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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쓰레기매립지 연장 논의가 오랜 진통 끝에 지난 6월 28일 마침내 합의에 도달했다. 물밑에서 오랫동안 노심초사 애쓴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와 환경부 담당자의 노고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렇지만 이것은 한 고비를 넘겨서 문제를 잠시 뒤로 미룬 것일 뿐 수도권이 직면한 쓰레기 위기는 여전하다. 합의를 환영한다고 두 손 들고 기뻐하고 싶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합의 내용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나 경기도 일각의 사람들은 인천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있고, 인천시민들은 여전히 쓰레기로 인한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하는지 묻고 있다. 또 10년 뒤에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은 있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많다. 어렵고 난처한 문제다.

어렵게 도출된 이번 합의를 부정할 것인가? 더 이상의 소모적인 대립은 사회적 낭비다. 이번 합의를 시작으로 앞으로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있도록 서로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간 손익계산은 잠시 접어두고 매립지 주변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과 지역발전의 방안을 고민하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쓰레기는 '발생지 처리'가 원칙이다. 잘 지켜지기 어려운 원칙이고, 대부분 지키는 척 시늉만 많이 한다. 나는 이번 수도권 매립지 사용연장 논의가 자기 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자기 지역에서 책임지고 처리한다는 원칙이 진지하게 인식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미 서울시는 2017년 쓰레기 매립 제로를 목표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쓰레기 제로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행정의 구체적 목표로 설정되어 추진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

수도권 매립지 사용연장 논의가 지역 간 다툼을 넘어 우리 사회의 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러한 긍정의 에너지가 다툼과 냉소를 넘어 확산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번 합의로 인해 우리는 10년의 시간을 벌었다. 이 10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우리는 매립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충 시간만 때우는 시늉만으로는 위기를 돌파하지 못한다. 시민의 의식과 행태를 변화시키고 쓰레기 행정의 혁신이 필요하다.

밤마다 종량제 봉투를 뜯고 재활용품 혼입을 단속하는 공무원들의 노력이 지속가능한 행정시스템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이번 합의를 10년의 약속이라고 한다면, 10년 뒤 약속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수도권이 쓰레기에 파묻히는 지역이 될지는 앞으로 10년의 노력에 달려있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만큼 많은 것이 달라져 있기를 기대한다.



태그:#수도권 매립지, #쓰레기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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