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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만 '그렇게 살아서 무엇이 바뀌겠는가'라고 묻고 싶습니다. 1등이 된다는 것도 어렵거니와 그렇게 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차라리 룰을 바꾸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룰이 잘못됐으면, 룰을 바꿔야 합니다. 잘못된 룰에 우리를 맞출 수는 없습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한겨레출판사)에서 노회찬이 한 말이다. 같은 책에서 사회운동가 앤디 비클바움도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 더럽다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더럽다'고 말하라고 주장한다. 몇 해 전 사라진 <개그콘서트>의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 코너에서 개그맨 박성광이 자주 언급하여 유명해진 말이기도 하다.

미국의 진보주의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가 1등(1%의 부자) 위주의 더러운 세상을 변혁하는 방법을 들고 나왔다. 그는 <1대99를 넘어>(김영사 펴냄)를 통하여 부의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방관하지 말고 행동하라고 충고한다. 이미 <부유한 노예>, <슈퍼자본주의>라는 책을 통하여 부의 불평등과 역행주의를 파헤친 바 있다.

불평등의 역행주의가 문제

책 <1대99를 넘어> 표지
 책 <1대99를 넘어> 표지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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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에 걸쳐 1등만 기억하는 사회가 '더러운 세상'이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다. 1등만 모른다. 모른다기보다 무시한다.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부나 대기업은 계속하여 1등만 기억하는 정책으로 가고 있다. 부자의 세금은 건드리지 않고('감면해 주고'가 더 적절한 표현) 서민의 세금만 올린다. 이미 저자가 예견한 바다.

"모든 국민에게 좋은 혜택을 안겨 주었던 경제와 민주주의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권력과 부를 소유한 소수 특권층 편에 서서 주로 존재하는 경제와 정부가 들어설 위기에 놓여 있다."(본문 14쪽)

박근혜 대통령은 소속정당인 새누리당과는 어울리지 않는 '창조경제'라는 정책을 들고 나와 당선되었다. 경제민주화를 갈망하는 국민은 그에게 표를 주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후 그의 '창조경제'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른다. 솔직히 지금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기업을 위한 정부인지. 왜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질까.

저자의 말을 빌리면, '조작된 경제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1%의 부자가 조작한, 그 부자에게 정치자금을 받아 정치를 하는 정부나 국회의원이 조작한 경제게임은 출발부터 불공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게임이 지속되는 것은 그게 그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득을 취하는 이들은 절대로 이 룰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자와 그들의 자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제 상황이 조작"되었다며, 부자가 공경의 대상이 아니라 "대중을 강탈해 부를 축척했다"고 의심하는 대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상위층으로 갈수록 재정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채 부를 축적하기가 쉬워"(29쪽)졌다. 반면 아래로 갈수록 위험은 커지고 보상도 작아진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역행주의라고 말한다. 이를 19세기의 사회진화론(사회발전과 변동을 다윈의 진화론에 근거하여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이라는 틀에서 보는 사회이론- 필자 주)으로의 회귀로 본다. 이 이론은 우성인 1%의 부자가 살아남는 것을 당연시한다. 1%가 더욱 부를 창출하면 국민 모두가 행복한 복지사회로 갈 수 있다는 허망한 생각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1%부자가 대부분의 파이 먹어

국가 총소득에서 고소득층의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위 1% 중에서도 최상위층이 차지하는 몫은 점점 커지는데 반해 나머지 일반 국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더욱 줄어들었다"(24쪽)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IMF 때,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 매면서 궁핍경제를 참았다. 그러나 상위층의 재산은 불어났다. 이는 '강남불패'의 패턴을 잇는 '1%부자불패'의 룰이다.

이런 현상이 반대가 되어야 '창조경제'요 '경제민주화'라는 말을 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 부자들의 돈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반대로 국민 경제에는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책에 따르면 1947년부터 1977년까지 미국경제의 대번영기에 갑부들의 소득 비중이 줄었을 때 평균 임금이 올랐다. 상대적으로, 1981년부터 현재까지 경제는 후퇴하는데 상위층의 소득은 늘어나고 임금이 침체되고, 성장률 또한 뒤로 가고 있다. 저자는 경기침체의 주원인이 '정치'라고 잘라 말한다.

"소득과 부가 소수 국민의 수중에 집중되자 미국 정치가 1920년대 매리너 에클즈 연방준비은행 의장이 묘사했듯이 '엄청난 경제력을 거머쥔 사람들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경제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시대'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본문 78쪽)

우리도 정부에서 경제를 규제하는 정책을 쓰려고 하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며 기업들에서 온갖 로비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이 지는 게임 룰을 만드는데 가만히 있을 대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미국의 경우 도드 프랭크법(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금융규제법안- 필자 주)을 없애려고 대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이다.

'도대체 경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은 언제나 유효하다. 저자의 말대로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국민)을 위한 것"(96쪽)이어야 한다. 부자들은 어떻게 하든지 자신들이 파이를 많이 먹으려고 한다. 정부를 회유하고 법을 만드는데 개입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정치자금 기부나 불우이웃돕기도 그 일환이다. 저자는 작은 정부라도 이들에 지배당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고 경고한다.

국민이여! 행동하라!

저자는 미국의 경제와 민주주의가 일반 근로자인 국민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조작되었음을 말한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잡기 위해 "(국민이) 무엇을 해야 하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포괄적으로 파악"하고 분노하라고 말한다. '윤리적 분노'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그것만으론 안 된다. "분노를 딛고 행동해야 한다"(13쪽)고 주문한다.

저자의 "역행하게 만드는 세력이 승리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국민이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 미국을 위시한 나라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문제를 신랄하게 분석한다. 그런 바탕에서 부의 불평등을 해소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11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부자의 세율을 높여라 ▲상위 0.2%에게 부가세 2%를 부과하라 ▲금융거래에 0.5%의 세금을 부과하라 ▲국방예산을 삭감하라 ▲의료비를 메디케어로 통제하라 ▲공공재,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라 ▲기업의 위험투자를 장려하는 글래스 스티걸법을 제정하라 ▲거대은행 규모를 제한하라 ▲껑통주택 문제 잡아라 ▲거액의 정치자금을 차단하라 ▲기업은 정부에 충성맹세를 하라

우리 모두는 1% 게임 룰에 속고 있다. 이 룰이 지배하는 한,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일 수밖에 없다. 이런 거짓말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저자의 말처럼, "엄청난 진실을 사정없이 주장"(151쪽)해야 한다. 진실 앞에 거짓은 무릎을 꿇게 되어 있다. 정치권 또한 돈 때문에 1%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그걸 알고 있는 사람, 오바마의 연설문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겠다.

"소수의 엄청난 탐욕과 무책임이 경제체제 전체에 팽배했습니다. 결국 미국의 경제와 세계가 위기에 빠졌고, 우리는 아직도 이 위기에서 헤어 나오려고 분투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국민 수백만 명이 직업도, 집도, 기본적인 안정도 잃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열심히 일해 자신의 책임을 수행했지만 아무 잘못 없이 여전히 그 피해를 혼자 덮어쓰고 있습니다."(본문 191쪽)

덧붙이는 글 | <1대99를 넘어>(로버트 라이시 지음 / 안기순 옮김 / 김영사 펴냄 / 2015. 6 / 204쪽 / 1만2800 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길일 것 같아 그 길을 걸으려고요.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로버트 라이시의 1대 99를 넘어 - 부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11가지 액션플랜

로버트 라이시 지음, 안기순 옮김, 김영사(2015)


태그:#1대99를 넘어, #로버트 라이시, #안기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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