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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문무일 검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회의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팀은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 두 명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 검찰, '성완종 리스트' 8인 중 홍준표·이완구만 기소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문무일 검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회의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팀은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 두 명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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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反轉). 일의 형세가 뒤바뀐다는 뜻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반전은 보는 이들의 흥미를 끄는 주요한 요소다. 보는 이들의 기대를 외면하고, 예상을 빗나가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이른바 '성완종리스트' 수사에도 반전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지난 4월9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며 남긴 메모에서 시작된 성완종리스트 수사. 56자로 된 메모에는 '김기춘(10만 달러), 허태열(7억), 홍준표(1억), 부산시장(2억), 홍문종(2억), 유정복(3억), 이병기, 이완구'가 적혀 있었다. 메모는 불법대선자금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깜짝 반전'은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더 집중시켰다. 검찰은 친박 실세들은 털끝 하나 건들지 않고 오히려 성 전 회장 측근들을 구속했다. 부패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었지만 여당은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했다. 그리고 검찰의 마지막 칼끝은 결국 '친노'에게로 향했다. <오마이뉴스>는 82일간 반전을 거듭한 성완종리스트 수사를 되짚었다.

[반전①] 성완종 측근은 징역 구형, 친박 실세는 무혐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성 회장은 이명박 정부시절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MB(이명박) 정부의 피해자가 어떻게 MB맨이 되겠냐"며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나는 MB맨이 아니다"고 말했다.
▲ 눈물 흘리는 성완종 "나는 MB맨 아니라 MB 정부 피해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성 회장은 이명박 정부시절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MB(이명박) 정부의 피해자가 어떻게 MB맨이 되겠냐"며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나는 MB맨이 아니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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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상상이나 했을까? 검찰 수사팀의 칼끝이 처음 향했던 곳은 리스트에 오른 인물이 아니었다. 검찰은 지난 4월25일, 성 전 회장의 측근인 박아무개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아무개 비서실장을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두 사람은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날에도 함께 회의를 했던 측근 중의 측근이다.

혐의는 증거인멸이었다. 두 사람이 지난 3월18일과 25일, 회사 직원들을 시켜 성 전 회장의 경영활동 일정표와 수첩, 회사자금 지출내역 자료 등을 은닉하거나 인멸했다는 것이다. 첫 소환자였던 홍 지사가 포토라인에 서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검찰은 두 사람이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는 수사가 이뤄지던 중에 피고인들이 주요 증거를 은닉해 로비의혹 수사가 큰 방해를 받았다"며 "회복된 자료는 극히 일부이고 나머지 자료는 여전히 오리무중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해 국민적 혼란을 줄 수 있는 이런 행위는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검찰은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두 측근은 성 전 회장의 지시였다고 항변하고 있다. 지난 1일 공판에서 박 전 상무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성 회장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했고 이 실장 측은 "월급이 가족의 유일한 생계유지 수단인,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40대 가장이자 회사원으로 회사를 살려보려고 했던 일이다"라며 읍소했다.

[반전②]'부패정권 심판론'에도 4·29선거는 새누리당 압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 설치된 선거 상황실에서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4.29 재보선 자축하는 김무성-유승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 설치된 선거 상황실에서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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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선거는 여당의 '무덤'으로 인식된다. 성완종 리스트는 4·29 재보궐 선거를 보름 앞두고 터져 나왔다. 때마침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정부의 무능이 다시 회자됐고 여기에 성완종리스트는 여당 악재에 기름을 부었다. 더구나 리스트에 오른 이완구 국무총리가 4월 20일 불명예 퇴진하면서 야당은 쾌재를 불렀다. 부패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는 듯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성완종리스트는 '찻잔 속 태풍'이었다. 새누리당 3 - 새정치민주연합 0 - 무소속 1로 여당의 압승이었고, 새정치연합은 전패였다. 새누리당이 경기도 성남 중원과 인천 서·강화을, 서울 관악을에서 승리했다. 나머지 광주 서을은 무소속 천정배 전 의원이 당선됐다. 야당의 '친박게이트' 공세가 한풀 꺾이게 됐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선거 직후 "제가 부족해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며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잇단 악재 속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결집한 효과로 분석된다. 또 야권의 분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야권 거물인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탈당, 무소속으로 텃밭인 서울 관악을, 광주 서을에 출마하면서 초반부터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이 분산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무엇보다 여당의 물타기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완구 총리가 사임한 뒤, 여당은 성 전 회장에게 내려진 두 번의 특별사면을 물고 늘어졌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선거를 하루 앞둔 4월 28일, 박 대통령은 "성 전 회장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치를 훼손하고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결국 오늘날같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며 사실상 검찰에 '사면' 수사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반전③] 결국 전 정권과 야당 겨눈 검찰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마지막 주요 소환 조사자도 반전이었다. 박 대통령이 지시한, 성 전 회장 특별사면과 관련 의혹의 당사자는 당시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법무부 관련자가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였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2005년 5월과 2008년 1월 두 차례나 대통령 특사 명단에 포함된 게 노건평씨에 대한 금품로비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첫 번째 특사 때는 성 전 회장 측근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았고, 두 번째 특사 때는 노씨의 측근이 대표인 토건업체에 경남기업이 공사비를 증액하는 수법으로 5억 원을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했다.

노씨는 "성 전 회장 측근을 만나 사면 청탁을 받았으나 단호히 거절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기소되지도 않은 탓에 법정에서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수사지시한 특별사면 의혹은 노무현 대통령 친형의 비리로 마무리되는 수순이다.

검찰은 전 야당 대표도 수사 선상에 올렸다. 성 전 회장과 친하게 지낸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대표가 성 전 회장 돈 3000만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검찰은 김 전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김 전 대표가 야당 탄압이라며 응하지 않고 있고, 수사팀은 김 전 대표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계획이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성완종리스트, #홍준표 이완구, #노건평, #불법 대선자금,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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