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 출연하는 배우 조정석과 박보영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 출연하는 배우 조정석과 박보영 ⓒ CJ E&M


tvN <오 나의 귀신님>이 지난 3일 첫선을 보였다. <오 나의 귀신님>은 그간 다수의 영화를 통해 영화배우로 단단히 자리매김했음에도 드라마는 출연이 뜸했던 박보영이 tvN에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뜻밖에도 첫 방송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박보영이 아니라 제목의 그 귀신인 신순애(김슬기 분)였다. 한을 품고 죽어 하늘로 오르지 못해 이승을 헤매며 숱한 남자들을 홀리고 다니는 문제 귀신 신순애의 귀신 연기가 오롯이 첫 회를 이끌었다. 

박보영의 선택, 장고 끝에? 

무당이 될 팔자를 타고나 귀신이 따라다니는 여자. 이 캐릭터는 낯설지 않다. SBS <주군의 태양>의 태공실이 떠오른다. 그런가 하면 건장한 남자들이 즐비한 주방에서 수틀리면 요리하던 프라이팬 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는 까칠한 셰프? 이건 MBC <파스타> 속 최현욱 같다. 또 죽은 사람이 다른 이의 몸에 들어가 자신의 사연을 풀어내는 건 이요원이 1인 2역을 했던 <49일>과 비슷하다.

왁자지껄한 김슬기의 원맨쇼에도 <오 나의 귀신님>은 그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자꾸 떠오르게 한다. 게다가 "남자 좀 후리면 어떠냐"며 당당한 말괄량이 귀신 신순애에 비해 귀신에 시달려 잠을 못 자 매일 꾸벅꾸벅 졸거나 입에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를 달고 사는 나봉선(박보영 분)은 사랑스럽다기보다 의기소침해 보인다.

그렇게 1회를 휘저어버린 신순애의 김슬기와 달리, <파스타>의 최현욱과 별다른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던 강선우(조정석 분), 그리고 그다지 매력 없는 나봉선. 이렇게 애매하게 시작했던 <오 나의 귀신님>은 1회 막바지에서 자신을 쫓던 무당을 피해 나봉선의 몸에 깃든 신순애로 인해 비로소 본 게임을 시작한다.

나봉선의 기억을 잊고 몸만 나봉선인 채 신순애가 된 캐릭터. 다른 세프들의 말처럼 나봉선이지만 나봉선이 아닌 듯한 존재에서 비로소 박보영이 장고 끝에 <오 나의 귀신님>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해진다.

박보영은 영화 <늑대 소년>을 통해 영화배우로 분명하게 자리매김했지만, 정작 박보영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다짜고짜 젊은 아버지 집에 어린 아들과 찾아와 주저앉아 버린 황정남 역의 영화 <과속스캔들>에서였다. 물론 최근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을 통해서 여전히 귀엽고 앙증맞은 소녀 같은 매력을 선보였지만, 그런 이미지 이전에 박보영은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세상에 자신을 알렸다.

그리고 박보영은 <오 나의 귀신님>에서 예쁘고 사랑스럽기보다, 자신에게 빙의된 신순애를 천연덕스럽게 재연해냄으로써 연기 잘하는 배우로 거듭나고자 한다. <오 나의 귀신님>이 어떤 성취를 보일지 모르지만, 박보영은 또래 배우 중에 연기폭이 넓다는 것을 단 2회 만에 증명했다. 

<파스타>? <주군의 태양>? <오 나의 귀신님> 고유의 이야기

차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앞판과 뒤판이 똑같다"며 자기 디스를 서슴지 않고, 말끝마다 욕을 하는 신순애 판 나봉선은 <파스타>인 듯하다, <주군의 태양>인 듯하던 <오 나의 귀신님>에 고유의 정체성을 부여한다. 

또한 그저 최현욱인 것 같던 강선우 역시 19살의 나이에 그를 낳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그를 방치하다 뒤늦게 극성스러운 엄마 조혜영(신은경 분)의 출현으로 사연을 풀어간다. 거기에 그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쓰지 못하는 동생, 친구 이소형(박정아 분)의 존재로 까칠한 셰프에서 사연 많은 남자로 거듭난다.

한발 더 나아가 <오 나의 귀신님>은 2회 말미에서 나봉선이 된 신순애의 사연을 풀어놨다. 나봉선이 되어 레스토랑의 주방 보조가 된 신순애. 하지만 그녀에겐 주방이 낯설지 않았다. 우연히 길에서 술 취한 자신의 남동생을 파출소로 데려다주고 동생을 찾아온 아버지를 알아본 순간, 아버지와 함께 기사 식당을 했던 죽기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기억 상실한 귀신으로 제삿밥도 얻어먹지 못해 구박을 받던 신순애의 사연은 뜻밖에도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진지함을 이끌어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오 나의 귀신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