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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5년차, 숲속의 베리팜 대표 문형일씨.
 귀농 5년차, 숲속의 베리팜 대표 문형일씨.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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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태어났어요. 고등학교 시절 이후에는 광주에서 살았고요. 이제는 화순이 제 고향입니다. 농장을 하면서 건강도 좋아졌어요.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정년 퇴직한 친구들 중에는 아직 특별한 일거리를 찾지 못한 친구들도 있어요. 일할 곳이 있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

몹시 아팠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암과 뇌경색은 잘 나가던 건설인이었던 그를 농사꾼으로 바꿔놨다. 죽음의 고비를 이겨낸 후 자연 속에서 살기로 하고 귀농을 결심했다. 적당한 자리를 찾기 위해 2년간 전국을 뒤졌다.

그러다가 백아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경치 좋은 곳에서 쉬엄쉬엄 나무를 가꾸며 건강을 챙기자는 마음으로 조경수를 심었다. 그러다가 블루베리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농부의 길로 들어섰다.

화순 북면에서 블루베리 농장 '숲속의 베리팜'을 운영하고 있는 문형일씨 이야기다. 그는 5년 차 귀농인이다. 화순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백아산 자락에 자리를 잡으면서 화순은 그의 고향이 됐다.

베리팜의 블루베리는 현재 kg당 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베리팜의 블루베리는 현재 kg당 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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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농약 인증으로 건강 가득

처음 귀농을 결심했을 때 가족의 반대가 심했다. 도시에서의 삶을 버리고 한번도 해보지 않은 농사일을 하겠다는데 어찌 반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은 가족들이 그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이고 힘이다.

그가 블루베리를 선택한 이유는 어찌보면 간단하다. 여느 작물에 비해 재배하기가 쉽고 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찾는 이들이 많다는 데 주목한 것. 

블루베리는 땅에 직접 심기보다는 주로 화분에 심어 재배하기 때문에 잡초 걱정도 없고 기후변화나 병충해에도 강해 여느 과수에 비해 재배하기가 쉽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3년 정도면 수확이 가능하고 키가 작아 가지치기가 편리해 많은 일손이 필요치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문형일씨는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블루베리를 재배한다.

베리팜이 위치한 곳이 광주시민들의 먹을 물을 공급하는 동복댐 옆에 있어 농약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숲속의 베리팜에서 생산되는 블루베리는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무공해다. 무농약 인증도 받았다,

가지가 부러질 듯 매달린 블루베리를 따서 입 안에 넣으면 달달함이 온몸을 감싼다. 주인장은 부담갖지 말고 마음껏 따 먹으라지만 서민들이 즐겨 먹기에는 아직은 비싼 가격을 알기에 블루베리를 따는 손이 멈칫한다. 하지만 그뿐, 어느새 손은 열매를 향해 뻗어 있고, 입 안에는 블루베리가 들어 있다.

소나무 가득한 숲과 넓은 잔디광장은 농장의 자랑 중의 하나다.
 소나무 가득한 숲과 넓은 잔디광장은 농장의 자랑 중의 하나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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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장으로의 변신 준비

숲속의 베리팜은 현재 체험학습장을 만들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블루베리 수확체험과 함께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체험장을 만들려는 것이다. "하루정도 머물며 쉬고 싶다"는 이들의 요구에 따라 1박 2일 체험코스도 준비하고 있다.

베리팜에 들어서면 블루베리 농장 주변을 둘러싼 아름드리 소나무와 넓은 잔디광장에 눈에 들어온다. 멋지다. 멋지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텐트 치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캠핑을 즐기고 싶다는 이들도 많다.

문형일씨는 그의 농장을 소나무 향기 맡으며 캠핑도 하고, 보랏빛으로 영글은 블루베리도 따고, 블루베리를 이용한 잼과 음료 등을 만들고 맛보면서 자연 속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면서 힐링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오는 4일에는 소비자들을 초대해 쉐프와 함께 블루베리 요리도 만들고, 소과류 전문가인 주학윤 박사로부터 블루베리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색소폰 연주를 들으며 블루베리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도 맛보는 팜파티를 열 계획이다.

팜파티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요리 만들기나 블루베리 따기 체험의 경우 참가비가 있다. 갓 수확한 싱싱한 블루베리도 평상시에는 kg당 3만원에 판매했지만 이날만큼은 30% 정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다. 

농장 인근에는 세계자연유산으로의 등재가 추진 중인 화순공룡화석지와 30여 년만에 일반인에게 개방된 화순적벽, 조선후기 호남의 4대 실학자 중의 한분인 규남 하백원(1781~1844) 선생 박물관 등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문형일시는 "적당한 귀농은 안된다"며 최소한 3년 정도는 귀농에 대해 구체적으로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문형일시는 "적당한 귀농은 안된다"며 최소한 3년 정도는 귀농에 대해 구체적으로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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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쉽게 생각하지 마세요

문형일씨는 5년 차 귀농인으로서 "귀농을 준비할 때는 어떤 방식으로 귀농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귀농을 통한 소득과는 상관없이 농촌에서의 삶만을 즐길 것인지, 어느 정도의 생활비만 확보할 것인지, 농업을 생업으로 삼고 고소득을 올릴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이든 '적당히'는 없다"며 "준비되지 않은 귀농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조언한다. 또 흔히 660~1000m²(200~300평) 정도의 농지를 확보하고 완전 귀농하겠다는 이들이 많은데 최소한 3300~5000m²(1000~1500평) 정도는 확보해야 텃밭도 일구고 연간 1000만 원 이상의 소득이 가능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귀뜸했다.

문형일씨는 귀농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년 이상은 준비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려서도 안 된단다. 그의 경우 백아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후 얼마간은 집과 농장을 수시로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했다.

특히 작목 선택에 공을 들였다. 그는 2년여 간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다양한 교육에 참여하면서 어떤 작목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블루베리를 선택한 후에는 농업인대학을 다니며 재배기술을 익혔다. 블루베리 농가들과 교류하며 노하우도 배웠다.

덕분에 초보농사꾼이지만 큰 실패를 겪지 않을 수 있었다. 가족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혼자 농장을 만들고 블루베리를 가꾸며 어려움도 많았지만 보랏빛으로 탱글탱글하게 영글은 블루베리를 보면 그간의 어려움도 즐거운 추억이다.  

보랏빛으로 탱글탱글하게 익은 블루베리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보랏빛으로 탱글탱글하게 익은 블루베리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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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순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순, #블루베리, #베리팜, #숲속의 베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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