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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자사고) 운영성과를 살펴보니 일반고보다 열악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자사고 학생 1명이 3년 동안 지출하는 비용이 평균 2600만 원으로 일반고에 다니는 학생의 3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북교육청은 이런 결과를 받고도 교육부가 정한 지정 취소 기준에 미달하지 않는다며 (자사고) 지정 취소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전북교육청이 구성한 자율형사립고 자체평가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지역 자사고 3곳 중 2곳(군산 중앙고, 익산 남성고)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두 학교는 올해 자사고 재지정 심의 대상으로 평가는 지난 5월 12일부터 6월 4일까지 진행했다.

교육부는 작년 말 논란 속에서도 이 평가 기준을 정비하고 100점 만점에 70점이었던 지정취소 판단 기준을 60점으로 완화한 바 있다. 전북교육청 자체평가단은 이 기준을 토대로 평가를 진행했다. 그리고 30일 평가 총평과 과정을 공개했다.

다만, 평가 점수는 60~70점 사이라는 점만 밝히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사고 지정을 반대하는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은 이 점수를 입수해 평가단 기자회견 전에 공개했다.

단체들에 따르면, 군산 중앙고는 60.1점, 남성고는 76점을 받았다.

전북교육청 자체평가단이 2곳의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발표한 30일, 전북지역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재지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북교육청 자체평가단이 2곳의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발표한 30일, 전북지역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재지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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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평가단 "취지와 달리 입시 대비 교육에 전념"

자체평가단장을 맡은 전북대 반상진 교수는 "재지정 취소 여부를 떠나, MB정부 이후 학교에서 자체 재원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교육을 목표로 시작한 자사고 제도에 대한 평가를 해봤다"며 "자사고 제도 시행 이후, 귀족학교, 입시학교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평가 결과 그 우려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평가 결과 군산 중앙고는 학교만족도를 제외하고 교육과정 운영과 교원의 전문성, 재정 및 시설 여건 등 전체 평가 영역에서 100점 만점 기준 70~50점 사이를 받았다.

자체평가단은 "법인이 건학 이념에 충실하기 위해 자사고 운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매년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지속되고 있고 국고 지원이 없다면 과연 학교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데 필수 조건인 재정 부담 능력을 충족시킬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교육과정도 건학 이념에 맞는 운영이 아닌 국·영·수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으로 대학입시를 대비한 교육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군산 중앙고에 비해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은 익산 남성고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자체평가단은 남성고에 대해서도 "전체 교비예산 중 법인 부담 비율은 2.4%에 불과하고 학부모 부담이 76.2%에 이르는 등 자사고의 중·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운영에 의문이 남는다"며 "교육과정 운영도 국·영·수 중심의 대학입시 준비 교육활동에 여전히 집중하고 있는 한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지정 대상인 두 학교의 운영 실태가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평가단은 교육부의 기준이 너무 낮아 자사고 재지정 취소는 힘들다는 뜻을 밝혔다.

평가단은 "학생충원율, 학생 1인당 장학금 규모, 법인전입금 비율 등 정량 평가 항목은 많지만, 그 기준은 너무 낮게 설계되어 있다"며 "자사고 지정 취소 가이드라인 점수가 70점에서 60점으로 하향되어 부실한 자사고 눈 감아 주기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두 학교 모두 기준 60점은 넘겼지만 사실상 자사고 운영은 실패작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일반고 운영 성과와 비교해 볼 때 이들 학교는 자사고로서 아무런 유의미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고가 자사고보다 우수, 자사고 정책 실패의 증거"

평가단은 전주의 일반고 2곳을 자사고 평가 기준으로 평가해, 비교한 결과도 발표했다. 그 결과 2곳 모두 70점 이상을 받았다.

평가단은 "교육과정 운영과 교원의 전문성 영역에서는 일반고가 더 우수했다"며 "일반고에 비해 학생들의 지출 비용이 3배 이상 들어가지만 일반고와 비슷하거나 훨씬 더 미흡했다, 과연 자사고의 존립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상진 교수는 "기본적으로 교육부 평가 기준이 타당하지도 않고 신뢰할 수 없다"면서 "전북 자사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정부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 전북지부를 비롯한 교육단체들과 익산·군산의 자사고 재지정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달 30일 전북교육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전북교육청이 중앙고와 남성고의 열악한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도 재지정의 뜻을 밝힌 것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특히, 전북교육청이 공개를 꺼린 두 학교의 평가 점수를 공개하며 "전북교육청이 과연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자사고 자체평가단이 제대로 심사를 했는지도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전북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권한이 없다고 한다면 보다 냉철하게 평가 기준을 정했어야 했다, 이를 통해 기준 미달 자사고 재지정에 대한 선택을 교육부에 맡기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적극적으로 교육부를 압박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며 "특히, 군산 중앙고가 재지정 커트라인인 60점에 불과 0.1점을 더 받아 재지정 됐다는 점에서 봐주기 의혹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 편집ㅣ장지혜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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