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축구 선수권 대회인 코파 아메리카에서 개최국 칠레가 통산 첫 챔피언에 올랐다. 칠레는 5일(이하 한국 시각) 칠레 산티아고 나시오날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2015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남미 전통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치열한 혈투를 벌인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모두 최상의 전력으로 경기에 나섰다. 아르헨티나는 4-1-2-3 포메이션으로 골키퍼 로메로, 수비수에는 로호, 오타멘디, 데미첼리스, 사발레타,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에 마스체라노,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파스토레와 빌리아, 공격수로 아구에로, 디 마리아, 리오넬 메시를 배치했다.

개최국 칠레는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골키퍼 브라보에 수비수로는 보세주르, 메델, 실바, 이슬라가 라인을 구축했고,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에 디아즈,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아랑귀즈, 발디비아, 비달, 공격수로는 산체스와 바르가스가 배치되어 경기를 진행했다.

120분 0-0 무승부... 승부차기로 결정된 챔피언

대륙 선수권 대회의 챔피언을 결정하는 결승전이었던 만큼, 경기는 치열했다. 전반 9분 칠레의 공격수 바르가스가 슈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전반 11분에는 산체스가 시도했던 프리킥이 수비수에 의해 걷혀졌는데, 비달이 다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로메로의 선방으로 막혔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20분 팀의 에이스 메시가 왼쪽 측면에서 프리킥을 연결했다. 여기서 골문 앞에 있던 아구에로가 헤딩으로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칠레 골키퍼 브라보의 선방으로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여기서 아르헨티나는 전반 29분부터 교체 카드를 꺼내야 했다. 공격수 디 마리아가 부상으로 인하여 라베치와 교체된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라베치의 투입 시점과 맞물려 메시를 중앙 플레이 메이커 자리로 옮겨 경기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내지 못했다.

후반전에도 두 팀은 경기장 중앙에서 치열한 점유율 다툼을 벌였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12분에 오타멘디가 찬스를 잡았으나 골로 연결하지 못했고, 후반 20분에도 메시가 다시 찬스를 얻었는데 이마저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칠레도 다시 반격을 나서며 장군멍군의 경기를 펼쳤다. 칠레는 후반 21분 산체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진을 뚫고 크로스를 연결했고, 비달이 슛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슛은 아르헨티나 수비진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경기 후반에 접어들자 두 팀은 본격적으로 선수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이미 전반에 교체 카드 한 장을 썼던 아르헨티나는 후반 29분 이과인을, 후반 35분에 바네가를 투입했다. 칠레도 후반 29분 페르난데스를 투입하면서 두 팀 모두 전략이 변경되었다.

칠레는 후반 37분 중원에서 볼을 잡은 뒤 전방을 향해 크로스를 날렸다. 이에 산체스가 발리 슛을 시도했지만 골문에 정확히 들어가지는 못했다. 이후 추가 시간에 아르헨티나의 메시가 중원에서 칠레의 수비진을 침투했고, 패스를 성공적으로 받은 라베치가 이과인에게 연결했다. 이과인이 쇄도했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후반전까지 두 팀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칠레는 연장전에 접어들어서 연장전반 4분에 바르가스를 엔리케스와 교체했다. 엔리케스는 연장전반 7분에 디아즈에게 패스를 시도했고, 이를 받은 디아즈가 터닝 슛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공은 골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크로스 바를 넘기고 말았다. 연장전반 15분에는 아르헨티나 골키퍼 브라보의 패스를 중앙 수비를 맡던 마스체라노가 걷어내지 못했고, 이에 칠레의 산체스가 슛을 시도했지만 역시 골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연장후반 9분에는 칠레의 비달이 다시 패스를 시도했다. 이에 아랑귀즈가 중거리 슛을 날렸는데 역시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그리고 경기 시간 120분을 모두 사용했으나 무승부가 된 결승전은 승부차기로 우승 국가를 결정하게 되었다.

칠레가 선축에 나섰다. 칠레의 첫 번째 키커인 페르난데스는 자신감 넘치는 강력한 슛으로 첫 시도를 성공했다. 아르헨티나의 첫 번째 키커인 메시도 침착한 왼발 슛으로 첫 시도를 성공했다. 칠레의 두 번째 키커 비달도 슛을 성공했다. 그러나 여기서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 키커인 이과인이 실축을 범하며 희비가 갈리기 시작했다.

