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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고용노동부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게시글. 링크를 클릭하면 '취업 성형'을 자세하게 소개한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 글로 연결된다.
 30일 고용노동부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게시글. 링크를 클릭하면 '취업 성형'을 자세하게 소개한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 글로 연결된다.
ⓒ 고용노동부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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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고용노동부의 트위터 계정에 '취업 성형'의 내용이 담긴 게시글이 올라왔다. 링크된 사이트 주소를 클릭하면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로 연결된다. 블로그에는 청년 기자단이 작성한 '취업 성형' 관련 내용이 게재돼 있다. 해당 글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자 게시글은 올라온 지 약 1시간 만에 삭제됐다.

이에 누리꾼들은 "성형을 권장하는 글을 고용 노동부 공식 계정이 썼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최근 한국이 외신에 성형 왕국으로 소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인데다, 정부 기관이 SNS로 소개하기에 적절한 내용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취업 성형 이야기'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에 게시된 글. '취업 성형'을 주제로 다루면서 '기업에서 선호하는 얼굴 스타일' 등의 정보를 소개한다.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에 게시된 글. '취업 성형'을 주제로 다루면서 '기업에서 선호하는 얼굴 스타일' 등의 정보를 소개한다.
ⓒ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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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트위터 계정이 공유한 글은 공식 블로그에 올라왔던 '취업 성형 이야기'에 관한 내용이었다. "성형, 취업 7종 세트 조건으로 자리 잡다"라는 제목의 이 글은 토익 등의 스펙을 쌓느라 고민 중이라는 취준생 A양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어서 취업을 위한 '스펙' 중 하나로 외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취업 성형'을 자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취업 성형까지 감행하는 시대가 오다"라는 소제목 아래 "이제는 외모도 취업 9종 세트 안에 당당히 껴있는 만큼 무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게 되어 버렸다"고 적었다. 외모로 인한 차별 개선에 노력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오히려 외모를 기준으로 한 평가를 적극 권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한국 근로기준법 제6조는 '균등한 처우'의 보장을 명시하고 있으며, 정체성을 이유로 한 근로 조건의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블로그 글은 '청년이 보는 세상'을 표어로 삼고 있지만, 내용은 이런 문구와 사뭇 다르다. '취업 성형' 관련 내용은 '기업에서 선호하는 얼굴 스타일'을 남녀의 사진과 함께 덧붙였다. 또 여성의 얼굴을 여러 명이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그림도 인용했다. 인용한 그림의 출처 링크를 클릭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20대'의 문제를 지적하는 <세계일보> 기사로 연결된다.

블로그 글에서는 '면접을 대비해 가장 성형하고 싶은 부위', '취업이나 이직을 위해 성형할 생각이 있다' 등의 글과 자료도 인용했다. 긴 글의 마지막은 "그러나 취업을 위해서 성형을 해서 이목구비를 고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웃는 얼굴이 최고의 스펙이 된다"고 마무리한다. 앞서 소개된 관련 정보와 다소 상반된 주장이라 어색한 감이 있다. 결국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자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취업을 위한 성형을 소개'하는 분위기를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도 '성차별' 게시글로 논란 일으켰던 고용노동부

2014년 11월 논란이 된 <워크넷> 게시글. "결혼예정자나 오래 된 애인이 있을 경우 기업은 채용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적은 부분이 성차별을 당연시 하는 듯한 내용이라 비판을 받았다.
 2014년 11월 논란이 된 <워크넷> 게시글. "결혼예정자나 오래 된 애인이 있을 경우 기업은 채용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적은 부분이 성차별을 당연시 하는 듯한 내용이라 비판을 받았다.
ⓒ 워크넷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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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게시글로 논란을 일으켰던 비슷한 사례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2014년 11월,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일자리 정보 사이트 <워크넷>에 성차별을 당연시하는 듯한 내용의 글이 올라와서 비판을 받았다.

글의 내용은 구직자를 위한 조언이었는데, "결혼은 언제 할 계획입니까?"라는 질문에서 "결혼 예정자나 오래 된 애인이 있을 경우 기업은 채용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적었다. 직장 내부의 결혼과 출산 관련 차별을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라는 식이었고, 이것이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게시됐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 "커피나 복사 같은 잔심부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커피를 타야 한다면 한 잔의 커피도 정성껏 타겠습니다"라고 답변할 것을 충고한 부분도 마찬가지로 비판을 받았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 단체가 성명을 발표하고 항의하자, 당시 고용노동부는 해당 글을 삭제하고 "직원들에 대한 성교육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기업의 관점에 치우친 글을 '정보'라고 제공했다가 또다시 논란을 겪게 된 고용노동부. 청년 구직자들의 입장에서도 조금 더 생각할 수는 없었을까? 일자리 문제와 더불어 성평등, 외모 차별의 철폐에 앞장서야 할 정부 기관 중 하나인 만큼 더 세심한 배려에 신경 썼으면 한다. 게시물에 대한 사람들의 비판도, 고용노동부가 '고용'과 함께 '노동'을 동등한 무게로 다루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태그:#고용노동부, #취업 성형, #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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