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권에서 잘 버텨오던 KIA 타이거즈가 올시즌 최대의 고비에 직면했다. 믿었던 선발진과 수비의 충격적인 연쇄 붕괴 속에 순위 싸움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KIA 타이거즈는 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위즈와의 시즌 10차전에서 3-12로 완패했다. 최근 3연패에 빠진 KIA는 36승 38패로 7위에 머물며 5할 승률에서 -2까지 떨어졌다. 8위 롯데와도 1.5게임차이에 불과했다.

KIA는 연패가 시작된 2일 광주 한화전(7-14)부터 3~4일 수원 kt전(3-10, 3-12)전까지 무려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실점을 허용했다. 올시즌들어 처음이다. KIA는 팀 평균 자책점이 4.68로 리그 4위지만 7월만 놓고보면 무려 7.94까지 올라간다.

특히 3경기 연속 선발 투수들이 2이닝 이하 투구를 기록하며 조기강판된 게 치명타였다. 2일 한화전에서 김병현이 1⅔이닝 6실점, 3일 수원전에서는 조쉬 스틴슨이 2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고, 4일 경기에서는 믿었던 양현종마저 1.1이닝 2홈런 2실점으로 무너지며 연패를 막지 못했다.

KIA는 올 시즌 팀 공격력은 내내 최하위권에 머물렀고 불펜진도 기복이 심했지만, 오직 선발진만큼은 6월까지 평균자책점 4.34로 리그 1위를 달릴만큼 안정적이었다. 부동의 원투펀치 양현종과 스틴슨을 바탕으로 대체 선발까지 포함하면 무려 11명에 이르는 선수들이 투입되며 선발진을 끌어왔다. 여기에 팀 최소실책(42개)을 기록한 준수한 수비력까지 더해지며 KIA는 5할승률 내외에서도 계속 선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KIA는 최근 선발진에 잇달아 구멍이 뜷리며 로테이션을 돌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인 투수 필립 험버, 김진우, 유창식 등이 줄줄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면서 2군에 내려가있는 상태다. 서재응은 노장이라 1~2주에 1번 정도 등판이 고작이다.

이번 주에는 김병현과 임준혁을 불펜과 대체선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기용해야 했다. 임준혁은 1일 한화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정작 김기태 감독이 큰 기대를 걸어던 김병현은 1.2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김병현은 올시즌 14경기에서 승리없이 홀드만 2개 기록하며 4패. 자책점 8.28로 부진하다. 불펜으로서나 대체선발로서나 활용이 어려운 계륵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김병현은 이 경기 이후 다시 2군으로 내려간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마운드의 버팀목이 되어줘야할 양현종과 스틴슨마저 흔들리고 있다. 사실 두 선수 모두 이번 주 충분한 휴식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양현종은 지난달 27일 광주 두산전 이후 어깨 피로를 호소하며 회복이 늦어져 당초 3일 경기에 등판 예정이었지만 하루가 더 미뤄졌다.

하지만 양현종의 어깨는 여전히 정상 상태가 아니었다. 4일 kt와의 경기 당시 2회 들어 공이 계속해서 한가운데로 몰리며 윤요섭과 박경수에게 연타성 홈런을 얻어맞고, 박기혁에게도 2루타를 내주는 등 연이어 장타를 허용했다. 평소의 양현종이 아니었다. 투구수가 39개였고 2점차였기에 정상적이라면 벌써 양현종을 바꿀 만한 타이밍은 아니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이 이른 투수교체를 단행한 것은, 벤치에서 보기에도 그만큼 양현종의 몸상태가 심상치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현종은 올시즌 17경기에서 106.1이닝을 소화하며 8승 3패, 자책점 1.78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초반부터 엄청난 활약을 펼치다보니 다소 오버페이스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양현종은 이전에도 전반기까지 좋은 활약을 보이다가 후반기에 부상과 부진으로 주춤했던 경우가 많다. 에이스인 양현종의 어깨 부상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면 KIA로서는 치명타를 맞는 것이나 다름없다. KIA 입장에서는 연패탈출도 중요했겠지만 아예 로테이션을 한번 건너뛰는 강수를 불사하고라도, 등판전에 에이스의 몸상태를 좀더 세심하게 체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급기야 양현종의 컨디션 난조는 스틴슨에게도 과부하로 이어졌다. 스틴슨은 지난달 28일 두산전에 이어 3일 kt전까지 2경기 연속 4일 휴식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양현종이 어깨에 피로를 호소하면서 등판 일정이 밀린 탓에 스틴슨과 순서가 바뀐 것이다. 결과는 자신의 올시즌 최소이닝 소화와 최다실점 기록이었다.

올스타전 휴식기까지는 이제 10경기밖에 남지않았다. 당초 김기태 감독의 구상은 이 기간 총력전을 펼쳐서 5할승률과 5위권을 유지해놓고 후반기를 맞이하는 것이었지만 선발진의 붕괴로 모든 계획이 틀어져버렸다. 선발진의 붕괴에 가려졌지만 최근 3연패 기간 동안 연달아 크고 작은 실책까지 더해지며 수비에서도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선발진 운영이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현재로서 5일 KT와의 경기에는 서재응이, 7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임준혁의 등판이 예정되어있지만 이후의 마운드 운용은 미지수다. 최근 2경기 연속 부진했던데다 어깨 부상이 우려되는 양현종의 몸상태는 미지수고 스틴슨도 휴식일을 더 줘야하는 상황이다. 유창식과 김진우는 최근 불펜피칭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1군 복귀 시기에 대해선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 김기태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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