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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4일 제주도 함덕 가두리로 옮겨져 자연적응 훈련을 받아온 제주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의 최종 방류일이 마침내 7월 6일로 정해졌습니다.

정부기관과 시민단체 등이 다섯 차례에 걸쳐 남방큰돌고래 민관방류위원회를 개최했고, 현재 태산이와 복순이의 건강 상태와 자연 방류 여부,  방류 가능 시기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여러 자료들과 상황들을 검토한 결과 오는 7월 6일 월요일 오후 3시에 남방큰돌고래 태산이, 복순이가 있는 가두리 문을 열어 방류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아마 태풍이 불거나 하는 등의 커다란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날 태산이와 복순이가 드디어 그렇게 그리워하던 원래 고향 제주 앞바다로 완전 방류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복순이와 태산이는 매일 싱싱한 활어 약 30kg씩을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좁은 수조에서는 냉동 고등어만 먹거나 이마저도 잘 먹지 않던 이 돌고래들이 고향인 제주 현지에 오자마자 오래전 바다에 살 때 먹던 흰살 생선들을 매우 좋아하며 잘 먹고 있다고 합니다.

고래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어종을 먹이로 주는데, 가오리 정도만 빼고 나머지 오징어를 비롯해 온갖 생선들은 남기지 않고 잘 먹고 있다고 합니다. 육안으로 확인한 건강상태도 매우 양호하며, 과학자들이 여러 지침서에 따라 작성한 방류 적합성 검토 기술위원 의견서를 보더라도 당장 방류해도 괜찮은 것으로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쇼돌고래 해방운동'

자연적응 훈련을 위해 고향 바다로 이송된 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가 가두리 안에서 힘차게 헤엄치는 모습입니다.
▲ 제주 함덕 가두리로 이송된 태산이와 복순이 자연적응 훈련을 위해 고향 바다로 이송된 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가 가두리 안에서 힘차게 헤엄치는 모습입니다.
ⓒ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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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불법포획되어 돌고래쇼장에 갇혀 있다가 천신만고와 우여곡절 끝에 이곳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온 태산이와 복순이가 오랜 고통을 이겨내고 건강을 회복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이 소문이 널리 퍼졌는지, 친구 돌고래들도 함덕 가두리에 자주 찾아와서 하루종일 머문다고 합니다.

이제 정말 돌아갈 준비가 된 셈이죠. 이제 며칠 후면 가두리 문이 열리고, 태산이와 복순이가 제돌이를 비롯한 친구, 가족 돌고래들과 감격적인 재회를 하게 될 거예요. 이 역사적인 순간을 마주하며 한국에서 '쇼돌고래 해방운동'을 처음 시작한 시민단체로서 몇 가지 소회를 밝히고자 합니다.

핫핑크돌핀스는 2011년 7월부터 돌고래쇼 중단과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뉴스에서 '20년간 멸종위기 돌고래들이 불법으로 포획되어 제주도 돌고래쇼장에 팔리고 있다'는 어이없는 소식을 들은 뒤 바로 현장으로 향한 것입니다.

직접 들어가 살펴본 제주 퍼시픽랜드의 실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국제 보호종 남방큰돌고래들이 5미터 가량의 좁은 수조에 갇혀 있었습니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며 무한한 생명력을 뽐내던 돌고래들이 목욕탕 같은 곳에서 인간의 오락을 위해 동물 쇼에 동원되는 신세로 전락한 것입니다.

핫핑크돌핀스는 다음날부터 '돌고래를 바다로' 사회적 캠페인을 시작하였고, 지금까지 남방큰돌고래와 고래상어 등 멸종위기에 처한 대형 해양 동물들을 보호하고, 나아가 해양생태계 전반을 지키는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수조에 갇힌 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려면 어떻게 활동해야 할까? 저희들에겐 모든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서명운동과 1인시위 그리고 돌고래쇼장 가지 않기 캠페인을 벌였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을 뿐입니다.

