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방송된 KBS2 미니시리즈 <너를 기억해>는 4.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 코리아 전국기준). 1회 4.7%을 시작으로 4%대의 늪을 헤어 나오지 못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중이다. 반면 동시간대 방영된 <집밥 백선생>은 6.312%(닐슨 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시청률 산정 방식이 다른 걸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기록이다. 다른 프로의 사정도 비슷하다. 동시간대 MBC 드라마 <화정>이 9.8%, 의 <상류 사회>가 8.9%로 어느 것 하나 10% 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적절하게 던진 유효 킥

 집밥 백선생

집밥 백선생 ⓒ tvn


<집밥 백선생>은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떼어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항상 점유율 60% 이상을 넘기며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늘 이구동성으로 백종원의 단독 방송을 원했다. 오로지 백종원의 레시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원했던 것이다. 그런 시청자들의 현실적 요구를 받아든 것은 뜻밖에도 케이블 채널 tvN이었다.

<집밥 백선생>은 백종원과 더불어 공고히 살아남은 또 한 사람 김구라를 필두로, 윤상, 손호준, 박정철 등 음식을 못하거나 해보지 않은 네 사람을 불러 모았다. 칼조차 쥘 줄 모르는 이 네 남자를 데리고 요리의 'ㅇ자'부터 백종원이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다.

예능 트렌드가 된 '요리'에 또 하나의 프로그램을 더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라는 질문이 무색하게 <집밥 백선생>은 말 그대로 '집'에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노하우를 하나씩 선사한다. 처음 자신이 만들 요리를 '상상하라'라는 기상천외한 가르침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매회 집에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노하우를 하나씩 전파한다.

첫 시청률 2.7%에서 7회 만에 그 세배에 달하는 6.31%를 기록한 <집밥 백선생>의 마력은 그저 또 하나의 '요리 행위'를 넘어선 현실적 도움이다. 이미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선보인 바 있는 두부 콩국수와 같은 '고급진' 비법은 '요리'를 해먹을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적절한 '킥'이 되었다.

요리 프로 넘어 시청자들의 권태를 긁어주다

 한식대첩

한식대첩 ⓒ tvn


지난 30일 방송을 보자. 멸치에 다시마, 무까지 넣고 한 시간 여를 끓인 잔치 국수 장국 만들기의 기본을 제시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저 물을 끓여 간장만 넣고 만들기 시작한 맹맹한 국물에, 맛있는 양념장을 얹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힌 잔치 국수를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비법을 선보여 사람들을 열광케 한다. 그렇다고 '편법'에만 치중하는 건 아니다. 국수를 삶아 헹굴 때 '빨래 비비듯' 헹구기를 소개하며 쫄깃한 면 만들기 비법을 전수한다. 그렇게 하여, 요리 좀 했다 하는 사람들조차도 <집밥 백선생>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렇게 요리 못하는 네 남자로 하여금 스스로 밥상을 차리게 만드는 <집밥 백선생>의 선전에 동시간대 미니 시리즈의 시청률은 맥을 못 춘다. 월요일에 비해 한층 떨어진 시청률이 그 증거라면 증거일 수 있겠다. 단지 시청률만이 아니다. 다음날 검색어 순위에 <집밥 백선생>의 레시피가 늘 수위를 점하는데 반해 공중파 삼사 월화 드라마의 흔적은 쉬이 찾을 길이 없다. 요리 못하는 남자들의 요리 정복기라고 한다면 신동엽, 성시경의 <오늘 뭐 먹지> 역시 잠시 인기를 끌었지만 주도권은 요리 못하는 네 남자를 데리고 요리를 가르치는 '백선생'에게로 넘어간다.

공중파 월화 드라마를 곤란케 하는 것은 물론 <집밥 백선생>만이 아니다. 월요일 공중파 미니 시리즈와 동시간대 방영하는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 역시 화제성에서 미니 시리즈를 넘어서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집밥 백선생>과 정반대의 지점에 놓이는 프로그램이다. 당대 최고의 셰프들이 출연자들의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으로 최고의 요리를 만든다. 대결 구도까지 접목해 짜릿함을 선사한다. 짜릿함이라면 올리브TV를 통해 시즌3에 들어간 <한식 대첩>도 뒤지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공중파를 위협하는 세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요리이다. 질리지도 않느냐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 답이 아니라 역질문을 공중파에 던져져야 할 것이다. 그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10시 대 미니시리즈를 통해 늘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해왔는데 질리지 않았겠냐고. 요리 프로의 선전이 아니다. 고답적인 스토리, 시청률을 노리는 막장식의 전개에도 단지 경쟁자가 없어 지속되어온 공중파 미니 시리즈의 한계가 드러난 것일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청자의 요구를 발 빠르게 받아들인 타 채널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집밥 백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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