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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이사인 심재철씨가 29일 서울 보라매공원 앞 한 커피점에서 천체 관측 교육 교재로 활용하고 있는 <성도와 밤하늘>을 펼쳐보이고 있다. 뒷면엔 '3+1 절전운동' 설명자료도 부록으로 실려있다.  심씨는 지난 6년 동안 석관동 두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아 전기료를 매년 수억 원씩 줄이고 경비비 고용 보장과 임금 인상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이사인 심재철씨가 29일 서울 보라매공원 앞 한 커피점에서 천체 관측 교육 교재로 활용하고 있는 <성도와 밤하늘>을 펼쳐보이고 있다. 뒷면엔 '3+1 절전운동' 설명자료도 부록으로 실려있다. 심씨는 지난 6년 동안 석관동 두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아 전기료를 매년 수억 원씩 줄이고 경비비 고용 보장과 임금 인상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노력해 왔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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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상 하늘이 도는 것처럼 보이는 분명한 현상과 천동설에 맞선 갈릴레이. 새롭게 관측된 사실을 바탕으로 권위에 눌리지 않고 새로운 이론을 만든 갈릴레이의 창의적 생각을 우리 학생들이 배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미스터 갈릴레이의 별별 이야기> 서문에서)

철강업에 쓰는 압연유 개발업체에 20년 넘게 몸담은 심재철(47) 한국하우톤 이사는 본업보다 '부업'으로 더 유명하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이사와 서울 성북구에 있는 석관동 두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그것이다. 일과 취미도 모자라 지역자치 활동까지 몇 사람 몫을 수년, 수십 년째 해왔다. 그것도 오랜 관행과 권위에 맞서가면서…. 그를 '미스터 갈릴레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별밤지기에서 절전 운동가로 거듭난 '미스터 갈릴레이'

천문학자 전유물이던 천체 관측을 취미 삼은 이들 사이에서 심씨는 '전설'로 통한다. 1990년대부터 30년 가까이 아마추어 천문인으로 활동하면서 <밤하늘 관측>, <미스터 갈릴레이의 별별 이야기> 같은 천체 관측 입문서를 펴내고 민간 천문대를 만들어 천체 관측 대중화에 노력한 탓이다. 심재철이란 이름이 천문학계 밖으로까지 알려진 건 지난 2009년 6월 25개 동, 1998세대에 이르는 대단지인 석관동 두산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맡으면서부터다.

지난 2012년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조명등을 모두 LED(발광 다이오드)로 바꿔 전기요금을 매년 수억 원씩 절약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엔 그 돈으로 경비비를 20% 가까이 올려 화제를 모았다. 마침 최저임금 적용을 앞두고 아파트 경비원 감축이 성행하던 시기였다. 결국 에너지와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석관동 두산아파트'는 곧 우리 사회를 바꿀 '사회혁신 키워드'였다(관련기사: '석관동 두산아파트'가 한국 사회 바꿀 키워드?).

지난 29일 낮 집 대신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근처에 있는 회사 앞에서 만난 심재철씨는  홀가분해 보였다. 바로 사흘 전 6년에 걸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임기를 모두 마친 탓이다.

"2009년만 해도 중앙난방을 개별난방으로 바꾸는 문제로 한창 시끄러웠어요. 당시 회사 다니는 사람이 왜 동대표를 하느냐며 집과 회사로 전화해 사퇴하라고 협박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지하주차장 조명등 바꿨더니 전기요금 1억 8천만 원 줄어

 심재철씨가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천체 관측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심재철씨가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천체 관측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심재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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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심씨는 2년 뒤 첫 직선제로 치러진 입주자 대표 회장 선거에서 46% 투표율에 76% 득표로 당당히 재선했다. 당시 심씨는 지하주차장 조명을 효율화해 공동 전기요금을 절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사실 그 전에도 5억 원 정도 드는 LED등 교체 공사를 무료로 해줄 테니 5년간 남는 전기요금을 달라는 업체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게 리베이트(뒷돈)로 5천만 원을 주겠다는 거예요. 뭔가 께름칙해서 공사를 취소시켰죠. 대신 2012년에 공사비 1억 4천만 원 주고 직접 교체했는데 8개월 만에 원가가 회수되고 매년 전기요금이 1억8천만 원이나 남는 거예요. 이래서 그 업체가 전기요금 남는 걸 달라고 했구나. 이걸 다른 아파트에도 널리 알려야겠다 싶었죠."

