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엄마' 풀이에서 '엄마'가 젖먹이(아기)가 쓰는 말이라고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엄마' 풀이에서 '엄마'가 젖먹이(아기)가 쓰는 말이라고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
ⓒ 국립국어원

관련사진보기


ㄱ. 엄마/아빠

요즈음은 '다 큰 어른'이면서 '엄마·아빠'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문학이나 영화나 연속극에서도 으레 '엄마·아빠'라 하고, 어린이나 푸름이도 자꾸 '엄마·아빠'라 합니다.

1940년에 나온 <조선어사전>을 보면 '엄마'를 "젖먹이가 자기의 어머니를 부르는 말"로 풀이합니다. 1957년에 나온 <큰사전>을 보면 '엄마'를 "'어머니'의 어린이말"로 풀이합니다. 2001년에 나온 <푸르넷 초등 국어사전>을 보면 '엄마'를 "'어머니'의 어린이 말"로 풀이해요.

그런데, 2015년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엄마'를 찾아보면 "1.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어머니'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2. 자녀 이름 뒤에 붙여, 아이가 딸린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풀이합니다. 한국에서 나온 거의 모든 한국말사전은 '엄마'를 '젖먹이'나 '어린이'가 쓰는 낱말로 다루는데, 국립국어원은 이러한 쓰임새를 <표준국어대사전>에 안 담습니다.

아기(젖먹이) → 아이(어린이) → 어른(철든 사람)

사람은 누구나 '아기'로 태어납니다. 아기는 '젖먹이'입니다. 아기나 젖먹이는 똥오줌을 제대로 못 가리기도 하고, 말을 제대로 못 가누기도 하며, 손힘이나 다리힘이 무척 여립니다. 아기나 젖먹이는 혀짤배기 소리를 내기 일쑤요, 둘레 어버이나 어른한테서 말을 배웁니다.

젖을 뗄 무렵에는 '아이'나 '어린이'라 하고, '아이·어린이'는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사람을 가리켜요. 그러면, 언제 철이 드느냐 하면 아홉 살이나 열 살 언저리입니다. 늦으면 열서너 살이나 열대여섯 살에 철이 들 수 있고, 스무 살이 되어서야 철이 들 수 있습니다.

어린이가 보는 한국말사전에서는 '엄마'가 아닌 '어머니'를 쓰도록 이야기한다.
 어린이가 보는 한국말사전에서는 '엄마'가 아닌 '어머니'를 쓰도록 이야기한다.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1940년에 나온 <조선어사전>을 보면, '엄마'는 "젖먹이가 쓰는 말"이라고 똑똑히 밝혔다.
 1940년에 나온 <조선어사전>을 보면, '엄마'는 "젖먹이가 쓰는 말"이라고 똑똑히 밝혔다.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엄마·아빠'라는 말마디는 '맘마·까까·빠빠·응가'하고 한동아리입니다. '어린이'가 쓰는 말이라고는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젖먹이'가 쓰는 말이라고 해야 올바릅니다.

젖먹이나 아기는 혀가 짧고 몸이 덜 자랐기에, 말소리를 오롯이 못 냅니다. 그래서 젖먹이나 아기일 적에는 '엄마·아빠·맘마·까까·빠빠·응가' 같은 말마디를 쓰지요. 젖먹이나 아기는 으레 말소리가 새니까 "그랬쪄요"라든지 "허슈아비"나 "죠아요"처럼 말하기도 해요.

젖을 뗀 아이는 스스로 '아기'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아이는 '어린 젖먹이 동생'을 살뜰히 아껴야 하는 줄 깨닫습니다. 이리하여, 아기에서 아이로 넘어선 때에는 '엄마·아빠'라는 말을 떼고 '어머니·아버지'로 들어섭니다. 아기에서 아이로 자리를 옮긴 때부터 '맘마·까까·빠빠·응가' 같은 말을 안 쓰지요.

'젖먹이 말'이나 '아기 말'이라고 할 말마디를 열 살 나이에도 쓴다면 어떻게 보일까요? 젖먹이 말이나 아기 말을 스무 살이나 마흔 살 나이에도 쓴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철이 없거나 철이 안 들었다고 여길 테지요.

철수 엄마 → 철수 어머니
영희 아빠 → 영희 아버지

그렇지만, 요즈음 들어 어른들이 스스로 '철 든 사람'이기보다는 '철 안 든 사람'으로 지내고 싶은지, 자꾸 "철수 엄마"나 "영희 아빠" 같은 말을 씁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쓰지 않고, 어른들이 이렇게 써요. 아이들이 '엄마·아빠'라 쓰더라도 어른들이 스스로 '철이 든 사람으로서 혀짤배기 소리가 아닌 옹근 말'인 '어머니·아버지'를 쓸 줄 알아야 합니다.

'맘마'처럼 '엄마'도 젖먹이(아기)가 쓰는 말이다.
 '맘마'처럼 '엄마'도 젖먹이(아기)가 쓰는 말이다.
ⓒ 국립국어원

관련사진보기

'엄마·아빠' 같은 말을 쓰기에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살가이 다가설 수 있지 않습니다. 어떤 말을 쓰든, 우리 마음이 살가울 때에 서로 살갑지요. 우리 마음이 사랑스럽지 않으면, 어떤 말을 쓰더라도 안 사랑스럽기 마련입니다.

