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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성완종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 중간수사 발표의 가장 '핫한 뉴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 사면 청탁 대가로 5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새로운 혐의 내용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지만 혐의 내용이 왜 이렇게 자세한지, 혐의 사실을 공표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이에 대해 구본선 수사팀 부팀장은 질문에 "공소시효 완료를 판단함에 있어서 전제가 되는 사실만 밝혔다"고만 답했다.

노씨 측은 즉각 반박했다. 노씨 변호인이자 그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는 이날 밤늦게 '검찰 수사발표에 대한 노건평씨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냈다. 요약하면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하여 누구로부터도 청탁을 받은 일이 없고, 따라서 금품을 받거나 이득을 얻은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혐의 사실 공표·소환 조사까지 형평성 잃은 검찰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문무일 검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회의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팀은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 두 명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 검찰, '성완종 리스트' 8인 중 홍준표·이완구만 기소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문무일 검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회의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팀은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 두 명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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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의 전체 A4용지 15장의 발표문 중에 노씨 부분은 2장 가량 할애됐다. 리스트 속 인물들은 대부분 1장 내외에 불과했다. 노씨가 공소시효가 지나 불기소 처분(공소권 없음)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분량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검찰이 노씨의 혐의를 확인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노씨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검찰은 경남기업 전 임원인 김아무개씨는 2007년 12월26~29일 노씨를 세번 찾아가 특별 사면 명단에 성 전 회장이 포함되게 해달라고 로비를 했다고 밝혔다. 경남기업은 그 대가로 노씨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경남기업의 하청 건설사에 공사대금을 5억 원 더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김씨가 성 전 회장의 1차 사면인 지난 2005년 7월 노씨에게 약 3천만 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김씨가 "(특사만 잘 해결되면) 공사 현장은 걱정 않도록 해드리겠다, 언양 공사 현장은 좀 더 챙겨 드리겠다"고 했다는 진술 내용도 밝혔다.

소환 조사도 그렇다. 똑같이 공소시효가 완료된 사안인데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소환하지 않고 서면 조사에 그쳤다. 반면 노씨에 대해서는 직접 소환에 이어 혐의 사실까지 공표하는 등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씨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은 네 번째 일이다. 지난 2004년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2008년에는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2012년에는 회삿돈 횡령 사건에 각각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

"시시콜콜 알 권리 보장"... 친절한 검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성 회장은 이명박 정부시절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MB(이명박) 정부의 피해자가 어떻게 MB맨이 되겠냐"며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나는 MB맨이 아니다"고 말했다.
▲ 눈물 흘리는 성완종 "나는 MB맨 아니라 MB 정부 피해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성 회장은 이명박 정부시절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MB(이명박) 정부의 피해자가 어떻게 MB맨이 되겠냐"며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나는 MB맨이 아니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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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는 검찰 수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검찰 발표는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노씨가 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는 성 전 회장의 2005년 1차 특별사면 대가로 노씨가 약 3000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언제, 사면을 청탁했는지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돈 전달 혐의만 있을 뿐 어떤 청탁을 했는지는 검찰이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 발표문에는 사면 전후로 돈이 전달됐다는 정황만 나와 있다.

더구나 검찰은 지난달 24일 노씨를 소환 조사하면서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노씨가 이같은 혐의에 대해 제대로 해명할 수 없었고 검찰의 갑작스러운 공표는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정 변호사는 "1차 사면에 관해 막연하게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만 물었다"며 "김씨가 노씨에게 3000만 원을 줬다면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인지 진술했을 것인데 그에 대해 전혀 묻지 않았다. 그런 진술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노씨를 기소를 하지 않아 법정에서 해명할 기회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금품 수수 혐의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노씨의 변론 기회를 무시하는 매우 부당한 일"이라며 "기소를 하지 않아 법정에서 소명할 기회도 없어졌다, 이런 식의 발표는 검찰의 의도적인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검찰의 이중적 태도에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친절한 검찰씨, 처벌의 가치가 없으면 수사를 않는 게 검찰"이라며 "노건평씨는 공소시효 지나도 친절하게 시시콜콜 밝혀 국민의 알 권리를 지켜주는 친절한 검찰씨에 감사드린다"고 비아냥거렸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노건평, #성완종리스트, #김기춘 비서실장, #정재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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