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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 시행령 수정 권한을 강화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업무를 마비" 시켜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국회법 갈등은 모든 정치 이슈를 집어삼켰다. 연일 국회와 청와대의 갈등, 여권 내부의 갈등 등이 언론을 통해 시민들에게 전혀졌다.

하지만 바로 이날 통신요금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정책이 소리 소문없이 확정됐다. 바로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요금인가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 및 규제합리화를 위한 통신정책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관련기사 : 24년만에 고삐 풀린 이동통신요금, 더 오를라).

지난 25일 미래부는 통신요금인가제 폐지를 골자한 정책을 확정 발표했다.
▲ 미래부, 요금인가제 폐지 지난 25일 미래부는 통신요금인가제 폐지를 골자한 정책을 확정 발표했다.
ⓒ 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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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1991년도부터 시장지배적사업자의 통신요금을 정부가 인가했던 제도가 사라지게 될 예정이다. 현재 무선시장(휴대폰)에서는 SK텔레콤이, 유선시장(인터넷)에서는 KT가 요금인가제로 인해 새로운 요금을 출시할때마다 정부의 인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에는 요금인가제 폐지만이 있었다. 이미 수차례 문제제기한 것과 같이 시장의 50%를 지배하는 선도 기업이 존재하는 과점시장이라는 현 통신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요금인가제 폐지로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는 매우 낙관적 전망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회 각계의 우려와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정책을 밀어붙였다.

과다 통신비는 정부 탓?

정부는 요금인가제 폐지 등 이번 정책방안을 규제완화 등을 통해 국정과제인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을 실현하고 이동통신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유도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과 요금인가제 폐지는 직접적 상관이 전혀 없다. 현재의 요금인가제하에서도 요금을 인하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요금인가를 받지 않고 신고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통3사는 기술 발달 등을 핑계 삼아 요금인하는 하지 않고, 계속해서 요금인상만 요구해 왔으며, 정부는 이통3사의 끊임없는 요금인상 정책을 용인해주었다.

현재의 가계통신비 과다부담은 정부가 사업자들의 지속적인 통신요금 인상을 인가해 준 것에 일정 책임이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업체들이 경쟁을 하지 않았고 요금인가제가 이러한 경쟁을 막아왔다고 이야기하며 책임을 업체에 떠넘기는 것은 규제완화 실적 쌓기에 매몰되어 자가당착에 빠진 무책임한 행정에 불과하다.

무늬만 의견수렴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는 요금인가제 폐지 등 규제 완화를 위한 통신정책 방안 공청회가 9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는 요금인가제 폐지 등 규제 완화를 위한 통신정책 방안 공청회가 9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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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부가 매우 중요한 통신정책을 결정하며 의견수렴에 충실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번 요금인가제 폐지 등과 관련하여 6월 11일까지 2주간에 걸친 대국민 의견수렴, 6월 9일 공청회를 거친 바 있다. 하지만 국민들과 이해관계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하고 이해하여 정책에 충분히 반영하였는지 의문이 들고 있다.

특히 공청회 자리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요금인가제 폐지와 관련하여 우려를 표명한 바 있고,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지속적으로 요금인가제 폐지에 대한 반대의견을 개진하고 의견서 등을 제출하였지만 정부는 기존안과 어떠한 변화도 없는 내용을 고수하고 확정했다.

소비자단체인 경실련은 이와 관련하여 정부에 의견수렴 내용 등에 대해 투명한 정보공개청구를 제기했다. 경실련은 "공청회와 대국민 의견수렴 내용 공개에 따라 정부가 소비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자 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를 거친 것에 불과한 것인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 25일 목요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이 이와 같이 매우 중요한 이슈를 덮어버렸다. 요금인가제 폐지로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요금인상, 가격담합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없이 정부는 관련 제도를 폐지하고자 한다.

경실련 등 소비자단체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비자가 아닌 규제완화라는 실적에만 눈이 멀어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는 요금인가제 폐지를 위해 연내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의 입법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회가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 횡포를 일방적으로 따를 것이 아니라, 통신시장의 현실과 소비자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여 진정한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한 제도 개선에 앞장서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미래창조과학부, #미래부, #요금인가제, #요금인가제 폐지,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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