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전 직원이 창문을 여는 대신 갑자기 승용차를 왼쪽으로 확 꺾어서 출발시켰고, 그 바람에 이 주민이 차량에 머리를 부딪혀 튕겨나가 쓰러진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조 과장은) 약 20미터를 도망갔는데 주변에 있던 주민들이 '뺑소니다' 하고 소리지르며 막아서서 차를 세웠고, 주민들이 달려들어 이 사람을 차에서 끌어내리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주민대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조 과장을 차에서 끌어내린 주민들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그를 교통사고 도주 현행범으로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조 과장은 주민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차가 아니라 119 차량을 타고 인근 병원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전측은 이번 사고가 고의적인 뺑소니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당사자인 조 과장과 몇 차례 전화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한전 관계자는 6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조 과장은 피해자인 이씨가 차량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차를 출발시켰으며, 몇 미터를 가다 느낌이 이상해 백미러를 보니 피해자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여 차에서 내려 119에 신고했다고 한다"면서 "(조 과장은)그때 주민 여럿이 몰려와 자신을 집단폭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2008년, 군산-새만금 송전선로 건설 구간

81번 철탑 주민농성
 81번 철탑 주민농성
ⓒ 정은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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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군산-새만금 송전선로 건설 구간은 2008년부터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새만금을 중심으로 하는 군산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군산시장과 한전사장 사이에 전력공급 MOU를 체결하면서부터였다. OCI 4, 5공장 투자에 따른 전력 공급이 최대 목적이었다.

이후 2011년 2월 군산시가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을 인가하여 송전선로 공사가 착공되었다가 2012년 6월 중지되었다. 그사이 철탑 88기 중 42기 건설이 완료되었다.

2012년 6월 새만금송전철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는 송전선로 지중화, 또는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고충민원조정을 신청하였다. 지가 하락에 따른 주민 재산 피해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권익위는 2013년 10월~2014년 11월 사이 민원조정 과정을 거쳐 노선변경 불가를 통보했다.

이후 한전은 2015년 5월 12일 새벽 5시경 철탑 건설 공사를 재개하였다. 그날부터 5일간 지역 국회의원인 김관영(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중재로 한전과 주민대책위 사이에 중재회의가 열렸으나 결렬되었다. 이후 다시 5월 18일부터 공사를 시작해 6월 18일까지 32일간 1차 철탑 공사를 실시하였다.

그사이 철탑 공사 현장에서는 한전과 주민들 사이에 격렬한 공방이 되풀이되었다. 대다수가 고령인 주민들이 용역들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5월 말~6월 초 사이에는 군산-새만금 송전선로 건설 시행사(한전)와 시공사(대일전기주식회사)가 농업진흥구역 안에 있는 논에 건축 폐기물과 쓰레기가 섞인 흙을 매립해 고발당하기도 했다.

한전은 6월 29일 새벽 5시부터 2차 철탑공사를 재개했다. 이에 100여 명의 주민들이 67번(군산시 옥구읍 오곡리 신흥마을 642번지), 76번(군산시 신관동 44-2), 81번 철탑 등지에 분산되어 한전 공사를 막았다.

지난 6월 30일 한전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군산-새만금 송전선로 건설 사업은 군산 지역의 취약한 전력 계통과 전력 과부하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되었다. 군산산업단지 내 기업들이 전력 부족에 따른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송전선로 조기 준공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주민대책위는 전력량 부족 문제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애초 OCI 4, 5공장 투자에 따른 전력 수요에 대비하여 군산-새만금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추진되었는데, 현재 OCI 4, 5공장 투자가 취소됨으로써 송전선로 건설이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한전 직원의 자동차 충격으로 넘어진 주민은 경미한 뇌출혈이 발생해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대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의식은 있으나 아직 사고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싣습니다.



태그:#345KV 군산-새만금 송전선로 건설, #한국전력공사, #새만금송전철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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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살림터, 2017)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살림터, 2016) "좋은 사람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 -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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