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페어 웨딩 (My Fair Wedding, 2014)

마이 페어 웨딩 (My Fair Wedding, 2014) ⓒ 레인보우팩토리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결혼은 힘든 일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도 6개월만에 두 손들며 포기하는 일인 것이다. 넬슨만델라는 27년간 지옥 같은 감옥에서 끔찍한 노역과 고문을 견뎠다. 하지만 출소 후 결혼 생활은 6개월 버틴 것이 고작이었다. 사랑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도전하는 법. 지금 이 수간에도 많은 커플들이 결혼의 불지옥의 구덩이로 용감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리고 여기, 그 중에서도 대단한 용기를 지닌 커플이 있다.

'마이 페어 웨딩'은 대한민국 최초의 동성부부 결혼식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맞다. 2013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그 문제적 커플이 주인공이다. 서울 광장 대로변에서 2000명의 하객들과 함께 각종 문화 공연을 곁들여 선보인 전후무후한 결혼식은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영화는 성대한 축제 이면의 결합과 관계에 대한 속사정을 보정 없이 조망한다.

결혼생활이 불지옥이라면 결혼 준비 과정은 지옥에 입성하기 위한 일련의 중노동이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동성결혼의 경우라면 노동의 강도는 더 심해진다. 대규모 기자회견 결혼발표부터 각종 지지 캠페인과 공연 프로그램 기획으로 결혼 전날 밤까지 쉴 틈이 없다. 그 과정에서 다툼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하다. 영화에서 나오는 인터뷰 중 대부분은 결혼을 준비중인 연인들의 말다툼이다. 8년을 연애했지만 그래도 모르는 게 있더란다.

'이미 기자회견까지 하고 소문이 다 난 상황에서 파혼하게 된다면?' 둘의 다툼이 심해지자 이런 질문까지 나온다. 뼈가 있는 질문에 두 연인은 단순하게 답한다. '그러면 다큐는 더 재미있겠네. 뭐!' 그들은 결코 파혼이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 결혼식에서 중요한 것은 '최초'나 '동성결혼의 권리'가 아님이 분명해지는 순간이다.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을 한다는 것에 있다. 대부분의 결혼이 그러하듯이.

다행스럽게도 파혼은 없었다. 2013년 9월 8일, 예정대로 아주 멋진 결혼식이 치러졌다. 사랑이란 어떠한 중노동도 이겨낼 수 있는 초강력 '붕붕드링크'임이 밝혀진 셈이다. 그러나 이들의 힘겨운 웨딩마치는 아직 진행 중이다. 2014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맞춰 서울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이들은 불수리 통보를 받았다. 이후 2014년 5월 21일 부부의 날을 기해 서울서부지법에 동성간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오는 7월 6일에는 법정 재판이 있을 예정이다.

지난 6월 26일 미국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했다. 백악관 홈페이지가 무지개로 물들었다. 그 이틀 뒤 대한민국에서는 '동성애 조장' 중단을 촉구하는 기독교단체의 집회가 있었다.

아직도 동성애자의 당연한 권익찾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그들의 걱정 또는 바람과는 달리 사회가 동성애를 인정한다고 해서 동성애가 '조장'되지는 않는다. 49년간 이성애를 조장하는 사회를 살아오면서도 꿋꿋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지켰으며, 아직도 동성 연인과의 결혼을 위해 싸우고 있는 김조광수 감독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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