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장재인

가수 장재인 ⓒ 미스틱89


"선생님. 뵙고 싶어요."

장재인이 윤종신에게 꺼낸 첫마디였다. '주체적인 행동을 해보자'는 생각 끝에 내뱉은 말이었다. 근긴장이상증으로 몸까지 편치 않았던 지난 2013년. 누구에게 가야 할지, 누구와 계속 음악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장재인의 머릿속에 윤종신이 떠올랐다. Mnet <슈퍼스타K2> 출연 당시 심사위원과 오디션 참가자로 인연을 맺었고, 이후 <월간 윤종신>을 통해 뮤지션으로 호흡도 맞췄던 바로 그였다.

장재인은 이후에도 한 달 넘게 고민했다. 직관적인 느낌을 따라가는 게 과연 맞는지 수없이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장재인의 직관은 옳았다. 선배 가수이자 소속사 미스틱89의 수장인 윤종신은 음악을 포기할까 생각했던 장재인의 감성을 보듬었고, 새 미니앨범 < LIQUID(리퀴드) >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윤종신은 장재인이 고민할 때마다 중심을 잡아줬다.

심사위원과 도전자에서 가수로..."윤종신 PD, 영감의 원천이었다"

 가수 장재인

ⓒ 미스틱89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재인은 "윤종신 PD님은 신기하고 소중한 인연"이라고 털어놨다. "공연할 때마다 앨범에 담긴 곡들의 진가를 알게 된다"고 밝힌 그는 "사실 이번에 팝적인 사운드를 해보고 싶었는데 윤종신 PD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 끝에 프렌치 포크로 중심을 잡았다"면서 "음악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 일상에 대한 대화도 많이 했는데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윤종신 PD님과 메일로 수많은 글을 주고받았다. 100~200개 정도? 당시에는 음반을 만드는 재미에 빠져서 정신이 없었는데, 돌아보니까 드라마틱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서로의 감성을 공유했다는 게. 어떻게 보면 PD님이 영감의 원천이었던 것 같다. 테크니컬 프로듀서였던 조정치 오빠는 사운드 디자인을 맡았다. 앨범에 담긴 소리의 색깔을 오빠가 잡아줬다. 오빠에게 이 이상의 다른 것들이 있는 것 같더라. 앞으로는 오빠가 영감의 원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윤종신을 향한 장재인의 신뢰는 굳건했다. 평소 "즐거운 것을 따르자"고 생각하는 장재인은 자신이 선택한 작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다. 윤종신과 정석원에게 작곡을 맡기고, 온전히 가사 쓰는 일에 집중했던 장재인은 "가사를 쓸 때, 평소보다 15배는 집중하는 것 같다. 온 감각을 곤두세우고 쓴다"면서 "맡길 부분은 맡기고, 내가 할 부분을 제대로 해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앨범에 대한 만족도가 커진다"고 뿌듯해 했다.

"가사 잘쓰고 싶어서 문학에 관심...나를 더 연마하려고 한다"

 가수 장재인

ⓒ 미스틱89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시간. 마음의 소리를 놓치지 않고 따라간 장재인은 이번 앨범으로 한층 성숙해졌다는 평을 받았다. 그의 독특한 목소리는 감성을 더해 한층 신비로워졌고, 음악 자체는 이전보다 단단하게 여물었다. "삶이 꼭 생각대로 되는 것은 아니더라"고 고백한 장재인은 한동안의 슬럼프를 딛고 여유를 되찾았다. < LIQUID >를 내놓고 많이 홀가분해진 그는 에너지를 내보낸 만큼 다시 채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제 새로운 것을 해야지' 하는 생각이다. 요즘은 지식을 흡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책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재밌는 책을 읽고 싶다. 그동안은 통통 튀는 책들만 읽었는데 이제는 깊이 있는 문학서적을 접하려고 한다. 가사를 잘 쓰고 싶어서 문학적인 부분에 접근해보려는 거다. 평소 처음부터 큰 그림을 연상하고 곡과 가사를 쓰는 편인데 나를 조금 더 연마해서 그림 같은 곡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사운드와 곡, 가사가 하나의 색깔로 느껴지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몸은 고단할지언정 장재인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편이다. 문학, 언어, 현대미술 등 관심 분야도 다양하다. "호기심이 많아서 충족시키지 않으면 더 힘들다"는 장재인. 그의 '노력'은 앞으로 듣게 될 음악에 고스란히 담긴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대중의 곁으로 돌아온 장재인은 "언제나 아쉬움이 남지 않는 무대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재인의 '어퍼컷'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장재인 밥을 먹어요 윤종신 조정치 나의 위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