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여파가 전국을 휩쓴 한 달이었다. 극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국내 영화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이 급감했고 중순이 지나서야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당초 500만 명에 육박하는 관람객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관객 급감으로 400만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 짓눌렸던 한국영화는 이달 중순이 지나며 반격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18일 개봉한 <극비수사>와 24일 개봉한 <연평해전>이 일찌감치 4백만 관객을 돌파한 <쥬라기 월드>에 맞서 분전하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와 한국 영화계의 주도권 싸움은 7월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등 할리우드 대표 블록버스터가 줄지어 개봉하지만 한국영화계 최고의 흥행파워를 자랑하는 최동훈 감독의 <암살>도 준비되어 있는 만큼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포스터

▲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SF 블록버스터의 전설적인 시리즈 <터미네이터>가 돌아온다. 제임스 카메론에 의해 1984년 처음으로 선보인 <터미네이터> 오리지날 시리즈는 1991년 <터미네이터 2>에서 정점을 찍었지만 2003년 조나단 모스토우의 3편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막을 내린 바 있다. 그로부터 6년 만인 지난 2009년 <미녀삼총사>시리즈로 유명한 맥지와 톱스타 크리스찬 베일을 내세운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이 있었지만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오리지날 시리즈의 영광과 SF 블록버스터의 부흥을 이끌 작품으로 손꼽히는 기대작이다. HBO의 인기드라마 <왕좌의 게임 1>을 연출한 앨런 테일러가 감독을 맡았고 대너리스 역으로 인기를 얻은 에밀리아 클라크도 함께 캐스팅되었다. 오리지날 시리즈의 상징적 존재 T-800 아놀드 슈왈제네거, 한류스타 이병헌, <위플래시>의 J.K. 시몬스까지 등장한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창업자라 할 만한 제임스 카메론은 이 영화를 가리켜 "3편이라 부를 만하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7월 2일 개봉.

<인시디어스 3>

인시디어스 3 메인 포스터

▲ 인시디어스 3 메인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쏘우>, <컨저링>, <인시디어스>의 제임스 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법한 작품이 개봉한다. 제임스 완의 친구이자 <쏘우> 시리즈의 각본가이며 배우로 알려진 리 워넬이 드디어 감독에 데뷔하는 것이다. 제임스 완이 2편까지 연출한 <인시디어스> 새로운 속편을 통해서다. <쏘우> 시리즈와 <인시디어스> 시리즈에서 줄곧 각본 작업을 해왔던 만큼 연출자로의 변신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친구인 제임스 완이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통해 액션 블록버스터로 장르를 옮긴 시점에서 남은 자의 어깨가 더욱 무거울 것이다. 잘 짜인 구성에 더해 소리와 분위기만으로 공포를 자아내는 설정까지 그대로일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에 리 워넬의 연출에 많은 것이 달렸다 하겠다. 7월 9일 개봉.

<10,000km>

10,000km 포스터

▲ 10,000km 포스터 ⓒ (주)쇼미미디어트레이딩


카를로스 마르쿠즈-마르셋은 스페인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고야 시상식에서 올 최고의 신인감독으로 인정받았다. 바르셀로나와 로스앤젤레스를 잇는 멜로물 <10,000km>를 통해서다.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속담은 과연 진실일까? 떨어진 거리 만큼 사랑은 멀어지는 것일까? 고야상 외에도 스톡홀름영화제, 시애틀국제영화제 등에서도 인정받은 작품인 만큼 기본적인 검증은 마쳤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이후 스페인을 대표하는 감독이 탄생할 수 있을지 궁금한 이라면 이 영화를 지나치기 어려울 것이다. 16일 개봉한다.

<다크 플레이스>

다크 플레이스 런칭 포스터

▲ 다크 플레이스 런칭 포스터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주역 샤를리즈 테론과 니콜라스 홀트가 다시 한 번 뭉쳤다. 질스 파겟-브레너의 신작 <다크 플레이스>를 통해서다. 16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25년 전에 벌어진 살인사건의 비밀을 추적하는 탐정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해 말 한국에 개봉해 상당한 화제를 뿌린 <나를 찾아줘>의 작가 길리언 플린의 소설이 원작이다. <킥 애스>시리즈의 '힛-걸'로 한국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클로이 모레츠도 출연하는 만큼 수입·배급사의 기대감이 작지 않다.

<더 디너>

더 디너 포스터

▲ 더 디너 포스터 ⓒ 판다미디어


16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간만에 한국에 개봉하는 이탈리아 영화다. 유럽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며 제71회 베니스영화제 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평단의 인정까지 받았다. 감독인 이바노 데 마테오는 아직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인물이 아니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관람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영화팬이라면 미래의 거장을 한 발 앞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 지오바나 메조기오르노, 알레산드로 가스만 등 이탈리아 유명 배우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서 이 영화가 내린 결단은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극장에서 확인하라.

