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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유예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스물여섯 살 박찬형씨는 면접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는 면접 사교육을 한 마디로 "마치 기계를 만드는 듯하다"라고 표현했다. 그가 배운 것은 다양한 면접 방식에 대비한 답변 구성과 각종 상황에 따른 멘트 그리고 자세 등이었다. 심지어는 의자에 앉았을 때 다리를 몇 센티미터 내밀어야 하는지도 배웠다.

면접 대비 사교육을 받았으면서도 박씨는 처음에는 면접 때 거짓된 모습을 가장하는 것이 양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자신의 본모습을 속여가면서까지 취업한다고 해도, 나중에 후회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반대로 '연기하지 않아서' 후회하게 됐다.

"대기업도 엄청 많이 떨어지고 중소기업도 엄청 많이 떨어지고 하면서 뒤늦게 후회를 했어요. 좀 더 포장할 수 있지 않았나... 제가 면접에서 너무 곧이 곧대로 한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기업에 맞는 인재로 바꿔드립니다!

SNL 방송화면 캡쳐
 SNL 방송화면 캡쳐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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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와 인·적성 검사를 통과해도 취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임원 면접, 실무진 면접, 다대다 찬반 토론, 외국어 인터뷰 그리고 최종 면접까지의 수많은 산이 남아 있다. 입사라는 목표를 향한 여정 중에 단 하나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지원자는 계속해서 '나'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 준비생들은 취업 면접을 준비하며 새로운 존재로 만들어진다.

취업 전 최소 20년간의 삶을 살아오면서 이미 형성된 개인의 모습을 버리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서, 누군가 대신 써준 나의 삶, 나조차 낯선 나의 새로운 얼굴, 기업의 인재상에 끼워 맞춘 새로운 나로 계속해서 거듭나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면접을 위한 대표적인 취업 사교육으로는 면접 스피치 학원, 이미지 메이킹 학원이 있다. 면접 스피치 학원에서는 단순 말하기만 가르치지 않는다. 면접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시선 처리부터 의자에 앉는 방법까지 면접장 안에서의 모든 행동을 하나하나 조율한다. 또한 각 기업별로 세분화된 '면접 대비반'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한 면접 스피치 학원은 호감 주는 목소리 만들기, 신뢰감을 주는 어투 배우기 같은 기본적인 부분부터 촬영 및 코칭을 동반한 실전 PT 면접, 실전 모의 면접까지 약 8주간 일대일로 배우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은 회당 20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어, 총 수업료는 120만 원에 이른다. 추가로 직종별 면접에 따로 대비할 경우, 그룹 강의 총 4회에 35만 원이 든다. 이 수업에서는 각 기업에서 주로 나오는 면접 문제와 토론 면접, PT 면접 등을 가르친다.

이미지 메이킹 학원은 각 기업의 인재상에 맞게 개인의 이미지를 탈바꿈시키는 곳이다. 이미지 메이킹 학원인 L업체의 경우, 기업별 맞춤 이미지 진단만 하는 데에 20만 원이 든다. L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별로 정의를 내려서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힘들지만 삼성의 푸른계열 색깔, SK의 붉은 이미지 등 기업별 옷차림이나 포인트적인 부분은 분명 있다"면서 학원에서 "각 기업의 인재상에 맞게 남들은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코칭을 한다"고 강조했다.

면접 대비, 효과 있는지는 '미지수'

하지만 고가의 금액을 들인만큼, 취업 확률이 올라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특히 최근 면접 경향은 사교육을 통해서 대비하기 힘든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기계처럼 훈련받은 지원자를 가려내기 위해 많은 기업에서 상투적인 면접 평가 방법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창의적 대응능력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 면접 학원을 통해 기업별·업종별 특성에 따라 교육 받고 실습까지 마친 지원자들의 변별력 확보가 어려워지자 지원자 본연의 창의성과 논리성을 파악하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서울 시내 신호등은 몇 개인가?', '지하철 사고로 며칠 동안 갇혀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와 같은 질문에 학원에서 교육 받은 대로 차근차근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기업평가 사이트 잡플래닛에 따르면 롯데그룹에서는 신입 공채 입사 면접에서 "북극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다면 어떻게 팔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지원자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또한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효성그룹 면접에서는 "서울 시내에 있는 중국집 전체의 하루 판매량을 계산하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예기치 않은 질문으로 면접자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의 반응과 논리적 문제 해결 능력을 엿보기 위해서다.

이러한 질문이 늘고 있는 이유는 취업 준비생들이 일반적인 면접 질문에 대해서 모범 답안을 이미 완벽히 외워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기업의 한 인사담당자가 "돌발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보면 지원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인성을 엿볼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단기간 집중적으로 면접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본인의 인성까지는 바꿀 수 없는 노릇이다. 급한 취업 현실 앞에 많은 돈을 들여 사교육을 받더라도 위와 같은 돌발 질문에 답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과연 그 효과는 확실한 것인지 의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지원 시민기자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http://seoulyg.net) 대학생기자단입니다.



태그:#면접대비, #채용제도, #취업, #취업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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