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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갑작스러운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 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 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라며,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을지도 모른다. - 기자 말

방사성 요오드 캡슐을 복용한 지 19일이 지났다. 처음 캡슐을 복용하고 2박3일 입원기간을 포함해 일주일 동안은 계속된 후유증으로 힘들었었다. 오심구토, 소화불량, 변비는 기본에 침샘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음식을 먹어도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땀샘을 통해 방사능이 배출되어서 그런지 손등 피부에 이상 증상이 생겼다. 땀샘이 추위에 살이 트고 갈라졌다가 아물때 딱지가 생기는 것 마냥 변해 버렸다.

일주일이 지나고 2주차에 접어 들어서는 오심구토와 소화불량, 변비는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는데 여전히 미각은 둔했고 피부 상태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방사성 요오드 치료의 효과인지 전신 스캔 했을 때 검정색 원형 2개가 집중되어 있던 곳의 피부속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기곤 했다.

입원 이틀째날부터 다시 신지로이드를 매일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신지로이드 중단에 따른 부작용들은 일주일이 지나고 거의 사라졌다. 체력도 다시 올라와 매일 1시간씩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이제 미각과 피부상태만 정상으로 돌아오면 방사성 요오드 치료 전의 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나의 잃어버린 미각 찾기 프로젝트

잃어버린 미각 찾기 프로젝트로 진한 양념의 음식을 계속 찾아 먹었다
▲ 석쇠쭈꾸미 잃어버린 미각 찾기 프로젝트로 진한 양념의 음식을 계속 찾아 먹었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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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고 제일 처음으로 먹었던 '사제 음식'은 내 방안에 갖혀서 배달시켜 먹었던 '파닭'이었다. 그 집 파닭은 배달음식을 잘 시켜 먹지 않는 우리 집에서 가끔 치킨을 시킬 때면 꼭 주문하는 집이다. 동네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영업을 해온 집이라 치킨이 참 맛있다. 그렇게 맛있는 치킨도 미각의 상실로 인해 '맛없게' 먹어야 했다.

시간이 지나 바깥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잃어버린 미각 찾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그때부터 양념맛이 진한 음식들을 계속 찾아 먹었다. 진한 양념으로 침샘에 자극을 주어 미각이 돌아오도록 할 계획인 것이다. 딱히 의사의 가이드나 처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침샘이 영향을 받은 건 분명한 사실이고 입원 기간동안도 침샘이 마르게 하지 말라고 사탕을 계속 먹게 했으니, 지금도 침샘이 더 활발하게 활동하도록 하면 미각이 더 빨리 돌아올거라는 생각이다. 불닭, 석쇠쭈꾸미, 아귀찜, 불짬뽕, 부대찌개 등 양념이 진한 음식들을 계속 먹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시간이 지나 자연히 좋아진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신기하게도 다시 미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미각이 돌아올 무렵 손등에 생겼던 피부의 이상증상도 차차 개선되었다. 그걸 보면 아마도 괜찮아질 때가 되어서 미각이 돌아온 것이겠지만 분명 나의 노력에도 일정부분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술 후 3개월, 피부 감각이 돌아왔다

갑상샘암 수술 3개월 후 흉터
▲ 흉터 갑상샘암 수술 3개월 후 흉터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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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하고도 보름간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고 회복하느라 수술했던 부위의 흉터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살았다. 오랫만에 흉터에 붙여 놓은 '메피폼'을 교체할 때가 되어 붙어있는 메피폼을 떼어 내고 거울앞에 섰다. 2013년 10월 22일에 수술을 받고 지금이 2014년 1월 중순이니 3개월이 다 되어 간다. 3개월이라는 시간만큼 내 흉터 또한 처음보다 많이 희미해져 있었다.

수술 흉터의 봉합을 꿰메지 않고 '의료용 본드'로 해서 그런지 흉터부위 피부가 바깥으로 돌출된 부분없이 매끈하다. 피부 색깔만 원래 피부색으로 돌아오면 수술 받았는지도 모를 것 같은 느낌이다. 가로 10cm, 세로 5cm 가량의 메피폼 한장의 가격이 10만 원이나 하는데 비싼 메피폼 덕인지도 모르겠다. 메피폼 말고 연고타입의 흉터 치료제도 있는데 아무래도 발라 놓고 옷을 입고 있으니 옷에 닦여 버리기 일쑤라 잘 사용하지 않았다.

수술을 받고 나면 수술을 한 목 부위에 피부 감각이 없다. 감각이 없다는 표현보다는 목욕할 때 때 타월로 한 부위만 집중적으로 계속 밀고 나면 한동안 피부가 너무 예민해져서 만지면 감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와 비슷한 느낌이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면서 기다렸는데 역시 3개월 가량 지난 지금 조금씩 감각이 돌아오고 있다. 메피폼을 한 번 잘라서 붙여 놓으면 약 일주일에 한 번씩 교체 하는데 어느 날인가 메피폼 교체를 하면서 피부에 감각이 돌아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지난해 가을. 추석 연휴 전에 건강검진을 받고 처음으로 갑상샘에 종양을 발견했다. 갑작스러운 결과에 놀랐지만 곧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어느새 시간은 흘러 몇 주 뒤면 설날 연휴다. 이제 설날 연휴가 지나면 3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병가를 냈던 직장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잘 견디다 보면 결국 웃을 날이 오게 마련인 것 같다. 나의 신년 계획인 '일상 생활'을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태그:#갑상샘암, #방사성 요오드, #미각, #흉터, #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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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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