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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의 귀환 <자본주의 동물농장>
▲ 책표지 스노볼의 귀환 <자본주의 동물농장>
ⓒ 천년의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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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은 강력한 우화다.

냉전시대, 스탈린 독재를 통렬히 비판한 이 책은 조지 오웰을 '성(聖) 조지'로 승격시켰다. 초판은 2주 만에 매진됐다. 출간 7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영문소설의 대표작으로 군림하고 있다.

2001년 9월 11일. 당시 30대 초반의 청년, 존 리드는 자신의 집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세계무역센터 테러'를 지켜봤다. 분노보다는 의문이 들었다. 저들이 왜 우리한테 이러는 걸까? 우리 체제에도 뭔가 문제점이 있다는 게 아닐까? 이 질문들은 결국 <동물농장>을 다시 쓰고 싶다는 욕망으로 흘렀다.

<동물농장>에서 동물들은 힘을 모아 인간을 몰아낸다. 그 후 농장은 나름의 평등한 가치 아래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된다. 하지만 곧 동물들 사이에서는 권력 다툼이 일어난다. 싸움의 승자인 돼지 나폴레옹은 여러 이유를 들어 농장의 규칙을 제멋대로 바꾸기 시작한다. 불만을 드러낸 동물들은 처형당했다. 거침없는 독재가 시작된다.

나폴레옹과 함께 지배 계급으로 올라선 돼지들은 다른 동물들을 노예로 전락시킨다. 평등 원칙을 내세운 '일곱 계명'이 발표되지만 돼지들의 권력욕을 통해 교묘히 조작된다. 결국 수뇌부 이외의 동물들은 '하층 동물'로 불리며 노동력을 착취당한다. 

결국 조금씩 날조되던 '일곱 계명'은 사라지고 단 하나의 계명만이 남는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존 리드가 쓴 <자본주의 동물농장>의 첫 장은 이 계명을 고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제, 동물농장에 남아 있던 마지막 계명은 다시 씌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무엇이 되느냐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결정한다." - <자본주의 동물농장>에서

책은 <동물농장>의 뒷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일종의 후속편처럼 쓰였다. 동물들의 농장이 세워진 후 여러 해가 흘렀다. 군림하던 늙은 돼지들은 하나둘 수명을 다해갔다. 농장의 미래는 불투명해지고, 동물들은 불안에 떨었다.

그때 누군가가 농장에 들어선다. <동물농장>에서 추방당했던 돼지, 스노볼이다. 스노볼은 인간의 옷을 입고 서류 가방을 들었으며 두 발로 걸었다. 그는 농장을 자본주의 구조로 바꿔놓는다. 원작이 사회주의의 실패를 그린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자본주의'가 들어선 동물농장, 그 결과는?

스노볼은 인간 마을에서 배워온 '자본가'의 기술로 농장을 변화시킨다. 두 발로 걷는 법, 옷 입는 법, 알파벳을 익히고, 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은행을 통한 대출도 이뤄진다. 농장에는 온수가 콸콸 쏟아지고 전기로 불을 밝히기도 한다. 더울 때는 에어컨도 가동된다.

"우리 삶은 편안해질 거요." 스노볼이 말했다. "우리 이윤은 커질 거요. 비용은 낮아질 거요. 지금 나무가 있는 곳에 내일이면 불빛이 있을 거요. 전깃불이 개똥벌레 천만 마리처럼 반짝거릴 거요. 동물농장은 동물장터가 될 거요. 꿈이 실현되는 땅이 될 거요. 온수 목욕, 에어컨. 우리가 우리 꿈을 실현하지 않았소? 우리는 실현했소!" - <자본주의 동물농장>에서

동물농장은 '성공과 기회의 땅'으로 둔갑한다. 농장 밖 삼림지대에 살던 동물들은 이 소문을 듣고 농장으로 몰려든다. 저마다의 꿈을 간직한 채.

그러나 곧 동물들은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끝없이 많은 부와 땅을 소유하기 위해 골몰한다. 이 과정에서 제국주의적 억압, 계급 격차, 이주 노동자 차별, 무분별한 자연 파괴, 이웃 농장들과의 소송, 세대 갈등 등이 발생한다. 스노볼 치하의 농장에서도 자유와 평등은 점차 사라져 간다.

스노볼은 입으로는 민주주의와 모두의 번영을 떠들지만 실제로는 다른 동물들의 희생을 대가로 부정 축재를 하고 권력을 키운다. 농장과 숲의 갈등은 마치 미국 정책과 그에 대한 이슬람 세계의 반발을 보는 착각이 든다.

하지만 동물농장의 주간지 <데일리 트로터>는 늘 극소수의 '역경을 이겨낸 승리 사례'들을 제시하며 동물들에게 계속 전진하라고 설파한다. 성공하지 못한 것은 네 노력이 부족한 탓이다. 그러니 '노오력'을 하란 말이다!

누구나 '군림하는 돼지'가 될 수 있다

책은 출간 즉시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0세기 가장 찬란한 풍자를 훼손"했다며 비난했고 <스코츠맨>은 "고전을 모델로 삼아 원래의 메시지를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비틀어버린 책을 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물었다.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인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BBC> 라디오에 출연해 저자를 "빈 라덴주의자"라고 불렀다.

그러나 정작 <자본주의 동물농장>에는 스탈린의 정책들을 옹호하거나 무작정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동조하는 내용이 전혀 없다. 오히려 어떤 개인이라도 자신들의 터전에서 조용히 노동하는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돼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책에서 남들의 희생을 대가로 자기 배를 채우려는 동물들은 '민주적' 정책 입안자들이었다. 특정 계급이나 정치 세력이 아니다. 늙은 돼지들이 쓰러질 때, 농장에 들어선 것은 똑같은 돼지였다. '인간' 냄새 물씬 풍기는 '돼지'였다.

덧붙이는 글 | <자본주의 동물농장> (존 리드 지음 / 정영목 옮김 / 천년의상상 펴냄 / 2015.06 / 1만2800원)



자본주의 동물농장 - 스노볼의 귀환

존 리드 지음, 정영목 옮김, 천년의상상(2015)


태그:#자본주의 동물농장, #존 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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