LED등은 형광등보다 설치비용이 10배 정도 비싼 대신 수명이 10배 길고 전력사용량도 절반 수준이다. 특히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365일 24시간 등을 켜야 해 전력 효율이 중요하다. 지난 2012년 초 석관동 두산아파트 지하주차장 형광등 1450개를 모두 LED등으로 바꾸면서 연간 1050만kWh에 이르던 전기사용량을 매년 200만kWh씩 줄일 수 있었다. 결국 그해 2월 1700만 원이던 공동전기요금이 7월엔 0원으로 줄었고, 무더위에 전기사용량이 급증했던 8월엔 오히려 3000만 원이 남아 한 세대당 1만5980원씩 돌려줄 수 있었다.

때맞춰 한국전력과 맺은 전기 계약 방식을 '종합계약'에서 '단일계약'으로 바꾼 것도 큰 보탬이 됐다. 종합계약과 달리 단일계약은 공동 전기에도 누진제가 적용되는 대신 요금이 저렴하다. 지하주차장이 없어 공동전기 사용량이 적으면 오히려 이득인 셈이다.

"LED만 교체했으면 1년에 6천만 원 정도만 줄었을 텐데, 공용전기 사용량을 줄이고 전기 계약을 바꿨더니 1억 8천만 원이 남은 거예요. 지하주차장이 있는 대부분 아파트는 종합계약이나 단일계약이나 큰 차이가 없는데 우리처럼 공동전기사용량이 개별세대 사용량의 20% 이내면 요금이 크게 줄어드는 거예요."

"한창 더울 때 에어컨 꺼라? 가전제품 설정하면 끝"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심재철씨가 29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앞 한 커피점에서 천체 관측 교육 교재로 활용하고 있는 <성도와 밤하늘> 뒷면엔 '3+1 절전운동' 설명자료도 부록으로 실려있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심재철씨가 29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앞 한 커피점에서 천체 관측 교육 교재로 활용하고 있는 <성도와 밤하늘> 뒷면엔 '3+1 절전운동' 설명자료도 부록으로 실려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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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전기요금이 줄자 이번엔 개별 세대 차례였다. 2012년 6월부터 아파트 주민들을 상대로 '미스터 갈릴레이의 3+1 절전 운동'에 나선 것이다. '3+1'에서 '3'은 냉장고, TV, 에어컨 등 가전기기 설정으로 한 번에 끝내는 '상시 절전'이다.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지 말라고 해서 휴가간 사흘 동안 실험했더니 실내온도가 높아져 전력사용량이 더 늘어난 거예요. 대신 냉장고 설정 온도를 주변 온도에 맞춰 높여봤죠. 냉동실은 영하 25도에서 영하 17도로, 냉장실은 영하 2도에서 영상 5도로 높였더니 식품 보관에 큰 영향이 없으면서 전력사용량이 20%나 줄어든 거예요. 정부에선 한창 더울 때 에어컨을 끄자고 '순간 절전'을 강조하는데 가족과 주민들만 괴롭히는 방식이죠. 대신 '상시 절전'은 시간이 쌓일수록 전기를 더 많이 절약할 수 있어요.

