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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들은 행복한가.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여러 조사 자료를 봐도 그렇다. 지난해 한 자료를 보면, 한국인 81%가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대답을 했다. 심각하다. 긍정 경험 지수는 세계 118위였는데 엄청난 하위권이다. 조사대상 130여개국 중에 꼴찌다. 한국 사람들은 하루 중에 긍정적인 경험을 못하고 있다."

심리학자 김태형 소장(심리연구소 함께)이 6월 30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경남직업문화센터가 마련한 강연에서 '심리학으로 바라본 행복'에 대해 이야기 했다.

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은 30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심리학으로 바라본 행복"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은 30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심리학으로 바라본 행복"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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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살률은 한국이 전 세계 3위이고 OECD 1위이다. 경제적으로 보면 부국인데, 행복도는 거의 세계 최하위권"이라며 "삶의질 평가를 보니 전쟁 중인 이라크보다 더 낮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현재 가장 불행한 세대는 '노인'이라 했다.

"한 자료를 보니, 노인세대 우울증은 33.1%다. 10명 중 서너명 꼴이다. 노인들의 빈곤율은 OECD 중 1위이고, 노인 자살률은 OECD 평균의 10배다. 죽지 못해 살고 있다. 지금 노인들이 최악의 상황에 다다른 이유는 정부의 말을 잘 들었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주장했던 가치를 따랐던 사람들이다. 한국이 경제성장을 해야 하고, 내집 마련하는 게 평생 소원이었다.

이는 노인들의 말을 들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노인들의 조언은 완벽하게 무시해야 한다. 그들은 현재 가장 불행한 집단이니까. 자기 인생에서 긍정도 있고 행복한 사람이 조언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서 한국에서는 노인들이 사회적 발언을 하면 안된다. 구원과 치유를 기다려야 한다. 정부 말만 믿고 맹목적으로 따라가면 말년이 이렇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중년 세대가 노인이 되면 더 불행할 것 같다. 지금의 지배질서와 이데올로기를 깨지 못하면 더 심해진다는 말이다."

김 소장은 "한국의 부모는 자기를 위해 돈을 잘 쓰지 않는 특징이 있고, 외국에 비하면 너무하다"며 "어릴 때는 사교육비, 크면 대학등록금, 결혼도 부모가 시켜주고, 집값도 보태 주어야 하며, 요새는 손자들 학원비도 대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가 문제다. 많이 벌어봐야 소용이 없다"면서 "자식에 대해 배려해 주지 않는 정부나 사회에 빼앗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노인세대 다음으로 아동청소년이 불행하다고 했다.

"한국 아동청소년은 전 세계에서 제일 불행하다. 요즘 아이들 얼굴을 봐도 무겁고 힘들어한다. 통계를 봐도 그렇다. 공부 때문이다. 아이들은 놀아야 하는데, 부모들은 아이들을 가만히 두지 않고 공부하라고 괴롭힌다. 요즘 아이들이 만든 '안티부모카페'가 있는데 초등학생 위주로 가입해 있다. 거기에 들어가 보면 아이들이 엄마에 대해 쌍욕을 해놓았다. 엄마들이 그것을 보고 기절할 정도였다. 집안에서 보면 공부 강요 안 하면 아이들과 싸울 일이 별로 없다."

그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일류대학에 못 들어가고 그러면 취직도 못할 거 같아서, 그런 게 싫어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이라며 "왜 한국 사람들은 가난을 무서워하느냐, 그것은 무시 당할까봐 그런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돈이 없어도 당장에 굶지는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돈이 없어 무시당하는 게 싫다는 것이고, 돈이 있으면 무시당하지 않으니까 집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꿈은 3가지"

"행복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진 그는 "우리는 행복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 사람들은 행복이 돈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주의적 행복론이다, 돈을 가장 강력하게 믿는다, 그것이 문제다"고 말했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꿈이 연예인, 교사, 공무원이다. 왜 이렇게 되었나. 지금 중년들이 어릴 때 꿈은 대통령이 많았다. 어릴 때는 꿈이 크고, 그렇게 큰 소리 치는 게 맞다. 꿈을 꾸고 희망을 가지면서 세상을 낙관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요새는 과학자가 꿈이라는 학생도 없다. 그렇다보니 공익광고에나 '과학자의 꿈'이 나올 정도다. 과학자가 되어봤자 돈도 많이 못 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이다 보니 한국의 미래가 없다. 패기와 꿈, 희망이 없는데 (그건) 우리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지금 한국인 대부분의 관심사는 돈이다.

