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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 예산 일부를 생활비와 아들 유학비로 썼다고 고백하면서 국회 예산 감시의 필요성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국회 예산 감시를 목적으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2013년 나라살림연구소(소장 정창수)에 의뢰해 국회 예산을 분석한 바 있다. 비공개 상태였던 이 분석 보고서 내용을 네 차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 내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 신분야연구포럼, 한국적 제3의길, 청년플랜2.0….'(2012년)

위에 열거한 이름들은 국회의원 연구단체들이다. '규정'에 의해 구성되는 임의단체인 이들은 매년 1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연구실적이 부실하거나 심지어 전혀 없어도 예산을 지원받고 있고,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특수활동비가 지원 예산에 포함돼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68개 연구단체에 약 13억원 지원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의사당 전경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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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연구단체는 지난 1994년 14대 국회에서 처음 도입되었다. 의원연구모임을 통한 '입법정책 개발과 의원입법 활성화'가 목적이었다. 연구단체는 같은 원내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10인 이상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되고, 지원심의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국회 사무처에 단체를 등록한다. 국회의원 1인은 3개 연구단체를 초과해 가입할 수 없다.

처음 도입된 지난 1994년 18개에 불과했던 연구단체는 2013년에는 68개로 크게 늘어났다. 복지·노동·인권분야 16개, 재정·경제분야 12개, 정치·행정분야 11개, 환경·에너지분야 10개, 통일·외교·안보분야 7개, 교육·과학·기술분야 6개, 문화·관광분야 6개의 연구단체가 등록돼 있다.

연구단체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지원 규정'에 따라 구성되고 예산을 지원받는다. 이 규정 제13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연구단체에 '연구활동비'를 지급할 수 있고, 연구활동비는 연구활동 계획서나 연구활동 결과보고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차등지급하거나 분할지급할 수 있다. 물론 연구활동 계획서나 연구활동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연구활동비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구단체에 배정된 예산은 12억 원 정도를 유지해왔다. 2008년 11억8000만 원이었던 예산은 2009년 12억 원, 2010년 12억5000만 원으로 조금씩 늘었다가 2011년 12억2000만 원으로 조금 줄었다. 그러다가 2012년과 2013년 각각 12억7800만 원으로 다시 늘었다. 

연구단체 지원 예산은 운영비와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로 나뉜다. 2013년의 경우 운영비는 6억5400만여 원, 특수활동비는 5억300만 원, 업무추진비는 1억2000만여 원이다. 전년도(2012년)에 비해 업무추진비가 1억2000만 원 줄었고, 그만큼 운영비가 늘었다. 

연구실적 '전무'한 연구단체도 10여개

국회는 지난 2008년까지는 연구단체별로 균등하게 배정했던 예산을 지난 2009년부터는 차등지급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연구단체의 연구실적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연구실적은 오히려 낮아졌다. 지난 2008년 55개 연구단체가 96개의 연구보고서를 제출해 단체당 1.7개의 연구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는 62개 연구단체가 각각 87개와 74개의 연구보고서를 제출해 단체당 연구실적이 각각 1.4개와 1.2개로 낮아졌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연구보고서를 낸 49개 연구단체 가운데 35개가 단 한 건의 보고서만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5건 이상 제출한 연구단체는 전혀 없었고, 4건 1개, 3건 5개, 2건 8개였다. 심지어 한 건의 연구보고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연구단체들도 있다. 지난 2012년 전반기 국회(62개)에는 13개 연구단체, 후반기 국회(67개)에서는 18개 연구단체가 '연구실적 전무'를 기록했다.  

특히 연구보고서를 전자보고서로 작성할 경우 온라인을 통해 국민이나 다른 국회의원들이 쉽게 열람할 수 있다. 책자 등 비전자보고서로 작성할 경우 그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 2008년 27.1%에 불과했던 비전자보고서 비중은 2009년 62.5%, 2010년 74.0%, 2011년 82.8%로 크게 늘어났다. 2011년의 경우 10개의 연구보고서 가운데 8개가 온라인을 통해 접근할 수 없는 비전자보고서로 작성된 것이다. 한편 2012년에는 비전자보고서 비중이 21.6%로 크게 낮아졌다.

보고서는 "연간 최소 연구실적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자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라며 "연구실적 기준에 미달하거나 표절 등 보고서에 적합하지 않는 실적을 보인 연구단체는 퇴출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국회의원 연구단체를) 현재 규정에 의해 구성되는 임의단체 성격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라며 "현행 국회법 내에 연구단체를 포함하도록 하고 전문가 참여 등 구성요건을 강화하고, 연구과정 및 결과 공개, 최저운영기준을 설정해 연구단체의 부실화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사업추진비 지출<특수활동비 사용

연구단체 지원에 특수활동비가 수억 원 배정·집행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2012년의 경우 사업추진비가 1억3200만 원에 불과한데 특수활동비는 4억2000만 원이나 배정됐고, 이 가운데 3억3900만 원이 집행됐다. 특수활동비는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아서 '묻지 마 예산'으로 불린다. 국회 예산에 반영된 특수활동비는 83억9800만 원에 이른다(2015년 기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구단체에 지원된 예산집행 실적을 보면 사업추진비 지출보다 특수활동비 사용률이 높았던 연구단체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 2008년에는 지역균형발전 연구모임, 서민금융활성화 및 소상공인 지원포럼, 미래성장동력산업 발굴·육성 연구회는 사업추진비 지출이 50% 미만인데 특수활동비 사용률은 100%에 이르렀다.

지난 2012년에는 지방자치발전연구회, 국회신생에너지정책연구포럼, 신분야연구포럼 등 10개 연구단체가 0%의 사업비 지출을 기록했지만 특수활동비는 40%~100%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연구단체로서의 기능보다는 비공식적인 비자금의 활용처가 되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특수활동비의 사용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보고서는 "연구단체에 지원되는 사업비 항목 중 특수활동비가 들어갈 이유가 없다"라며 "기본적으로 연구단체 활동은 사업추진비나 혹은 외부 인사 보상 차원의 수용비면 충분하기 때문에 특수활동비 명목을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연간 사업비 지출 내역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등 연구단체 회계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라며 "이는 투명하고 개방적인 연구단체 운영에 꼭 필요한 방안이다"라고 강조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국회의원 연구단체, #심상정, #나라살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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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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