다음은 TV였어요. 우리 집 42인치 PDP TV를 절전 모드로 바꿨더니 전력소비량이 40%가 줄었어요. 주변에선 TV 화면이 어두워지면 싫어한다고 해서 가족 몰래 바꾸라고 했더니 90%가 눈치를 못 채더래요. 어두운 데서 별을 볼 때 눈의 동공이 커져서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 원리죠.

에어컨은 안 쓸 때도 콘센트에 플러그를 계속 꼽아 놓잖아요. 아파트 누전차단기에서 에어컨 전용 스위치를 껐더니 9월 한 달만 대기전력 3kWh가 주는 거예요. 1000세대만 참여해도 한 달 3천kWh, 1년 3만kWh 이상이 주는 거죠. 이렇게 설정 3가지만 해두면 더는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우리 집도 그때부터 전기요금이 한 달에 1만 5천 원 이상 안 나와요. 평소 2만8천~3만 원에서 40% 이상 준 거죠. 덕분에 서울시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해서 수십만 원 상품권도 받았죠. 우리 아파트 주민은 80% 이상 가입했어요."

나머지 '+1'은 인터넷 관련 대기전력 차단을 의미한다. 매일 잠자기 전이나 외출 전에 TV 셋톱박스와 인터넷 공유기 전원만 완전히 차단해도 매달 5~8kWh 이상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씨가 두산아파트 모든 세대에 절전형 멀티탭을 나눠준 이유다.

심씨의 절전 교육 방식도 독특하다. 주민들의 교육 참여를 유도하려고 참가자들에게 상가에서 쓸 수 있는 1만 원짜리 상품권을 나눠주는가 하면, 천체 망원경을 동원해 밤하늘 관측 행사와 절전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 천체 관측용 성도(<성도와 밤하늘>)를 만들면서 '3+1 절전운동' 설명 자료를 부록으로 끼워 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심씨가 이처럼 절약 운동에 앞장서면서 석관동 두산아파트는 지난 2012년 성북구 제1호 '절전소'가 된 데 이어 지난해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로 선정됐다.

"경비원 잘라 관리비 잡자? 에너지 비용 줄이자고 설득"

 지난 6월 26일 석관동 두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임기를 마친 심재철씨가 동대표들과 아파트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산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조명등을 LED로 바꾸는 등 연간 수억원의 전기료를 아껴 지난해 서울시에서 '에너지자립마을'로 선정됐다.
 지난 6월 26일 석관동 두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임기를 마친 심재철씨(맨 왼쪽)가 동대표들과 아파트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산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조명등을 LED로 바꾸는 등 연간 수억원의 전기료를 아껴 지난해 서울시에서 '에너지자립마을'로 선정됐다.
ⓒ 심재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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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에너지 절약 운동은 경비원 고용 보장과 임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아파트 관리비에서 70% 정도 차지하는 에너지 비용이 크게 줄면서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경비원이 30명이나 돼 용역업체로 바꿨더니 경비원이 1년도 안 돼 계속 바뀌는 거예요. 조사해 봤더니 퇴직금 때문이더라고요. 우린 매달 퇴직금까지 포함해 지급하는데 경비원이 1년 안에 그만두면 그게 다 용역업체 수입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지난 2012년에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경비원을 바꿀 수 없게 경비용역계약서를 바꿨어요.

그때 경비원들 모아 놓고 오래 다니면 퇴직금도 있고 매년 월급도 계속 오르니 자꾸 옮기지 마라, 주민 위해 열심히 일하면 안 잘린다고 설득했어요. 그때 할아버지들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어요. 우는 분도 계셨고요. 동대표가 괴롭히기만 했지 자기들 위해 계약서 바꾸는 건 처음 봤다는 거예요. 그 뒤론 다들 안 그만두고 오래 다니고 계세요."

하지만 얼마 안 돼 인원 감축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말 아파트 경비원에게도 최저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연간 경비비 1억 원 이상 인상 요인이 생긴 것이다.