돈이 있으면 행복할까.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런데 돈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는 세계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잠깐 기분은 좋게 할지 모르지만, 돈이 행복은 아니다. 부 자체가 행복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아주 적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돈이 없으면 무시하고 경멸한다.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돈에 집착하는 것이다. 돈이 행복이라고 믿는 한 한국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다."

그렇다면 부자가 되면 행복할까. 김태형 소장은 "소득상위 10%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 고학력전문관리직은 전체 자살률의 6배다"며 "고위공무원과 기업체 임원의 자살은 2004년 42명이었는데 10년 뒤에는 414명, 교수와 회계사, 의사 등 전문직은 2004년 137명이었는데 2013년 865명이었다. 상류층에 들어가면 행복해진다는 게 아니라 자살률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은 30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심리학으로 바라본 행복"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은 30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심리학으로 바라본 행복"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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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도 하위층보다 상위층의 자살률이 높다, 경쟁에서 이겨서 성공하고 출세해도 행복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돈과 출세는 행복과 관련이 없다, 허무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사례를 소개했다.

"한 부모가 자식을 때리면서까지 공부를 시켰다. 그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까지는 공부를 잘했다. 고3 때 공부가 좀 떨어져서 소위 말하는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대)를 못 갔다.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서 공무원이 되었다. 부모들은 아이를 괴롭히면서 '너 힘든 거 안다. 공무원 되면 다 좋아질 것'이라 했다. 그런데 공무원이 된 지 두 달만에, 30살도 되지 않았는데 자살했다. 그는 '지금까지 내 인생도 힘들었다. 공무원이 되어도 달라진 게 없다. 앞으로 무엇을 더 기대할까'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한번도 행복하게 살지 못했던 것이다. 공무원이 되어 출근했는데 대인공포증이 심했던 것이다. 어릴 때 불행하게 살았는데 나중에 공무원이 되고 대기업에 들어가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말은 맞지 않다."

김 소장은 "행복했던 적이 없었던 사람은 시련과 난관이 오면 버텨도 더 좋은 세월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못한다"라며 "행복이 없었으니까 희망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한국 부자들은 행복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시련과 난관이 오면 자살을 택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진정한 행복은 정신건강, 인간본성, 공동체

김태형 소장은 "'정신건강'과 '인간본성' '공동체'가 있어야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건강한 정신은 욕망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욕망이 건전하지 않고 감정이 긍정적이지 않으면 건전한 지식도 없다, 욕망이 과하면 정세 판단도 못한다, 똑똑한 사람도 건강한 동기와 긍정적 감정이 없으면 건전한 지식도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인간 본성대로 살아갈 때 행복하다"며 "원시시대엔 돈이 없었다, 우리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돈보다 '인'이 목적이었고, 중세유럽은 '신'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자들은 중세시대까지만 해도 돈에 대한 욕망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돈 욕망이 일반화된 것은 자본주의시대부터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사랑'도 강조했다. 김 소장은 "인간은 사랑이다. 인간은 어느 시대에 살든 사랑을 원한다. 사랑을 제대로 하면 정신건강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사랑과 일'을 제시했다. 김 소장은 "일은 생산적인 일을 말한다, 인간은 일을 하지 않으면 더 힘들다"면서 "인간은 권태감 때문에 평균적으로 두 달 이상 놀지 못한다, 지옥이 있다면 권태로운 곳일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권태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한국 자본주의자들은 복지가 잘 되면 사람들은 다 놀 것이라고 한다. 틀린 말이다. 인간은 걱정이 없으면 생산적인 일을 하려고 하는 특징이 있다. 생산적인 일은 사회적 가치가 있어야 하고, 내가 하는 일에 통제권(재량권)이 있어야 하며, 합당한 보수(사회적 피드백)가 주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저임금도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는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주어야 한다."

김 소장은 "행불행을 좌우하는 첫째 요인은 '관계' 내지 '공동체'다"며 "인간은 태초부터 사회적 존재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면 행복해질 수 없다, 시련과 고난이 있어도 관계가 좋으면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사람들은 돈으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며 "해결책은 돈이 아니고 관계 회복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한국사회가 망해가고 있다. 행복하지 않으니까 아이를 낳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민족은 멸망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이를 고민하지 않고 서로 싸우기만 한다. 더 이상 돈에 집착하지 말라고 설득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지 않고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관계가 나쁘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행복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몇 가지 시스템만 개혁하고, 선거 잘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다 죽는다."


태그:#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 #행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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