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펼치고 있는 프로야구 한화와 KIA가 21점을 주고 받는 난타전을 펼쳤다.

지난 2일 경기에선 한화가 14-7 대승을 거두며 KIA에 전날 패배를 설욕하는 데 성공하고 5위(39승 36패) 자리를 지켰다. KIA(36승 36패)는 한화와의 경기 차가 다시 1.5게임으로 벌어지며 SK와 공동 6위를 유지했다.

이긴 쪽이나 진 쪽이나 내심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었던 승부였다. 두 팀 타선은 그런대로 제 몫을 다했지만, 오히려 강점으로 꼽아왔던 마운드가 속절 없이 흔들렸다. KIA는 그간 팀의 버팀목이던 선발 야구의 장점을 모두 상실한 경기였다. 선발로 투입된 김병현은 1.2이닝간 6실점을 내주는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조기 강판됐다.

KIA는 팀 타율 최하위에 그칠 만큼 시원치 않은 공격력을 마운드로 버텨온 팀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팀 평균 자책점 4.45로 리그 4위지만, 선발만 놓고 보면 4.31로 리그 1위였다. 하지만 양현종-조쉬 스틴슨의 원투펀치를 제외하고 최근 3~5선발에 구멍이 뜷렸다. 필립 험버가 3승 3패 자책점 6.75라는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퇴출설이 거론되고 있고, 김진우와 서재응도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상황이다.

김기태 감독은 한화전에서 양현종의 조기 등판도 염두에 뒀으나 불펜 자원 중 그나마 선발 경험이 풍부한 김병현을 대체 선발로 낙점했다. 그러나 김병현은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초반부터 제구력이 급격하게 흔들리며 무너졌다. 콘트롤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도 무리하게 빠른 승부를 고집하다 오히려 한화 타자들에게 연속 안타를 얻어맞고 자멸했다. 김병현은 올 시즌 승리 없이 4패, 자책점 8.28이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김병현의 노련미와 자기 관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김기태 감독의 입장이 머쓱하게 됐다.

KIA, 흔들리는 마운드... 무너지는 수비

KIA는 이날 김병현이 혼자 5개의 사사구를 내준 데 이어 총 8개의 사사구로 주자를 걸어보냈다. 0-6으로 끌려가던 4회말 3점을 만회하며 추격의 시동을 건 상황에서 5회초 또 다시 사사구를 남발한 것이 뼈 아팠다. 무사 만루에서 유격수 이인행의 실책성 플레이까지 나오며 추가 실점했다. 한화가 5회초 6득점하는 동안 볼넷만 3개가 나왔고 3-12가 되면서 흐름은 완전히 한화 쪽으로 넘어갔다. 흔들리는 마운드에 수비까지 무너지니 KIA로서는 대책이 없었다.

한편 승리한 한화 역시 대승에도 마무리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타선이 초반부터 집중력을 보여주며 대량 득점에 성공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정작 이기고도 소모적인 마운드 운용은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1선발 탈보트를 비롯하여 박정진과 권혁, 윤규진까지 필승조를 총동원하고도 7점이나 내준 것은 기존의 한화 스타일을 감안하면 정석적인 승리 패턴과는 거리가 있었다. 탈보트는 5이닝 동안 안타 4개와 사사구 3개를 내주고 5실점을 기록했다. 부진하다고 할 만한 내용이었지만 상대 선발 김병현이 워낙 못한 데다 타자들의 활발한 득점 지원 덕분에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필승조 3인방인 박정진과 권혁-윤규진을 또다시 마운드에 올린 것은 또다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김성근 한화 감독이 6회 시작과 동시에 탈보트를 내리고, 좌완 박정진을 투입한 것은 한화가 12-5, 무려 7점 차로 앞선 상황이었다. 종전 이닝에서 한화는 무려 6점을 뽑아내며 흐름을 가져온 상황이었다. 박정진은 2이닝을 소화했고, 이어 권혁(0.2이닝)-윤규진(1.1이닝)이 마운드에 올랐다.

한화 불펜 투수들은 올 시즌 혹사 논란의 중심에 있다. 잦은 연투와 불규칙한 기용 방식은 올 시즌 한화의 선전에도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3~4점 차 정도라면 이해가 가지만 점수 차는 무려 7점이었다.

경기 후반에도 추가점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 명 정도라면 몰라도 이미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는 주력 투수 3인방을 모두 투입해야 할 만큼 긴박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화 불펜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권혁은 사흘만의 등판이었지만, 지난 주말 사흘동안 무려 110개의 공을 던졌다. 그동안 3일 연투도 수차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무리해서 마운드에 올릴 필요는 없었다.

정대훈, 조영우, 김기현 등 다른 투수들은 아예 등판하지 않았다. 설령 이들 3인방과 나머지 투수들의 기량 차이가 있다고 해도, 점수 차가 여유있을 때가 바로 다른 투수들의 기량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였다.

결과적으로 주력 3인방을 투입하고도 4이닝간 2실점을 내줬으니 내용 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투수 운용이었던 셈이다. 여름에 접어 들면서 한화 필승조의 구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는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렇게 큰 점수 차에도 주력 투수들이 쉬지 못한다면 누적된 피로도는 결국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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