기자회견도 개최하고, 아이들과 그림편지 보내기 운동도 전개했습니다. 누구보다 아이들은 돌고래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돌고래가 바다에 있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들로부터 시작해 부모님들까지 대상을 넓혀 돌고래 보호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동화책도 쓰고, 생태교육도 하고, 환경영화도 상영하고, 신나는 돌고래 노래도 만들어 부르고 다녔습니다. 고래의 모습을 형상화한 모자를 쓰고 노래를 부르며 기자회견을 하는 등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시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멸종위기 남방큰돌고래는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2013년, 대법원의 돌고래 '몰수' 판결

2012년 2월 8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최초로 돌고래 재판이 시작됐고, 핫핑크돌핀스는 자연방류를 촉구했습니다.
▲ 국내 최초 돌고래 재판이 제주법원에서 시작됐다 2012년 2월 8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최초로 돌고래 재판이 시작됐고, 핫핑크돌핀스는 자연방류를 촉구했습니다.
ⓒ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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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2012년 2월 제주법원에서 '돌고래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날까? 만약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고, 판사도 집행유예 같은 애매한 판결을 내리면 이 돌고래들은 그냥 이대로 좁은 욕탕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적극적인 재판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1심에서 대법원 판결까지 모든 공판에 참가했습니다. 담당 재판부와 검찰 그리고 심지어 돌고래쇼 업체가 고용한 변호사 사무실에까지 의견서와 청원서를 제출하고 전화를 걸어 호소했습니다.

언론에서도 점차 고래 포획과 돌고래쇼장의 문제점을 조명하는 특집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제주 돌고래 제돌이가 바다사자 두 마리와 맞교환되어 서울대공원에 왔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다시 한 번 시민단체들이 모여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제돌이 방류를 촉구했고, 마침내 2012년 3월 제돌이 방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책임감 있는 그의 결정에 정말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길거리 캠페인에 익숙하던 핫핑크돌핀스는 어느새 제돌이 방류 시민위원회에 참가하여 여러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뒤지지 않으려면 공부도 열심히 해야 했습니다. 고래류 전반에 대해서 열심히 책과 논문을 읽었고, 해외 사례들도 인터넷을 통해 많이 참고했습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도 운영하기 시작했고, 남방큰돌고래와 고래상어의 날 행사도 기획했습니다.

2013년이 되어 마침내 대법원은 돌고래들을 몰수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살아 있는 생물을 국가가 몰수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그 생물이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조치겠지요. 그리고 자연에서 잡혀 왔다면 다시 그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인간적인 도리가 아닐까요?

마침 제돌이도 바다 적응 훈련을 시작해야 될 상황이었습니다. 몰수된 돌고래들과 제돌이를 함께 바다로 돌려보내자! 하지만 많은 돈을 들여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은 낭비라는 의견도 있었고, 특히 퍼시픽랜드 측에서는 돌고래들이 바다에서 잘 살지 못할 테니 방류해서는 안 된다는 염치없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돌고래의 생명력을 믿기로 했습니다. 좁은 수조에서 볼품없어 보이던 돌고래들이 일단 바다에 만들어놓은 자연적응 가두리로 옮겨지자마자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역시 넓고 푸른 바다가 키워낸 그 자연의 힘은 탐욕스런 인간이 아무리 창살 안에 가두려 해도 쉽사리 빼앗기 힘든 것입니다. 고향 바다에 돌아왔다는 감격을 돌고래들도 분명히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것을 느끼며 우리는 제대로 된 자연공부를 했습니다. 글과 말로 전달할 수 없는 펄떡이는 생명의 힘 앞에서 우리는 너무도 고맙고, 또 너무도 미안했습니다.

돌고래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

2014년 12월 14일 동물자유연대와 핫핑크돌핀스가 공동으로 '태산이 복순이를 바다로!' 시민행사를 개최하고 정부에 돌고래 방류를 촉구했습니다.
▲ 태산이 복순이를 바다로! 시민캠페인 2014년 12월 14일 동물자유연대와 핫핑크돌핀스가 공동으로 '태산이 복순이를 바다로!' 시민행사를 개최하고 정부에 돌고래 방류를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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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핫핑크돌핀스는 이 질문을 화두로 삼아 활동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해갔으며, 여전히 그 질문을 붙잡고 있습니다.

