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인천 골잡이 케빈의 오른발 중거리슛 순간

후반전, 인천 골잡이 케빈의 오른발 중거리슛 순간 ⓒ 심재철


축구장에서 보이는 우연의 법칙은 너무나 다양해서 뭐라 규정하기 힘들다.

그래서 공이 둥글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데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기묘한 인연이 만들어지고 있는 팀이 있다. 어느덧 6위까지 치고 올라온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그 주인공이다. 축구장에서 가장 불편한 '레드카드'와의 묘한 인연이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광주 FC와의 홈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케빈의 선취골을 끝까지 잘 지켜내며 1-0으로 이겼다. 최근 네 경기 동안 3승 1무의 상승세로 6위(6승 8무 5패, 19득점 16실점)까지 올라섰다.

케빈의 재치있는 결승골

7위와 8위의 맞대결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순위표 중위권은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렸지만 광주 FC의 조직력은 홈팀 인천 유나이티드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36분에 짜릿한 결승골이 터졌다. 인천 골잡이 케빈으로서는 좀 멋쩍은 상황이었지만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는 것도 축구의 실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광주 수비수 정호정이 공을 몰다가 동료 미드필더 이찬동을 보며 밀어주는 순간 호흡이 안 맞았다.

이찬동은 공격 방향으로 몸을 틀었고 정호정의 패스는 이찬동의 뒤로 굴러왔다. 이 기회를 케빈이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오른발 감아차기로 광주 골문 오른쪽 구석을 제대로 갈랐다. 작년까지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문을 네 시즌(87경기)이나 지키다가 떠난 골키퍼 권정혁이 버티고 있었지만 손을 쓸 수 없는 골이었다.

이에 원정 팀 광주의 남기일 감독은 62분에 부상을 털고 돌아온 간판 미드필더 김호남을 들여보내며 동점골을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인천의 짠물 수비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호남은 들어온 지 10분 만에 오른쪽 측면에서 이종민이 날카롭게 띄워준 공을 향해 몸을 날렸지만 공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깊은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훈 감독이 주문한 수비 전술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훈 감독이 주문한 수비 전술 ⓒ 심재철


광주 수비수 이으뜸 퇴장

그런데 후반전에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76분에 광주 수비수 이으뜸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것이다. 바로 3분 전에 케빈과의 높은 공 다툼을 벌이다가 무릎으로 케빈의 등을 가격했다고 해서 정동식 주심으로부터 먼저 경고를 받았다는 것을 망각한 듯 더 아찔한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인천의 공격 단짝 케빈과 김인성은 지난 일요일(6월 28일) 저녁에 대전 시티즌을 무너뜨리는 쐐기골을 만들어낸 것에 이어 이번에도 똑같은 연결 과정을 자랑했다. 거기에 광주 수비수 이으뜸이 당한 것이다.

케빈의 기막힌 터닝 패스를 받은 김인성이 빠르게 달려들어가고 있었기에 이으뜸으로서는 벌칙구역 밖에서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거기서 그냥 빠져나간다면 광주 골키퍼 권정혁과 1:1로 맞서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에 경고 없이 직접 레드카드를 꺼내들었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10명을 상대로 뛰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제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올 시즌 유독 상대 팀에서 퇴장 선수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경기를 안 본 사람들이 들으면 오해할 수도 있을 정도다. 2015 K리그 클래식에서 지금까지 총 7명의 퇴장 선수가 나왔는데 그중 4명의 선수가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하다가 쫓겨난 것이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천 유나이티드가 상대 팀 퇴장 특수를 누리지도 못했다. 4경기를 통해 2승 1무 1패의 기록을 남겼다. 5월 23일 전주에서 벌어진 선두 전북 현대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경기 시작 후 5분만에 전북의 간판 미드필더 한교원이 인천 수비수 박대한을 가격하는 바람에 곧바로 퇴장당했다. 인천은 그로부터 추가 시간까지 포함하여 90분 동안을 11:10으로 뛰었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오히려 0-1로 패하고 말았다.

6월 21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도 비교적 이른 시간에 퇴장 명령이 떨어졌다. 인천 골잡이 케빈과 몸싸움을 벌이던 울산 수비수 유준수가 비신사적인 반칙을 저질러 12분 만에 쫓겨난 것이다. 거기서도 인천은 김진환의 선취골(62분)을 지키지 못하고 78분에 울산 골잡이 김신욱에게 뼈아픈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6월 28일) 저녁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도 원정팀 대전의 간판 골잡이 아드리아노가 인천 미드필더 김원식과 다투다가 퇴장당한 바 있다. 이쯤 되면 올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가 표방한 '늑대 축구'가 무서워질 정도다.

 인천 유나이티드 권완규 선수가 전반전에 오른발 슛을 시도하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권완규 선수가 전반전에 오른발 슛을 시도하는 순간 ⓒ 심재철


비록 득점(19골, 10위)은 다른 팀들에 비해 초라하지만 실점 기록(16실점, 1위)만큼은 1위 전북 현대(18실점, 2위)보다도 앞서 있을 정도로 짠물 수비를 자랑한다. 그만큼 필드 플레이어들이 경기 내내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하며 끈질기게 달라붙는 것이 인천 유나이티드의 늑대 축구인 것이다. 한 번 물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느낌을 상대 팀에게 심어주고 있는 셈이다.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는 6위를 넘어 5위 전남 드래곤즈의 자리까지도 넘보고 있다. 김도훈표 늑대 축구가 어디까지 버티는가를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을 즐기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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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결과(7월 1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0 광주 FC [득점 : 케빈(36분)]

◇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상대 팀 퇴장 기록
★ 전북 현대 1-0 인천 유나이티드(5월 23일 전주성)
- 전북 한교원 퇴장(5분)

★ 울산 현대 1-1 인천 유나이티드(6월 21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
- 울산 유준수 퇴장(12분)

★ 인천 유나이티드 2-0 대전 시티즌(6월 2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대전 아드리아노 퇴장(19분)

★ 인천 유나이티드 1-0 광주 FC(7월 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광주 FC 이으뜸 퇴장(76분)

◇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순위표
1 전북 현대 40점 12승 4무 3패 29득점 18살점 +11
2 수원 블루윙즈 33점 9승 6무 4패 31득점 21살점 +10
3 포항 스틸러스 30점 8승 6무 5패 25득점 20살점 +5
4 FC 서울 30점 8승 6무 5패 21득점 20살점 +1
5 전남 드래곤즈 28점 7승 7무 5패 24득점 23살점 +1
6 인천 유나이티드 26점 6승 8무 5패 19득점 16살점 +3
7 성남 FC 26점 6승 8무 5패 23득점 22살점 +1
8 제주 유나이티드 25점 7승 4무 8패 29득점 27살점 +2
9 광주 FC 24점 6승 6무 7패 20득점 22살점 -2
10 울산 현대 20점 4승 8무 7패 21득점 21살점 0
11 부산 아이파크 16점 4승 4무 11패 15득점 25살점 -10
12 대전 시티즌 8점 1승 5무 13패 12득점 34살점 -22
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FC K리그 클래식 퇴장 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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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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