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황제'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가 파라과이를 완파하고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 올랐다. 아르헨티나는 1일(이하 한국시각) 칠레 콘셉시온에서 열린 '2015 칠레 코파 아메리카' 파라과이와의 준결승에서 혼자서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한 메시의 활약에 힘입어 6-1 완승을 거뒀다.

아르헨티나는 1993년 대회 이후 22년만에 정상탈환을 노리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오는 5일 오전 5시 열리는 개최국 칠레와의 결승전에서 승리할 경우, 통산 15번째 우승으로 우루과이와 함께 역대 코파 최다우승국 타이 기록을 세우게 된다.

골은 없었지만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역시 메시였다. 아르헨티나의 주장이자 오른쪽 날개로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한 메시는, 준결승전 MOM(경기 최우수 선수)에도 선정됐다. 우루과이와의 B조 2차전과 콜롬비아와의 준준결승에 이은 이번 대회 3번째 MOM이다. 만일 아르헨티나가 우승할 경우 메시는 지난 브라질월드컵 골든볼에 이어 메이저 대회 2연속 MVP를 차지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22년만에 정상탈환 노리는 아르헨티나

주목할 것은 메시의 역할과 팀공헌도다. 세계 최고의 골잡이 중 하나로 꼽히는 메시지만 현재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공격수라기보다 플레이메이커에 가깝게 활약하고 있다. 메시의 이번 코파 대회 득점은 단 1골뿐, 그나마도 필드골이 아닌 PK였다.

그러나 득점 횟수만으로 메시가 부진한 게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화려한 득점력 못지않게 메시는 패스와 경기운영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도 종종 메시를 플레이메이커에 가깝게 기용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득점만이 아니라 동료들을 위하여 찬스를 만드는 데도 능한 메시의 이타적인 플레이는 팀을 한단계 더 끌어올리는 원동력이었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이나 올해 유벤투스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메시의 '골'만을 막으려고 했던 상대팀들은 메시의 경기 장악력까지 막지는 못했고 결국 분루를 흘리기 일쑤였다.

파라과이와의 준결승에서도 메시의 위력은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메시의 공격포인트로 기록된 득점이건 아니건, 메시는 사실상 아르헨티나의 모든 득점 상황에 관여했다.

전반 15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마르코스 로호의 선제골은 메시의 정교한 프리킥에서 비롯됐다. 메시는 전반 27분에도 하비에르 파스토레에게 그림같은 침투패스를 선물하며 추가골을 이끌어냈다.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운 경기 막판에도 집중력을 유지한 메시는 후반 38분 수비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순간적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연결해준 킬 패스가 곤살로 이과인의 6번째 골로 이어지며 도움 헤트트릭을 완성했다. 대단히 어려운 플레이도 너무나 쉬워 보이게 만드는 착시효과는, 오직 메시이기에 가능한 클래스였다.

대표팀 우승에 목마른 메시의 운명은?

파라과이전은 메시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이후 메이저대회 본선에서 아르헨티나가 가장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준 경기 중 하나였다. 메시는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이미 전설의 반열에 올라선 바르셀로나와 달리, 호화군단이라는 명성에 불구하고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그것은 메시의 문제라기보다는 메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쳤던 아르헨티나의 고질적인 문제에 가까웠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아르헨티나는 결승에 진출했지만 사실상 메시와 몇몇 주전들의 활약에 기댄 면이 컸고, 코파에서도 초반 이런 문제점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기기는 했어도 답답한 경기로 실망감을 자아내기도 했고,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는 득점없이 승부차기 끝에 간신히 기사회생하는 등 내내 살얼음판같은 행보가 계속됐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4강전에서 모처럼 우승후보다운 경기력을 회복하며 코파 우승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아르헨티나의 경기력은 메시의 활약보다 오히려 도우미들의 지원 여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앙헬 디 마리아, 이과인, 파스토레, 테베스 등 역대 최고의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파라과이전처럼 메시의 패스만 잘 받아먹어도 우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1987년생으로 올해 만 28세인 메시는 프로 데뷔 이후 바르셀로나에서만 11시즌을 활약하며 무려 24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9년과 올해 트레블만 두 번이나 달성하는 업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월드컵과 코파 등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대회 우승을 이뤄내지 못한 것은, 펠레(브라질)나 마라도나(아르헨티나)같은 역대 레전드들에 비하여 메시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이었다. 월드컵에는 못 미치지만 코파 아메리카 우승은 메시에게 '세계 최고의 선수'를 넘어 '역대 최고의 선수'로서 입지를 굳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