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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의 메르스 예방 수칙을 풍자한 MBC <무한도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보건당국의 메르스 예방 수칙을 풍자한 MBC <무한도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 무한도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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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가 정부의 부실한 메르스 대응을 풍자한 예능프로그램에 잇따라 징계하면서 과민 반응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동시에 비슷한 시기 한 뉴스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삼족을 멸할 일' 등의 막말을 쏟아낸 일을 두고 방심위가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메르스 풍자에 잇단 징계... "정부 비판에 재갈 물리는 것"

지난 1일 방심위는 보건당국의 메르스 예방법을 풍자한 MBC <무한도전>에 행정지도인 '의견제시' 제재를 의결했다. 지난 6월 13일 진행자 유재석이 "메르스 예방법으로는 낙타, 염소, 박쥐와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하고 낙타고기나 생 낙타유를 먹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말한 부분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객관성 위반의 근거는 이렇다. 유씨의 대사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메르스 감염예방 기본수칙'에서 발췌한 것이다. 다만 기본수칙에는 "중동지역 여행 중 낙타, 박쥐, 염소 등 동물과의 접촉을 삼가시기 바랍니다"라고 나온 반면, <무한도전>은 위험지역을 '중동'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프로그램이 국내 염소농가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와 피해를 유발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염소농가의 항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는 보건당국을 풍자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면서 "방심위가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에 이어 <무한도전>까지 징계해 정치 풍자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해석했다.

방심위가 지난 6월 24일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인 '민상토론'에 '의견 제시' 제재를 의결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분분하다. '민상토론'은 지난 6월 14일 방송에서 "정부의 빵점짜리 대처에 한숨이 나오시는 군요" 등 정부의 메르스 부실 대응을 강도 높게 풍자했다. 또한 엇갈린 행보로 대립각을 세운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겨진 티셔츠를 들고 나와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극도 연출했다.

방심위는 이날 상황극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 유지)에 어긋났다고 판단했다. 이어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지상파에서 다양한 정치적 견해와 입장을 가진 시청자들의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불쾌감을 유발할 소지가 있었으며 특정인의 인격권 등을 침해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문제는 지난 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의 공방으로까지 확대됐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방심위가 메르스 정국을 풍자한 프로그램에 연달아 징계를 가하자 PD들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PD연합회는 2일 성명을 발표하고 "지금 방통심의위의 행태는 정부를 비판하는 프로그램에 징계를 가해 다시는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재갈을 물리고 있다"라면서 "비록 비법정제재이고, 경징계라곤 하지만, 제작진에게 상당한 위축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항의했다.

"박원순, 삼족 멸해야"... 막말 시사프로에는 관대한 방심위

28일 오전 연합뉴스TV <뉴스10>에 출연한 신동준 21세기정경연구소 소장
 28일 오전 연합뉴스TV <뉴스10>에 출연한 신동준 21세기정경연구소 소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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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방심위가 종합편성채널을 중심으로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쏟아져 나온 막말에는 느슨하게 대응한다는 지적도 일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일 '막말 패널 출연,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라는 이름의 논평을 내고 "방심위가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풍자한 KBS '민상토론'에 대해서는 '의견제시'를 내리는 데 비해 종편의 저질 '막말방송'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다"라며 "막말 방송을 전 방위적으로 모니터링해 심의를 실시하고 엄중한 결과를 내려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날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문제삼은 '막말'은 지난 6월 28일 연합뉴스TV <뉴스10>에 패널로 출연한 신동준 21세기정경연구소 소장의 발언이다. 신 소장은 이날 방송에서 시종일관 격앙된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 등을 옹호하며 친박계 정서를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신 소장은 지난 6월 4일 박 시장의 메르스 긴급 기자회견을 거론하면서 "일개 서울시장" "이건 쿠데타고 내란 음모" "옛날 같으면 삼족을 멸할 일" "대통령을 우습게 알아도 분수가 있지"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을 비판하는 항의글이 빗발쳤다.

신 씨의 막말은 이번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에 출연해 박 시장이 추진한 친환경무상급식을 농약급식이라고 부르며 "이건 세월호하고 똑같이 위험한 건데, 백성들을 갖다가, 이거 어린애들 죽인 것"라고 말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선거방송심위원회에서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았고, 신 소장은 채널A에서 3개월 출연정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후에도 TV조선 <정치옥타곤>(1월 17일), <돌아온 저격수다>(1월 22일) 등에 출연해 막말을 이어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민상토론'이 징계를 받은 지난 6월 29일에 '박원순 막말'로 논란이 된 연합뉴스TV의 프로그램을 심의하라고 방심위에 요청했다. 이들은 해당 발언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13조 5항(대담·토론프로그램 및 이와 유사한 형식을 사용한 시사프로그램에서의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타인을 조롱 또는 희화화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명백히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제20조(명예훼손 금지), 제27조(품위유지)조항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PD들도 비슷한 견해를 표명했다. 한국PD협회는 앞선 성명에서 "예능프로그램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신속히 징계하는 방심위는 종합편성채널의 오보·막말·편파 방송에 대해서는 한없이 느슨한 잣대로 일관하는 편파성을 보인다"라면서 "아무리 살펴봐도, '객관성'은 예능 프로그램보다는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시사 토론프로그램에 더 어울리는 조항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태그:#무한도전, #민상토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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