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낮 밭에 가서 감자를 캤습니다. 지난 3월 26일 감자 씨를 묻고 약 백 일만에 감자를 캤습니다. 감자는 보통 석 달 만에 캡니다. 비교적 자라는 시간이 짧은 것이 특징입니다. 늘 감자를 캘 때면 장마철과 겹치기 때문에 비를 피해 감자를 캐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어제도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감자를 캐기에는 좋은 날씨였습니다. 비록 길이 3미터, 두둑 여섯에 감자 씨를 묻었지만 허리를 숙이고 감자를 캐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감자는 감자 줄기나 잎사귀가 마르기 시작할 때 캡니다. 감자를 캐는 시기가 늦어서 순이 사라지고 나서 캐면 때가 늦어져서 썩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장마 빗물이 땅 속에 스며들어 감자를 썩게 하는가 봅니다.
감자를 캐기 위해서 감자 줄기와 잎이 있던 땅 아래를 파면 감자보다 땅속에 살던 여러 목숨들이 놀라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지렁이, 땅강아지, 진딧물, 개미, 개구리 등등 셀 수 없는 여러 목숨들이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거나 혼비백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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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를 캐면서 땅 속에 있던 목숨들입니다. 우리나라 땅과 거의 비슷한 것들이 살고 있습니다. |
ⓒ 박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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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일본 간사이 지역은 감자에게도 적당한 날씨였습니다. 씨감자 2 kg 정도를 묻었는데 25 kg 정도 거두어들였습니다. 땅 속에서 몇 개 썩은 것도 보았지만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씨감자를 묻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밭에 들러서 물도 주고, 풀을 메기도 했습니다.
감자 밭 둘레에는 아직 결명자가 자라고 있습니다. 감자와 같은 날 씨를 뿌렸지만 결명자는 이제 50cm 정도 자랐습니다. 결명자가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서 수확하기에는 아직도 서너 달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감자밭 옆에는 이제 고구마 순이 뿌리를 뻗어서 순을 펼치고 있습니다. 고구마는 감자보다 좀 늦게 순을 묻었습니다. 고구마는 감자보다 더 따뜻한 날씨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고구마 순을 묻고 뿌리가 날 때까지 물을 주어야 합니다. 몇 번 물도 주고 비도 내려서 이제 땅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순이 자랐습니다.
감자는 토마토나 가지와 더불어 가지과입니다. 감자는 꽃이 피고 토마토 같은 작고 둥근 열매가 열립니다. 감자 꽃이 피면 잘라주어야 감자가 크고 잘 여문다고 꽃을 자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자, 토마토 가지 따위는 모두 남미,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입니다. 콜럼버스가 남미 대륙을 찾아가서 씨앗을 유럽에 가져와서 세계 여러 곳에 퍼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비교적 일찍이 들어와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감자를 캐서 몸은 피곤하지만 둥근 감자를 많이 수확해서 마음은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비록 한 뼘 밖에 되지 않은 좁은 땅이지만 땅에 씨를 뿌리고, 푸성귀를 가꾸는 것은 철이 바뀌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또, 땅과 해와 비 따위 자연의 위대함도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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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를 캐면서 본 여러 가지 모양 가운데 심장 모양 감자와 감자 열매입니다. 겉은 토마토와 비슷하고, 속은 가지와 비슷합니다. |
ⓒ 박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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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국립수목원, 한국의 민속식물-전통지식과 이용, 2013.12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