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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 11시. 주민들이 대전시청 14층 복도 바닥에 누워 있다.
 1일 밤 11시. 주민들이 대전시청 14층 복도 바닥에 누워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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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 11시. 한 주민이 대전시청 14층 복도 바닥에 누워 있다.
 1일 밤 11시. 한 주민이 대전시청 14층 복도 바닥에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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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0시쯤. 15명의 주민이 대전시청 건물 밖으로 나왔다. 전날 오전 10시쯤 대전시청을 방문한 지 14시간 만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도안 인공호수 조성사업(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개발사업)'에 반대한다. 보상도 싫고 지금처럼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어한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지난 2월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개발사업으로 서구 도안동과 유성구 원신흥동 일대에 2018년까지 인공호수공원을 조성하고 4개 블록에 4800가구 규모의 주택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보상비 3100억 원 등 모두 5400여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8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천혜의 친수 공간인 갑천 옆에 인공호수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명분 없는 신규 택지 개발 사업"이라고 반발했다. 생태계 파괴와 예산 낭비도 우려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사업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주민들은 "지금처럼 살게 해달라"... 대전시는 보상계획 공고 진행

지난 6월 29일. '도안갑천지구친수구역개발사업백지화 시민대책위원회'가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갑천지구 개발사업 백지화를 촉구했다.
 지난 6월 29일. '도안갑천지구친수구역개발사업백지화 시민대책위원회'가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갑천지구 개발사업 백지화를 촉구했다.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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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10시, 서구 도안동과 유성구 원신흥동 일대 주민들이 대전시청을 찾았다. 지난 2월 권 시장이 농사를 짓고 있던 땅을 인공호수로 메우려 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시장을 만나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했지만 허사였다. 대신 사업을 추진하는 대전시도시공사는 주민들과는 한마디 상의없이 사업을 착착 진행했다.

오후 2시경. 주민대표 4명이 시장실로 향했다. 하지만 주민 대표들은 시장실이 있는 10층에 갈 수 없었다. 시청 측은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멈추지 않도록 조치했고, 10층으로 통하는 비상계단마저 모두 봉쇄했다. 주민들은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 하다 할 수 없이 사업 부서인 주택정책과가 있는 14층에 모였다. 이들은 주택정책과 관계자들에게 "보상도 싫다"며 "지금처럼 농사를 짓고 살 수 있게 인공 호수 조성 사업계획을 백지화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날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대전시가 오는 10일, 보상계획 공고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들은 다시 보상 공고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책임자 면담도 요구했다. 주택정책과는 사업시행자인 대전도시공사 권한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경관생태우수지역 갑천 자연하천구간. 대전시는 이 갑천 옆에 대형 인공호수를 조성할 계획이다.
 경관생태우수지역 갑천 자연하천구간. 대전시는 이 갑천 옆에 대형 인공호수를 조성할 계획이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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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을 요구하자 뒤늦게 대전도시공사 팀장과 차장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들도 자신들의 권한 밖의 일이라고 답했다. 분개한 주민들은 14층 복도에서 도시공사 팀장을 가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시장 면담도 요구했다. 그러는 사이 날이 저물었다. 팀장은 슬그머니 건물을 빠져나갔다.

오후 7시 경. 이들이 있던 14층 복도 건물 불이 꺼졌다. 저녁 대신 주문한 김밥도 1층에서 가로막혔다. 어둠 속에서 이들은 "대전시장의 책임있는 답변을 듣기 전에는 집에 갈 수 없다"며 콘크리트 바닥에 주저앉았다.

오후 10시.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전시를 찾았지만, 이들마저 1층 입구에서 출입이 통제됐다.

오후 11시. 주민들은 밤을 지새우기 위해 바닥에 누워 지치고 허기진 몸을 달래고 있었다. 시청 측은 그제야 주민들에게 김밥 전달을 허용했다.

김창화 주민대책위원장
 김창화 주민대책위원장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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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 30분. 대전시 도시주택국장이 방문해 오는 3일 오후 2시 대전시장 면담을 약속했다. 면담 시간은 10분으로 제한했다.

2일 오전 0시. 이들은 시청 건물 밖으로 나왔다.

김창화 주민대책위 위원장은  "14시간 동안 갖은 수모를 당하고서야 고작 대전시장 10분 면담을 약속받았다"며 "어처구니없는 택지 개발 사업에 주민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주민들과 협의 한 번 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다 싫으니 그냥 농사짓고 살던 그대로 살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사업 계획 백지화 요구에 대해 권 시장은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겠다"며 계속 추진 의사를 밝혔다. 대전시는 주민 협의 요구와 관련해 이후 환경영향평가나 관련 절차에 따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태그:#대전시, #권선택 시장, #도안 인공호수, #대전도시공사, #도안 갑천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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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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