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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네네치킨 경기서부지사 페이스북 페이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치킨을 들고있는 사진이 '일베' 게시물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논란이 된 네네치킨 경기서부지사 페이스북 페이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치킨을 들고있는 사진이 '일베' 게시물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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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저녁, 페이스북의 한 사진이 SNS에 퍼지면서 화제가 됐다. '네네치킨 경기서부지사'라는 이름의 페이지가 출처로 알려진 이 사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합성한 것이었다. 이 사진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으로 공유되면서 '일간베스트 저장소(아래 일베)' 게시물로 보인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닭다리로 싸우지 마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올라온 사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대한 치킨 다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평소 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으로 조롱을 일삼아온 것과 관련, 이번 사진도 일베의 소행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누리꾼의 비판이 이어지자 현재 해당 페이지는 삭제 처리된 상태다.

해당 사진에 대해서 페이스북 네네치킨 공식 계정에도 항의가 계속되자, 오후 10시경 사과문이 올라왔다. "네네치킨 경기서부지사 및 네네치킨 본사 페이스북에 고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한 사진이 노출되었다"며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여 책임있는 조치를 하겠으며, 고 노무현 대통령의 유가족을 비롯하여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네네치킨 페이스북 페이지. 고 노무현 대통령의 합성 사진이 지사 페이지에 게재된 것에 대해 사과했다.
 네네치킨 페이스북 페이지. 고 노무현 대통령의 합성 사진이 지사 페이지에 게재된 것에 대해 사과했다.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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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베' 출처 논란

사실 이 같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24일 SBS <8뉴스> 방송분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노래 'MC무현'이 자료 영상에 삽입된 바 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 중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와 "기분 딱 좋다"의 육성을 조합하여 "부딱"이 반복되는 노래를 만드는 식이다.

사진의 경우는 더 사례가 많고 다양하다. SBS <8뉴스>에서 2013년 8월 20일 일본 수산물 방사능 관련 도표 하단에 노출된 '노알라(노무현의 얼굴과 코알라 합성)' 사진, 같은 프로그램 2013년 9월 27일 'ㅇㅂ(일베의 초성)'이라고 쓰인 연세대학교 로고 등이 있다. 2014년 3월 2일 방송된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는 고려대학교 로고를 합성한 이미지가 방송되기도 했다. 때문에 해당 프로그램은 각각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와 권고의 징계를 받았다.

지난 4월 8일 방송한 KBS 스포츠 프로그램 <이광용의 옐로우카드2>에서는 축구팀 '바이에른 뮌헨' 앰블럼 속 구단 이름이 '바이에른 무현'으로 합성된 사진이 노출됐다(관련 기사 : 일베는 왜 '일베 로고' 퍼뜨리기 집착할까?).

지난 4월 14일 MBC <뉴스데스크> 영상에 나온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로고는 노무현의 생전 모습을 합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이 사진은 미국 방송사 CNN 누리집에서도 발견됐다.

비슷한 사건이 계속되면서 누리꾼 사이에서는 '일베가 만든 가짜 로고에 속지 않는 방법'과 같은 정보가 공유되기도 했다. 사용하기 전에 출처를 재차 확인하고, 자료에 대해서 임의로 판단을 내리지 말라는 내용이다.

일베의 안전한 '놀이'가 되어버린 특정집단 '조롱'

일베라는 커뮤니티의 범주화, 낙인찍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일베에서 벌어지는 발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언행이 여기저기서 벌어져도 '뭘 하든 일베 사용자만 아니면 괜찮다'는 책임 회피를 지양하자는 뜻이다. 그럼에도 일베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해진 만큼, 이를 뭉뚱그리지 않고 선명하게 바라보려는 노력은 필요할 것 같다.

일베가 대중의 비판을 받고 외면 당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커뮤니티 내부에서 은밀하게 공유하는 사용자들의 발상 때문이다. 특정 인물과 집단을 향한 조롱과 냉소가 깔린 행동을 마치 장려하듯이 '인증'하고 이에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자주 엿보인다.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김치녀' 표현이나 '전라디언' 등의 지역 차별 발언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커뮤니티 바깥으로도 서서히 전파되면서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지적된다. 특히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을 '유족충'이라고 폄하한 표현은, 당시 유족들을 향해 거세게 퍼부어진 비난의 뿌리가 되기도 했다.

이런 행동들의 밑바탕을 살펴보면,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약자'로 평가받는 집단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 공통적이다. 일베 내에서는 밤길에 여성을 성추행하자는 범죄 모의가 게시글과 덧글로 이어지며 비판받은 사례도 있다. 직접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한국 내부에 만연한 여성 혐오, 지역 차별의 분위기를 더욱 짙게 만드는 경향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참사의 피해자였지만 특권층으로 왜곡된 세월호 유가족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특정집단 '조롱'이 일베에서는 안전한 '놀이'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 가운데에는 이미 고인이 된 대통령 두 사람, 노무현과 김대중도 포함된다. 살아있는 권력이 아닌, 세상을 떠난 인물을 향해 마음껏 냉소를 던지고 비웃으면서 위험 부담 없이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여러 분야로 퍼져나가는 합성 사진은 이런 심리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결핍된 '인정 욕구'를 채우려는 시도로 보인다. '유포 성공 사례'를 커뮤니티에서 공유하면서 승리한 것처럼 도취하는 분위기는, 사회에서 느끼는 열등감을 온라인에서 대리만족 하려는 태도가 아닐까?

개인의 노력으로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옅어지고, 청년으로서 정치에서도 건설적인 해답은 쉽게 보이지 않는 오늘날 한국의 상황.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쉬운 선택은, 타인을 향한 분노와 혐오감을 마구 드러내면서 감정을 희석시키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일베의 조롱이 압축되어 담긴 그림과 로고가 유포된 사례가 늘어나는 지금, 일베를 두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태그:#일베, #치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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