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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10월 27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0.26 재선거 당선자인 유승민(대구 동을) 당선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축하하고 있다.
 지난 2005년 10월 27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0.26 재선거 당선자인 유승민(대구 동을) 당선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축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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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여당의 원내사령탑'을 언급하며 '유승민 퇴출' 사인을 보낸 직후 가장 전면에 나서서 강성 발언을 한 인물 중 한 명이 김태흠 의원이다. 최근 며칠 사이에 가장 드라마틱하게 말을 바꾸고 있는 인물 또한 김태흠 의원이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대해 말을 번복했다. 그의 태도 변화가 이번 싸움의 승자를 웅변해주고 있다. 지난달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29일 의원총회 요구서를 제출하겠다"며 이 자리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이뤄낼 것이라 말했다. 이틀 후인 30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의총은 필요 없다, 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의 맏형인 서청원 의원 또한 적극적 공세에서 소극적 관망으로 돌아섰다. 그는 지난달 30일 유 원내대표 거취와 관련해 "김무성 대표가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사퇴 압박을 하던 그였다.

서 의원은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당에 누가 된 것 같다고 말하고 아름답게 물러나는 것이 리더의 참모습"이라며 유 원내대표를 향해 "사과하고 물러났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로부터 이틀 후에 그는 김무성 대표에게 일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6일이 지났다.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유권자에게 심판해 달라고까지 호소했다. 친박은 '정계은퇴'까지 운운했다. 그러나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 시간까지 건재하다.

싸움의 승자는 보이지 않지만, 패자는 확실

이 싸움의 승자는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패자는 확실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전면에 나서서 최선을 다했지만 자신의 힘으로 이뤄내지 못했다. '친박'도 다급하다. 적극적 공세에서 '김무성 대표가 해결할 것'이라고 말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향후 유 원내대표가 어느 시점에 대승적 차원에서 사퇴하더라도 그는 패자가 아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에게까지 박 대통령의 분노가 전달됐지만 여봐란듯이 새누리당 재선의원 20명은 "(유 원내대표를 유임시키자는) 의총 결과에도 일부에서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해 당내 분란이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의 분노에 찬 메시지를 확인한 상태에서 새누리당 재선의원 20명이 '유승민 지지' 입장을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선일보> 6월 30일자
▲ 박 대통령을 향한 명백한 '항명' 박 대통령의 분노에 찬 메시지를 확인한 상태에서 새누리당 재선의원 20명이 '유승민 지지' 입장을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선일보> 6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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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 아니라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단 14명도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사퇴하지 말고 끝까지 청와대를 설득하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정치를 했다는 유승민 원내대표보다 더욱 괘씸한 입장을 20명의 새누리당 재선 의원들과 원내부대표단이 내놓은 셈이다. 시점상 이는 '항명'이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명백해졌다. 박 대통령은 여당의 원내대표를 통제하지 못한다. 이뿐 아니라 재선 의원과 원내부대표단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잡으려던 이 나라 최고권력자는 새누리당의 의원들로부터 자신의 초라한 신세를 확인 받게 됐다.

언론에서는 새누리당 156명 중 친박이 몇 명인지 세고 있다. 넓게 잡아도 60여 명에 불과,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나머지 60%는? 지금 친박 정치인들이 '의총 절대 불가'를 외치는 이유기도 하다.

'청와대 얼라'들과 극한 대립에 서 있던 정치인 유승민
지난해 국정감사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은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한겨레> 2014년 10월 8일자
▲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겁니까" 지난해 국정감사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은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한겨레> 2014년 10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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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은 '폭탄발언'을 했다. 한 달 전 박 대통령의 방미 당시 "일각에서 한국이 중국에 경도되었다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한-미 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해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사전에 배포했다가 회수한 일을 거론하면서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이거 누가합니까,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겁니까"라고 청와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유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얼라는) 누구를 지칭한 것이 아니다. 농담처럼 한 말이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시점 청와대 행정관 한 명이 술자리에서 폭탄발언을 했다. 당시는 '정윤회 문건파동'으로 나라가 시끄러울 때였는데 청와대 음종환 행정관이 '문건유출의 배후로 김무성, 유승민'을 거론했다고 당시 술자리에 동석했던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밝힌 것이다.

이 폭로가 재미있는 대목은 당시 김무성은 새누리당 대표였고 그 얼마 전 상해에서 '개헌론'을 제기했다가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불편한 기류를 형성한 바 있지만, 유승민 의원은 당시에는 원내대표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청와대 행정관은 왜 유승민 의원을 포함했을까.

청와대 선임 행정관이 정윤회 문건파동의 배후로 '김무성, 유승민'을 거명해 논란이 일었다. <조선일보> 1월 14일자
▲ Y는 '유승민' 청와대 선임 행정관이 정윤회 문건파동의 배후로 '김무성, 유승민'을 거명해 논란이 일었다. <조선일보> 1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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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Y의원' 메모가 언론에 공개되자 당사자로 지목된 유승민 의원의 반응도 재미있다. 그는 비서실장도, 정무수석도, 민정수석도 아닌 안봉근 대통령 제2부속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음종환 행정관은 제2부속실 소속이 아니었다. 유 의원은 "음종환을 잘 아는 안봉근한테 한 번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위의 두 사건이 있은 후 유승민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출마한다. 박 대통령이 지지한 이주영 의원을 비교적 큰 차이로 누르고 원내대표에 당선된다. 당시 원내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유 의원은 "당이 정치의 중심,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폈다.

그는 당선되고 나서 '수평적 당-청관계'를 주장했다. 지난 4월 원내교섭단체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뿐 아니라 '사드'와 관련해서도 한중, 한미 관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처리하던 청와대와 달리 유 원내대표는 '공론화'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던 청와대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계기로 대반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두 가지, 대통령은 '레임덕'이고 '친박'은 소수였다는 점이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 시점은?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유승민 사태와 관련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직책을 원만하게 계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유 원내대표가 그것을 왜 모르겠느냐"며 "당분간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의 명분을 찾고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무성 대표 역시 "(유승민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에게) 명분과 기회를 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레임덕'을 확인한 박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하지 않는 이상 유 원내대표의 퇴진에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는 없다. 그 시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7월 6일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결에 부쳐지는데 이 때를 기점으로 명예로운 퇴진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당을 깰 생각을 하지 않는 이상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원내대표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5월까지 버틸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에 원내대표로 선출되었고 원내대표 임기가 1년이기에 내년 2월까지가 임기이나, 19대 국회 임기 종료시점이 2016년 5월까지여서 새누리당 당헌 당규에 따라 임기가 1년 3개월로 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퇴진 시점이 오는 6일이든,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시점이든, 아니면 임기를 채우든 간에 하나는 분명해졌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노출해서는 안 되는 내용을 노출하고 만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다가오는 총선에서 대통령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이래저래 친박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유승민, #박근혜, #얼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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