"전 경비원 숫자를 줄이지 말고 경비비를 19% 올리자고 제안했어요. 당시 동대표들 사이에선 경비원 숫자를 더 줄이자, 쉬는 시간을 늘려 급여를 줄이자는 사람도 있어 3시간 넘게 격렬하게 토론했죠. 이미 2개 동을 1명이 지킬 정도로 경비원 숫자를 최소화해서 더 줄이면 주민들도 불편해요. 그동안 동대표들이 열심히 해서 전기요금을 매년 몇 억 원씩 아꼈는데 경비비 1억 원 늘어도 감당할 수 있지 않느냐, 관리비 총액은 차이가 없으니 다같이 상생하자고 설득해서 겨우 1표 차로 통과됐어요."

경비원만 문제는 아니다. 서울시에선 아파트 비리를 없애려고 아파트 관리비 내역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는데 석관동 두산아파트는 전체 관리비는 낮은 편이지만 인건비가 포함된 일반 관리비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 6년간 관리소 직원들 임금 올리려고 다른 동대표들과 많이 싸웠어요. 관리소장이 50대 초반인데 월급 200만 원 받아서 어떻게 열심히 일하겠어요. 인건비 많이 올려주는 대신 비리 저지르지 않게 해야죠. 대신 에너지 비용을 줄이자고 설득했죠."

심씨가 이처럼 아파트 안에서 경비원 같은 상대적 '약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건 회장 취임 초 어린이집 임대료 문제부터다. 당시 어린이집 공개 입찰을 했더니 월 65만 원이던 임대료가 190만 원까지 오른 것이다. 결국 심씨는 어린이집 선정위원회를 만들고 적정임대료를 정해 월 70만 원으로 다시 내렸다.

"아파트 안에도 약자와 강자가 있는데 무조건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건 나쁜 민주주의예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주민에겐 중요하지만 대부분 관련없는데 다수결로 하자는 건 민주주의를 가장한 폭력이죠. 그래도 동대표들은 정치적 야심이 있거나 사익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3시간 넘게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설득하면 정의로운 결론에 도달해요. 정보나 소통이 부족해서 편견을 가질 뿐이죠. 이게 지금까지 72차례 회의하면서 내린 결론이에요."

"김영배-박원순 덕에 확산... 시민 아이디어 활용해야"

 6월 30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사회혁신 키워드 100' 행사에 소개된 '석관동 두산아파트'
 6월 30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사회혁신 키워드 100' 행사에 소개된 '석관동 두산아파트'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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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나 일자리 문제 해결은 지금까지 정치권이나 정부, 관청의 몫이었다. 하지만 심씨는 석관동 두산아파트란 작은 주민자치공간 안에서 그 역할을 해낸 것이다. 정부가 하던 일을 시민의 힘으로 해결하는 이른바 '시민 이니셔티브'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걸 받아들이는 관청이나 정치인이 없었으면 이렇게 폭발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두산아파트도 김영배 성북구청장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어서 떴지 우리 아파트 안에만 머물렀을 수도 있어요. 구청이나 시청에서 우리 사례를 활용하니 성북구 절전소가 34개로 늘었고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이 계속 늘어나잖아요. 관에서 시민들이 낸 아이디어를 들어보고 충분히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해요."

심씨는 서강대에서 화학을 전공했지만 학창시절 내내 아마추어 천문학에 심취했다. 정작 화학과 졸업생들 가운데 심씨처럼 전공을 살리는 이는 드물다. 이 또한 오랜 천체 관측과 실험 경험으로 다져진 과학적 사고 덕이다.

"공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찾는 게 우리가 주로 하는 일인데, 밤하늘에서 별을 볼 때 (천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찾는 거랑 똑같아요. 겉으로 드러난 변화 뿐 아니라 그 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의심하는 것도 생활화됐고요. 또 아이들이나 천문학을 모르는 사람 수준에 맞춰 교육하고 대화하는 데 익숙한 것도 회사 일이나 동대표 하면서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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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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