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비정상회담>이 방송 1주년을 맞아 큰 변화를 맞았다. 총 12명의 멤버 중 알베르토, 샘, 타일러, 장위안, 기욤, 다니엘 등이 잔류하고, 로빈, 일리야, 줄리안, 수잔, 블레어, 타쿠야 등 6명이 하차하게 된 것. 하지만 이번 개편에 대해 두 손 들고 환영하는 이는 별로 없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리고 그 모든 비판을 딛고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이유, '도대체 기준이 뭐지?'

'비정상회담' 이 프로그램의 첫번째 생일은 멤버들의 이별의 장이 되었다.

▲ '비정상회담' 이 프로그램의 첫번째 생일은 멤버들의 이별의 장이 되었다. ⓒ JTBC


<비정상회담>은 멤버였던 에네스 카야, 기미가요, 욱일기 등의 사건들로 프로그램의 존립 자체가 흔들린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안위가 걱정될 지경이던 여러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은 아직 건재하다. 멤버들의 높은 인기, 타 예능과 차별화되는 수준 높은 콘텐츠 등의 덕분이다.

그러한 <비정상회담>에 이제 큰 변화가 찾아왔다. 기회도 좋다. 마침 1주년을 맞이한 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멤버들을 교체함으로서 심기일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한다는 선언으로 삼을 수도 있다. 사실 이 정도 되면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기도 하고 멤버들에 대한 호불호도 갈라져 안팎으로 변화가 요구되기도 한다.

<비정상회담>이 멤버를 교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호주 출신 다니엘 스눅스의 하차는 갑작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그리 큰 반향은 일어나지 않았고, 큰 물의를 일으켰던 터키 멤버 에네스 카야의 경우, 하차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이 세간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에 대해서는 웬일인지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그 이유는 대개 한가지로 모아진다. 명확한 이유와 명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바로 하차의 '기준'과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하차의 기준을 시청자들이 정할 수는 없다. 멤버들에 대한 생각은 천차만별일 것이고, 그것을 다 껴안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멤버 교체는 제작진의 고유권한이기도 하고, 그것에 시청자들이 왈가왈부하는 것도 그리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하지만 그간 크고 작은 일들이 있을 때마다 '우리 오래오래 함께 해요'라는 자막을 띄우며 강한 유대를 강조했던 제작진의 모습을 돌아보면, 별다른 사건이 없는 상태(이것이 핵심이다)에서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대한 의아함과 아쉬움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다소 개인차가 있을지라도 <비정상회담>의 멤버들은 특정인을 꼬집어 잔류와 하차의 의견을 제시하기 애매할 정도로 비교적 고른 수준을 보여 왔다. 하차와 잔류가 결정된 각 멤버들 간에 '특별히 차별화된 어떤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하차 멤버들 중에는 토론의 축이라 할 만한 이들도 있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미처 챙기지 못한 명분, 향상된 콘텐츠로 답해야

'비정상회담' 새로운 장을 알리는 예고편의 한 장면.

▲ '비정상회담' 새로운 장을 알리는 예고편의 한 장면. ⓒ JTBC


프로그램의 정체를 막기 위해 변화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멤버 교체 통보는 1주년 기념 방송 중 멤버들의 하차 소감을 듣는 시청자들에게 뭔지 모를 허탈함을 안겼다. '이럴 거면 전부 새로운 멤버들로 구성하든가'하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충분히 나올 법하다.

어찌되었든, 그 모든 의구심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시작되었다. 이번 멤버들의 대거 하차에 대한 제작진의 속사정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며, 따라서 겉으로 드러난 특별한 사유를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개편이란 있을 수 없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으니 성공을 위해 가일층 노력만 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명쾌한 해법이 아직 드러나지 않아서일까?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제작진과 멤버들의 어깨가 무겁게만 느껴진다. 왠지 조금의 틈만 보이면 이번 일에 대한 책임론이 망령처럼 되살아 날 것만 같은 느낌. 명분이 제대로 보이지 않은 일이어서 득보다는 실이 아닐까 하는 우려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 지난 1주년 기념 방송은 그 우려에 물음표를 더했다. 거의 화면 이어붙이기 수준의 편집 내용은 1주년 기념이라기엔 너무나 성의 없게 느껴졌다. 지난 방송의 하이라이트로 꾸며진 방송은 주로 코믹한 요소들이 있었던 장면 위주로 편집되었다. 사실상 <비정상회담>의 트레이드마크인 심도 높은 토론 장면은 발 디딜 틈이 없었으며, 있었다한들 웃음기 속에 빛이 바래고 말았던 것이다.

이쯤 되면 과연 제작진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짚어내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물론 <비정상회담>은 예능이 토대이며 토론은 그 재료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특별한 매력을 느꼈던 것은 바로 그 재료다. 수많은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들 중 단연 돋보였던 이유는 바로 그것을 능수능란하게 다뤄주었던 멤버들과 일부 일일패널들의 공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여섯 멤버들의 하차는 <비정상회담>에는 큰 '사건'이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에 독이 될까, 아니면 약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라면 "누가 알겠냐"는 싱거운 대답밖에는 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만약 그 어떤 비전도 없이 멤버 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에 대한 책임은 부메랑이 되어 제작진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일은 <비정상회담>의 제작진들에게 큰 숙제를 안겼다. 이번의 멤버 교체에 대한 명분은 프로그램의 발전 양상에 따라 역으로 증명되고 갖춰질 것이다. 이번 일에 대해 시청자들의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일, 이제 공은 제작진과 멤버들에게로 완전히 넘어갔다.

비정상회담 전현무 성시경 장위안 유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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