칠레의 세 번째 키커 아랑귀즈도 정확하게 슛을 성공했다. 아르헨티나의 입장에서는 승부차기를 이어가려면 세 번째 키커 바네가가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 그러나 바네가의 슛이 칠레 골키퍼 브라보에게 막히고 말았다. 칠레의 네 번째 키커로 나온 산체스는 마지막 슛을 성공하면서 승부를 끝냈고, 이전까지 코파 아메리카 우승 경력이 없었던 칠레는 자국에서 개최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회 개설 99년 만에 첫 챔피언에 등극했다.

개최 순서 변경으로 잡은 절호의 우승 찬스, 기회 놓치지 않은 칠레

코파 아메리카는 남미 축구 연맹(CONMEBOL)에 소속된 남미 국가들이 치르는 축구 국가 대항 선수권 대회이다. 1916년에 1회 대회가 아르헨티나에서 열렸고, 회원국이 많지 않은 까닭에 아시안컵이나 EURO처럼 대회를 위한 예선은 따로 치르지 않는다(1910년 대회는 비공식).

심지어 본선 참가국도 많지 않아서 다른 대륙 연맹에 속하는 2개국을 초청하여 대회를 치른다. 대부분 북중미 국가들을 초청하여 대회를 치렀는데, 주로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미국 등 북중미의 강호들이 초청되었으며, 아메리카 대륙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초대 받은 사례는 일본이 유일하다.

초창기에 특정 국가들이 우승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우루과이(15회)와 아르헨티나(14회), 브라질(8회) 등이 거의 대부분의 대회를 우승했고, 칠레는 이전까지 준우승만 4회에 그치고 있었다.

코파 아메리카는 남미 축구 연맹 회원국들의 알파벳 순서에 따라서 2011년에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되었고, 2015년에는 순서 상으로 브라질이 개최해야 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2013년 FIFA 주관의 컨페더레이션스컵, 2014년 월드컵 개최에다가 2016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까지 개최하게 될 예정이라서 코파 아메리카까지 4년 연속 국제 대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난감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브라질은 2019년 개최 예정 순번이었던 칠레와 개최 순서를 이번에만 바꿀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가 승인되면서 2015년 대회를 칠레에서, 2019년 대회를 브라질에서 치르게 되었다. 그리고 칠레는 자국 개최로 인한 홈 어드밴티지를 놓치지 않았다. 칠레는 조별리그에서 에콰도르에 2-0으로 승리했고, 초청국 멕시코와는 3-3으로 비겼다. 그리고 볼리비아를 상대로 5-0 대승을 거두며 2승 1무 조 1위로 8강 진출을 확정했다.

칠레는 8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우루과이를 만났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칠레에게 호재였다. 우루과이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가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핵이빨 사건을 일으키는 바람에 16강전부터 A매치 9경기 출전 금지의 징계가 발효 중이었고, 이로 인해 수아레스가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리고 B조 3위를 기록하며 와일드 카드 자격으로 간신히 8강에 올랐던 상태였다.

결국 칠레는 수아레스가 빠진 우루과이를 1-0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4강전에서 칠레는 페루를 상대로 2-1로 승리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4강전에서 아르헨티나의 상대국이었던 파라과이는 네이마르가 징계로 빠진 브라질을 8강에서 꺾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파라과이를 6-1로 크게 꺾으며 결승에 진출했다.

결국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다른 참가국 주축 선수들의 징계 등이 약간의 도움이 되며 결승까지 올라왔고, 이날 최상의 전력을 꾸린 채 경기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최상의 전력으로 대결하면서 120분 내내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이번 대회에서 챔피언에 오른 칠레는 2017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남미 대표로 참가할 자격을 얻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은 FIFA 주관으로 각 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국가들이 1년 뒤 월드컵을 치를 국가에 모여서 치르는 일종의 월드컵 예비 대회이다. 대한민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참가한 적이 있었으나 프랑스에게 0-5로 대패했던 기억이 있다.

칠레는 월드컵에서는 한 차례 개최 경험(1962년)을 포함하여 촏 8회 출전했다. 그러나 자국에서 개최했던 1962년 대회에서 3위에 올랐던 것을 제외하고는 월드컵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적은 없었다. 칠레가 이번 코파 아메리카 챔피언 등극을 통해서 국제 축구 무대에서 어떠한 모습을 선보이게 될지 향후의 행보가 주목된다. 참고로 다음 코파 아메리카 대회는 2016년에 대회 개최 100주년 기념으로 특별히 미국에서 열린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CONMEBOL 남미축구 코파아메리카 칠레우승 2015칠레코파아메리카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