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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심인성 특파원 =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가 4일(현지시간) 일본의 산업혁명시설에 대한 세계유산 등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 연방 하원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을 비롯한 미 하원의원 6명은 3일 마리아 뵈머 세계유산위원회 의장 앞으로 연명 서한을 보내 왜곡된 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세계유산위가 일본 정부에 등재 신청을 수정하도록 공식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명 서한에는 혼다 의원 이외에 크리스 깁슨(공화·뉴욕), 마크 타카노(민주·캘리포니아), 짐 맥거번(민주·매사추세츠), 대럴 이사(공화·캘리포니아), 찰스 랭글(민주·뉴욕) 의원 등 민주, 공화 양당에서 초당적으로 참여했다.

이들 의원은 서한에서 "일본이 자국의 현대사를 강조하려는 것을 반대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등재 신청에는 2차 대전 당시 연합국 전쟁포로의 역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일본군이 전쟁포로를 노예 노동자(slave labor)로 사용했다'는 것을 공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 해당 시설의 설명은 불안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현재 조선인 강제징용이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전쟁포로 및 강제노동 역사를 배제하고자 1850년부터 1910년까지의 산업혁명시설 기록에 대해서만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의원들은 "일본이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8개 지역 중 5개 지역에 26개의 전쟁포로 수용소가 있었다"면서 "전쟁포로들이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아소 그룹, 도카이 카본, 우베흥산, 신일본제철, 일본석유엔지니어링, 스미토모제철, 후루가와그룹, 덴카 등 일본의 거대 산업체에 노예 노동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이 거명한 아소 그룹은 일본 규슈 후쿠오카의 아소탄광을 경영한 탄광기업으로, 92대 일본 총리를 지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가문의 소유이다.

아소광업소로 시작한 이 탄광은 일제 강점기 1만623명의 조선인을 끌고가 노예노동으로 혹사시킨 가장 악랄한 강제징용시설로 꼽힌다. 아소 부총리는 이 탄광 창업주의 증손자로 후신인 정계 입문 전 아소시멘트 사장을 지냈다.

의원들은 "일본의 등재 신청은 오직 광산 및 철강 산업의 역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전쟁포로의 역사를 완전히 생략하고 있다"면서 "또한 1만3천 명 이상의 노예 노동자들이 등재 추진 지역 또는 그 근처에서 일했다는 것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이어 "전쟁포로가 네덜란드인 4천385명, 영국인 3천860명, 미국인 3천23명, 호주인 1천207명, 캐나다인 358명, 인도인 133명, 중국인 22명, 포르투갈인 9명, 노르웨이인 6명, 뉴질랜드인 5명, 자메이카인 4명, 체코·남아공·아랍·말레이시아인 각 2명 등이었다"면서 "이 가운데 인도, 말레이시아, 자메이카, 핀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인들은 일본 본토에 감금돼 있었고, 이들 국가는 현재 세계유산위원국"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또 다른 세계유산위원국인 한국은 수만 명의 자국인 남녀가 징집돼 거의 노예와 같은 상태에서 노역했다"고 적시했다.

의원들은 "이 산업혁명시설의 역사에서 연합국 전쟁포로의 역할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유네스코의 임무, 즉 '세계유산은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것과 모순될 뿐 아니라 '인류의 내재된 존엄성과 평등하고 양도 불가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자유와 정의, 세계 평화의 기반'이라는 유엔 세계인권선언과도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인 친구들이 자국의 역사를 세계와 공유하려는 노력을 환영하지만, 가장 친한 동맹국(미국) 조차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 "일본이 전쟁포로를 노예 노동자로 사용한 사실은 이번에 등재하려는 지역의 산업역사에서 핵심적 특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의원들은 "따라서 유네스코가 일본 정부와 협력해 전쟁포로와 노예노동의 역사를 포함하는 등 (부분이 아닌) 좀 더 완전한 일본의 산업화 역사를 언급하도록 신청서를 수정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면서 "이는 단순히 우리 지역구 주민들의 우려를 다루는 것뿐 아니라 논란이 있는 시설에 대해 완전한 서술을 하게 함으로써 국경을 초월해 보편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세계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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