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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조용히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럴 때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유명 여행지보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자연의 소리만 들려오는 오지마을이 안식처가 된다. 6월 28일, 마영달테마여행1번지에서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의 비수구미 계곡, 평화의 댐 옆에 있는 세계평화의 종공원과 비목공원에 다녀왔다.

비수구미(飛水口尾) 계곡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이 울창하고 넓은 바위 사이로 맑고 깨끗한 물이 흘러 최근 오지 트레킹 코스로 각광 받고 있다. 비수구미(秘水九美)는 신비로운 물이 만든 아홉 가지 아름다운 경치에 수달이 살고 있는 청정 환경을 자랑한다.

평화의 댐은 파로호 상류의 양구군 방산면 천미리와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에 걸쳐 있고,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전두환 정부와 언론사가 북한에서 금강산댐의 물을 한 번에 방류하면 63빌딩 중턱까지 물에 잠긴다는 서울 물바다론 집중 보도로 국민성금이 모아져 건설하였으나 위협이 부풀려졌다는 게 밝혀지면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던 부끄러운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아침 7시 청주종합운동장 앞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부고속도로 음성휴게소와 중앙고속도로 춘천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북쪽을 향해 달린다. 산속의 바다로 불리는 파로호와 인공폭포에서 물줄기를 내뿜는 딴섬유원지를 지나자 같은 마을에 살았던 도령과 장래를 약속했던 처녀의 슬픈 전설을 간직한 처녀고개, 벽지의 작고 아담한 풍산초등학교, 평화의 댐이 만들어지면서 뚫린 해산터널을 지나 10시 30분경 비수구미 트레킹의 들머리인 해산령 쉼터에 도착한다. 해산터널은 국내 최북단에 위치한 터널로 입구에서 보면 반대쪽 입구가 바늘구멍처럼 보이는 직선터널이다.

해산령 쉼터 풍경
 해산령 쉼터 풍경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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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구미 계곡
 비수구미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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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준비를 하고 해산령 표석과 쉼터 주변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은 후 6㎞ 거리의 비수구미 마을로 향한다. 파로호가 꽁꽁 숨겨놓은 여행지 비수구미는 청정지역이라 계곡에서 곤충을 채집하는 사람들도 만난다. 계곡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산길은 양산을 쓰고 걸어도 불편함이 없을 만큼 넓고 졸졸졸 물소리가 들려와 트레킹 하기에 좋다. 물가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쉼터도 많다.

비수구미 마을
 비수구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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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이 끝나는 지점에서 만나는 비수구미 마을은 댐이 생기면서 육로가 막혀 마을 앞까지 차로 들어갈 수 없지만 사계절 소박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육지 속의 섬마을이다. 현재 세 가구가 한국전쟁 직후 피난 온 사람들이 정착한 산간오지 마을을 지키고 있다. 마을 둘레의 평지는 손바닥만한데 옛날 100여 가구가 살았다는 게 신기하다. 이곳에서 각종 매스컴에 소개된 산채비빔밥을 먹었다.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며 손님맞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오지 사람들의 순박한 인심이 지금 이대로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화의 댐으로
 평화의 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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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를 건너며 한가로운 마을 풍경을 구경하고 산길로 접어든다. 걷기 편하도록 나무데크길이 산허리를 가로지르며 이어진다. 오른편으로 물이 빠진 파로호의 물줄기가 만든 풍경도 멋지다. 물가로 내려선 후 한참동안 땡볕의 열기를 몸으로 느끼며 공사현장이 먼발치로 보이는 평화의 댐을 향해 걷는다.

세계평화의 종공원(두 번째 댐하류전망대 사진은 2007년 1월 촬영)
 세계평화의 종공원(두 번째 댐하류전망대 사진은 2007년 1월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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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은 2005년부터 평화의 댐 주변의 부지에 세계평화의 종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상부에 사랑과 평화가 써있는 대형 조형물을 설치하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각국에서 보내온 종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바라보이는 풍경이 일품이라 쉼터로 좋았던 댐하류전망대는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일행들보다 부지런히 걸어 공사 중인 종공원을 카메라에 담고 관광버스에 올라 평화의 댐 주차장으로 갔다.

평화의 댐
 평화의 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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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 1단계 공사는 1986년 착공하여 높이 80m 길이 450m로 1988년 완료되었고, 집중호우 때 홍수 조절 기능이 입증되어 높이 125m 길이 601m의 2단계 공사가 2002년 착공하여 2005년 완공되었다. 현재차도로 이용하던 댐정상전망대를 비롯해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난 댐 아래편에 세계평화의 종공원을 비롯해 여러 가지 공사가 진행 중이라 어수선하다.

세계평화의 종, 노벨평화의 종, 물문화관
 세계평화의 종, 노벨평화의 종, 물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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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 상부에 평화를 염원하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서 직접 타종하는 세계평화의 종이 있다. 세계평화의 종은 높이 5m, 폭 3m로 분쟁의 역사를 겪었거나 분쟁중인 국가에서 보내온 탄피 1만관(37.5t)으로 제작했다. 바로 앞 한옥의 종각 안에 노르웨이 오슬로시에서 기증받은 노벨평화의 종이 설치되어 있다. 광장 끝에 학습장이자 쉼터 역할을 하는 물문화관도 있다.

공원 개장식 때 고르바초프 구 소련 대통령이 참석하였고, 통일이 이루어지는 날 붙여 타종하기 위해 종 위편의 비둘기 날개 일부(1관)를 떼어 보관하고 있으며, 타종할 때 내는 500원은 한국 전쟁에 참전해 피를 나눴던 에티오피아에 전해진다니 의미가 남다르다.

비목공원
 비목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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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이 관광명소가 된 것은 댐 옆에 조성된 비목공원 때문이다. 가곡 '비목'의 탄생지가 바로 이곳에서 가깝다. 두산백과에 의하면 1960년대 중반 평화의 댐 14km 북쪽 백암산 계곡 비무장지대의 잡초가 우거진 곳에서 무명용사의 녹슨 철모와 돌무덤 하나를 발견한 초급장교 한명희가 전쟁 당시 자기 또래였을 돌무덤의 주인을 생각하며 노랫말을 지었고 후에 장일남이 곡을 붙여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애창곡이 되었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하늘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평화로운 날씨와 달리 16개 참전국의 국기와 우리의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비목공원의 기념탑을 지나 아래편을 내려다보면 철조망을 두른 언덕의 돌무덤에 녹슨 철모를 얹은 나무 십자가가 을씨년스럽게 서있어 동족상잔의 아픔을 되새기게 한다.

2시 55분 비목공원 주차장에서 남쪽을 향해 출발한 관광버스가 44번 국도의 두촌관광타운휴게소에 들른 후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남한강 물줄기의 한강3경(파사경)과 가까운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 막국수촌으로 간다. 이곳의 홍원막국수(031-882-8259)에서 저녁을 먹고 중부고속도로 오창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온 관광버스가 오후 8시경 청주종합운동장 앞에 도착하며 역사의 현장에서 마음의 평화를 누린 오지 트레킹을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비수구미, #평화의 댐, #노벨평화의 종, #세계평화의 종, #비목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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