철이 든 어른이 장난스레 '엄마·아빠'라 해도 재미있습니다. 철을 알거나 셈이 바른 어른이 개구지게 '엄마·아빠'라 할 수 있을 테지요. 다만, 아이에서 어른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엄마·아빠'라는 말마디를 내려놓도록 하는 까닭은, 이제 '혀짤배기 소리'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나서 '새로운 말소리를 오롯이 담아내거나 나타내려는' 사람으로 씩씩하게 서도록 이끌 때에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생각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살펴보기 : 엄마/아빠

엄마 앞에서 "엄마, 고맙습니다." 하고 말하려니까
어머니 앞에서 "어머니, 고맙습니다." 하고 말하려니까
<오이시 마코토 / 햇살과나무꾼 옮김-장화가 나빠>(논장,2005) 78쪽

그때 엄마 목소리가 들렸어요. "단비야, 엄마 왔다!"
→ 그때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어요. "단비야, 어머니 왔다!"
<오시마 다에코 / 육은숙 옮김-흙강아지 피피>(학은미디어,2006) 29쪽

아침이면 미희 엄마 아빠처럼 내게 물어 보실지도 몰라
→ 아침이면 미희 어머니 아버지처럼 내게 물어 보실지도 몰라
《박연-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대교출판,1995) 194쪽

아빤 월급이 되게 적대 … 우리 집은 엄마도 일을 하는걸
아버진 월급이 되게 적대 … 우리 집은 어머니도 일을 하는걸
<사토 사토루 / 햇살과나무꾼 옮김-비밀의 달팽이 호>(크레용하우스,2000) 25쪽

아빠 발등 위에 내 발을 얹으면
아버지 발등에 내 발을 얹으면
<하마다 케이코 / 김창원 옮김-아빠 아빠 함께 놀아요>(진선출판사,2005) 16쪽

우리 아빠는 '달라달라'라고 하는 작은 버스를 운전해요
→ 우리 아버지는 '달라달라'라고 하는 작은 버스를 몰아요
<이치카와 사토미 / 조민영 옮김-달라달라>(파랑새,2008) 2쪽

ㄴ. 바래다 (바램)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 그것은 우리 바람이었어
→ 우리는 그것을 바랐어

'바란다'고 할 적에는 '바람'처럼 명사형(이름씨꼴)을 삼습니다. '바랜다'고 할 적에는 '바램'처럼 명사형을 삼지요. '바라다(바란다)'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되어 달라고 생각하다"를 뜻하고, '바래다(바랜다)'는 "볕이나 바람이나 물 때문에 빛깔이 바뀌거나 허옇게 되다"를 뜻합니다.

 바라다 - 바라요 - 바람 (꿈)
 바래다 - 바래요 - 바램 (빛을 잃다)

어린이가 보는 한국말사전에서는 '바래다(바램)'를 잘못 쓰지 않도록, 보기글을 붙여 놓는다.
 어린이가 보는 한국말사전에서는 '바래다(바램)'를 잘못 쓰지 않도록, 보기글을 붙여 놓는다.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방송이나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수많은 '어른'들은 '꿈'을 이야기하려 하면서 으레 '바람'이 아닌 '바램'을 말해요. 꿈이 빛을 잃기를 바라기 때문일까요? 꿈이 제 빛을 잃지 않고 맑고 밝게 드리우기를 바란다면 '바램'이 아닌 '바람'으로 노랫말을 쓰고 노래를 불러야 올발라요.

방송이나 무대에 서는 어른들은 으레 '사람들이 '바램'으로 알거나 생각하니까 '바람'으로 쓰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방송이나 무대에 서는 어른들이 '바램'이 아닌 '바람'이 맞다고 꾸준히 얘기하면,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 이제껏 잘못 알았네' 하고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꿈'을 '바램'으로 잘못 아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하더라도 이를 핑계로 삼아서 엉터리로 노랫말을 붙여서 불러도 되지 않습니다. 방송이나 무대에 서는 사람일수록 옳고 바르게 말하면서, 사람들한테 옳고 바른 말을 즐겁고 사랑스레 나누거나 퍼뜨리는 몫을 맡을 수 있어야 합니다. '바라다'를 '바람'으로 노래할 적에 잘못 알아듣겠구나 싶어서 걱정스러우면 '꿈'이라는 한국말을 곱게 쓰면 됩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바라다' 항목을 보면, '바래다'나 '바램'으로 잘못 쓰지 말도록 도움말을 붙여 놓는다.
 국립국어원에서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바라다' 항목을 보면, '바래다'나 '바램'으로 잘못 쓰지 말도록 도움말을 붙여 놓는다.
ⓒ 국립국어원

관련사진보기


더 살펴보기 : 바라다 (바램)

저희의 한결같은 바램이기도 합니다
→ 저희로서는 한결같은 바람이기도 합니다
→ 저희는 한결같이 바랍니다

자신의 바램을 밝히기도 했다
→ 제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 제 을 밝히기도 했다
→ 제 을 밝히기도 했다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
→ 잘 풀리기를 빕니다

바램이 있다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바람이 있다면 한말씀 하셔요
바라는 일이 있다면 한말씀 하셔요
이 있다면 한말씀 들려주셔요

방송이나 신문에서 '바람'을 '바람'대로 말하지 못하거나 적지 못하는 일이 퍽 잦습니다. '바람'을 '바람'대로 알맞고 바르게 말하거나 적는 사람도 많습니다. '바라다'를 '바람'으로 적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으면 '꿈'이라 하면 되고, '빌다(빎)'라는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사랑방(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태그:#우리말 살려쓰기, #우리글 바로쓰기, #엄마 아빠, #바램, #말넋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