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 송은숙

관련사진보기


지난 6월 27일 토요일, 오전 9시가 넘으니 인천 부평구 열우물로 102번길 45번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인천희망그리기, 거미동, 거리의미술이 공동주최하는 제11차 열우물길프로젝트 '따뜻한 골목 타일벽화 이야기'를 위해 모인 이들이다.

벽화를 그리러 수도권에서는 물론 지방에서 올라오는 이도 있다. 20~50대에 이르기까지 나이도 다양하고 선생님, 공무원으로 직업도 다양한 이들이 벽화봉사에 참여한다.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보니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해 벽화작업을 하고 있다.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 송은숙

관련사진보기


지나온 시간을 그리다

"우리 팀은 이쪽에서 내일까지 타일벽화를 계속하고, 서울·경기 거미동 팀은 타일벽화 마치면 옆 집에도 도색해 주세요."

4~6월 동안 진행되는 제11차 열우물길프로젝트의 마무리 단계. 구체적인 작업내용을 확인하고 팀별 장소로 이동한다. 먼저 그림을 벽을 청소하고 나서 그리고, 색을 칠하고…. 뜨거운 날씨에도 작업이 쉼 없이 이루어진다.

이번 프로젝트는 타일벽화 작업이다 보니 벽화만 그리는 것보다 과정이 많고 까다롭다. 원하는 모양의 밑그림을 그린 다음 타일을 자르고 깨고, 타일접착제를 발라 벽에 붙인 다음 백시멘트를 반죽해 떨어지지 않도록 다시 덧칠한다. 25명 남짓의 자원봉사자들의 땀으로 빛바랜 사진 같은 동네 풍경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 송은숙

관련사진보기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 송은숙

관련사진보기


"광양에서 금요일 밤에 올라왔다가 토·일요일 벽화작업을 하고 월요일 새벽에 내려가요. 타일벽화는 처음 해보는데 다들 몸은 힘들어도 재미있게 해요."
- 페가수스(거미동)

"처음에는 주민들에게 그림을 그려서 깨끗하고 좋아 보이면 이것 때문에 재개발이 더 늦어지는 것 아니냐며 핀잔도 많이 받았어요."
- 니나노(36·거미의미술)

"5년째 참여했는데,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많이 배워요. 주민들이 음료수도 사주고 챙겨 주시니까 이제는 어르신들 만나도 불편하지 않고,"
- 우지(27·인천희망그리기)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처음 참여했는데, 다음에 또 하고 싶어요."
- 피카소(거미동, 열우물길프로젝트 첫 참여)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 송은숙

관련사진보기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 송은숙

관련사진보기


팀별로 장소를 정해 벽화작업을 하는 동안 오가는 어르신들의 시선이 벽화에 멈춘다.

"아유~ 예쁘다. 나무네 나무!"
"왜 우리 집은 안 그려줘?"


언제였을까, 언제일까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 송은숙

관련사진보기


빈집이 늘어가는 이곳에 사람들이 북적였던 것은 언제였을까. 다시 활기를 되찾을 날은 언제일까. 30~40년 된 빈집이 늘어나니 언제 무너질지 모르고 화재, 범죄 위험도 있다.
실제로 장마철이 되면 붕괴 위험이 높아 몇 차례의 주택붕괴 사고도 잇따랐다. 홍미영 부평구청장이 사업을 촉구하며 지난해 이곳에서 생활을 했고 주민대책위도 항의 방문을 해왔지만 아직 이곳의 시계는 멈춰있다.

당초 십정2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기간은 2006~2014년이었다. 십정1동 216번지 일원에 공동주택 37개동 3048세대를 건축하는 것으로 2009년 11월 6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후 사업시행자인 LH에서 사업규모가 크고 사업성에 문제가 있다며 계속 추진을 미루고 있다. '얼마를 견딜 수 있을까' '얼마를 더 견뎌야 할까? 싶은 게 주민들의 마음이다.

열우물 초입 구시장 자리에 있는 남도방앗간 주인 어르신(67)의 말이다.

"이 동네 이야기를 해달라고? 저 언덕길 내려와서 시장 보던 데니까 동네 사람들이 다 모였지. 내가 스물 셋에 시집 와서 충청도에 이사 갔다가 여기로 왔으니까, 아이들 초등학교 때지. 처음에는 고춧가루만 빻다가 기계 들여서 떡도 하고…. 여기서 40년 가까이 살았네. 재개발을 안 한다 했으면 집을 고쳐서 살았을 텐데, 한다 한다 하면서 이렇게 방치만 해놓으니까 문제지."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 송은숙

관련사진보기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 송은숙

관련사진보기


2002년에 처음 시작된 열우물길프로젝트도 이 동네의 형편에 따라 재개발 논의가 이루어지는 해에는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다시 지지부진한 해에는 프로젝트 진행하기를 반복했다. 1995년에 이사 와 이 동네에 작업실을 두고 열우물길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이진우 공공미술가(거리의미술 대표)에게 왜 이 일을 하는지 물었다.

"굳이 말하자면 두 가지네요. 첫째, 아직 이곳에 사람이 산다! 둘째, 우리 동네다!"

시계가 멈춘 이곳이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존재감을 자랑한다.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 <가면>에서도 여주인공 부모가 하는 작은 식당이 있는 동네로 나온다. 이 오래된 동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밝은 색감의 벽화가 어우러지는 이 동네 풍경을 카메라로 담기 위해 오는 이들도 많다.

아직 이곳에 사람이 산다!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열우물 타일벽화 이야기
ⓒ 송은숙

관련사진보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