<밀양 아리랑>

밀양 아리랑 포스터

▲ 밀양 아리랑 포스터 ⓒ 시네마달


만약 당신이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는다면 그건 영화라는 종합예술에서 가장 유효한 장르 가운데 하나를 놓치는 것이다.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는 그 어떤 극영화보다 극적인 감동이 있다. 우리 주변에선 종종 영화보다 더욱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데 그 가운데 몇몇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져 평소라면 이야기가 닿지 않았을 곳까지 전달되고 그로부터 큰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가리켜 사회참여적인 장르라고 말한다.

박배일 감독의 2014년작 <밀양 아리랑>도 그러한 작품 가운데 하나다. 핵발전소와 송전탑 문제가 내포한 도덕적 딜레마를 한국사회 전면에 드러내 알린 밀양 송전탑 문제가 그대로 담겼다. 2005년부터 10년 간 이어진 주민과 정부의 싸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송전탑이 지나는 네 개 면 모두 225세대가 합의금 수령을 거부하며 버티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세워진 송전탑에 의해 삶이 송두리째 뒤바뀐 밀양 할매 할배들의 싸움을 이 영화가 누구보다 가까이서 찍어냈다.

이들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필사적인 저항을 해온 것일까? 송전탑을 둘러싼 싸움은 과연 그들만의 문제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이 영화를 봐야만 한다. 16일 개봉.

<픽셀>

픽셀 티저 포스터

▲ 픽셀 티저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아마도 올 상반기 가장 강렬한 포스터가 아니었을까? <픽셀>의 포스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멈추게 하는 힘을 가졌다. 어렸을 적 한 번쯤 해본 경험이 있을 추억의 게임이 그대로 영화의 소재가 되었다는 것부터 신선한 설정이 한 둘이 아니다. <나 홀로 집에>,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크리스 콜럼버스가 또 한 번의 성공시대를 구가할 수 있을까? 기대가 적지 않다. 아담 샌들러, 미셸 모나한이 공연한다. 16일 개봉한다.

<암살>

암살 메인 포스터

▲ 암살 메인 포스터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7월 한국영화 라인업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작품은 단연 <암살>이다. 전지현, 이정재, 오달수 등 기존 최동훈 사단 멤버들에 하정우, 이경영, 조진웅이 가세했다. 최고수준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기에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의 기싸움에서도 밀리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4대 배급사 가운데 하나인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가 든든하게 지원한다.

근 3년 여 동안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 쏟아졌던 것에 비해 20세기 초반의 이야기는 뜸했던 게 사실이다. 임시정부의 친일파 암살작전이라는 소재 역시 근래 개봉한 영화에선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 등 흥행에는 일가견 있는 최동훈 감독의 흥행 5연타가 이뤄질 것인가? 22일 확인할 수 있다.

<셀마>

셀마 메인 포스터

▲ 셀마 메인 포스터 ⓒ 찬란


오랫동안 기다렸다. 제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비롯 왠만한 주제가상이란 주제가상은 모두 휩쓴 <셀마>가 드디어 한국에서 개봉한다. 신인급 감독 에바 두버네이가 1965년 흑인 투표권을 위해 셀마 행진을 계획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브래드 피트와 오프라 윈프리의 공동제작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고 수많은 상을 수상한 존 레전드의 주제곡 'Glory'는 영화보다 더 큰 애정을 한 몸에 받았다.

약자가 모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게 과연 가능한 것일까? 이 영화는 지금 이 시대에 박제된 유물처럼 여겨지는 어떤 종류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권과 음악에 관심이 있는 영화팬이라면 놓칠 수 없다. 23일 개봉.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메인 포스터

▲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메인 포스터 ⓒ 파라마운트 픽쳐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션 임파서블>이 돌아온다. 이번 편의 제목은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다. 2011년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통해 성공적으로 귀환하긴 했으나 주연 톰 크루즈의 노화 탓에 개봉 전부터 많은 루머가 뒤따르기도 했다. 감독이 브래드 버드에서 크리스토프 맥쿼리로 하향조정 됐다는 점에서 우려도 적지 않다. 어느덧 50대 중반에 접어든 톰 크루즈가 여전히 액션스타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을까? 그가 맡을 역할은 <테이큰>시리즈의 리암 니슨과는 색깔이 완전히 다른데 말이다.

지난 해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빌 케이지 역을 통해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만방에 알렸지만 세계 최고의 주연배우로 군림했던 톰 크루즈의 오늘은 여전히 불안하다. <미션 임파서블>시리즈는 지속될 수 있을까? 이 영화 한 편에 모든 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30일 개봉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인시디어스 3 밀양 아리랑 암살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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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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