처음 퍼시픽랜드의 뒷문을 통해 들어가 발견한 후줄근한 수조를 보았을 당시엔 잘 몰랐지만, 그 때 찍은 사진을 보니 거기엔 태산이와 복순이도 있었습니다. 몰수판결을 받긴 했으나, 냉동 생선을 잘 먹지 않으며 인간과의 접촉을 꺼리는 등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2013년 여름 방류대상에서 제외된 비운의 돌고래들이었습니다. 이것은 감금 상태의 돌고래들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입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이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고향 바다와 돌고래 친구들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민위원회에서는 이 둘을 서울대공원으로 보내 건강을 회복시키자고 했고, 결국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나긴 수조 생활이 연장되었습니다.

태산이와 복순이에게 정말로 미안했습니다. 친구들은 돌아갔는데, 둘만 남겨진 상태에서 다시 시작된 낯설고 좁은 수조의 생활. 돌고래들의 얼굴은 항상 웃고 있는 듯 보이지만, 어쩐지 우리는 그 고통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확약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돌고래들에게 나지막이 하지만 굳게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온갖 우여곡절과 천신만고 끝에 7월 6일 태산이와 복순이도 마침내 제주 앞바다로 온전히 돌아갑니다. 이미 2년 전 방류된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가 다가와 너희들도 어서 빨리 돌아오라고 가두리 앞에서 재촉합니다.

우리는 2009년까지 바다를 누비던 이 돌고래들이 수년 만에 다시 재회하는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쇼돌고래 자연 방류죠. 원래 한 가족, 한 친구들이었다가 인간의 탐욕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돌고래들이 원래 살던 고향 제주 바다에서 다시 만나는 기쁨은 얼마나 클까요?

2015년 7월 6일 남방큰돌고래 태산이 복순이가 자연방류되어 넓은 바다에서 건강하게 잘 살아가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습니다
▲ 태산아, 복순아 신나게 잘 살아! 2015년 7월 6일 남방큰돌고래 태산이 복순이가 자연방류되어 넓은 바다에서 건강하게 잘 살아가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습니다
ⓒ 이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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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큰돌고래는 한국에서는 제주도 연안에서만 삽니다. 겨우 1백 마리 정도 남아 있습니다. 이 생명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겠죠? 급격한 산업화 이윤추구의 그늘 속에 바다는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 지표가 되는 것이 고래류입니다. 한국 바다에서 고래류는 급격하게 개체수가 감소되어 이제는 대부분 멸종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대형고래는 찾지도 않게 됐습니다. 고래 고기도 먹고, 돌고래 쇼도 보면서 박수 치는 사이에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와 해양산성화가 심각해졌습니다.

가치가 점점 보수화되고, 모든 것의 중심에 돈이 놓인 무참한 시대에 이 돌고래들은 꿋꿋하게 버티며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인간 세계에 잡혀와 모진 시간을 보내다 돌아간 돌고래들이 전하고픈 말은 어쩌면 매우 단순하고 명쾌할 것 같습니다. '내가 살지 못하면 너희도 살 수 없다', '같이 살려고 하지 않으면 모두가 멸종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돌고래들이 돌아간 제주 바다만 보더라도 신항만, 각종 리조트와 카지노, 연안 매립과 난개발 그리고 해군기지 건설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돌고래들만 돌려보낸다고 서식처가 그대로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태계 파괴로 인한 생존의 위협은 이제 인간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이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진정으로 이 바다에서 돌고래들과 같이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 편집ㅣ손병관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활동가가 작성한 글입니다. 핫핑크돌핀스가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 2015년 7월에 기고한 글에 약간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태그:#태산이, #복순이, #남방큰돌고래, #자연방류,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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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고래류 등 멸종위기 해양생태계 보호와 동아시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더불이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돌고래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면 인간들도 행복할 것입니다. 핫핑크돌핀스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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