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집 '50'을 발표한 가수 안치환이 24일 오전 서울 연희동 참꽃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11집 '50'을 발표한 가수 안치환이 24일 오전 서울 연희동 참꽃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지난 2014년, 그간의 곡들을 모아 앤솔로지로 묶었던 가수 안치환. 그가 이번에는 11집 <50>을 들고 돌아왔다. 원래 내려던 음반이 있었지만 잠시 미뤄두고 새롭게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번 앨범에는 대장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지난 1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녹음실에서 <오마이스타>와 마주한 안치환은 이 앨범을 "쉰 언저리에 내가 겪은 고통과 좌절, 극복의 의지와 희망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마따나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로 가득했다. 안치환은 "경험하지 않았으면 이런 노래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음악...'천생 딴따라구나'"

'나는 암환자' '병상에 누워'에는 병원에 입원하고 다음 날 새벽, 잠에서 깼을 때 느꼈던 막막함과 두려움이 담겼다. 여기에 힘이 되어주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안도감이 더해졌다. 안치환은 이어지는 '바람의 영혼'에서 일상 속 자신의 가치를 되짚는다. 더 나아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가치를 노래한다. 그는 "세상을 떠받치는 가장 기본적인 무게 아니냐"면서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성은 타이틀 곡인 '희망을 만드는 사람'에도 계속된다.

"내게는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음악하는 나로서는 새로운 내용으로 외연을 넓힐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 가봤으니 절실함 같은 것이 많이 배어있는 것 같고. 잘 되면 옐로카드로 끝날 수 있겠지. 레드카드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음악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음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몇 안될 것 같다. 노래를 만들면서 '천생 나는 딴따라구나' 생각했다. 존재에 대한 확인이랄까. 짬짬이 체력이 괜찮을 때 밴드를 모아서 연습하고 녹음했다."

안치환은 자신을 "참 독한 놈"이라고 칭했다. 항암 치료 2번에 방사선 치료까지 하면서도 그는 늘 음악과 함께였다. 친한 이들은 "형이 그러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고. 지난 1년을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고 견뎌내는 것뿐만 아니라 뮤지션으로서 할 일을 해나갈 수 있었다"라고 회상한 안치환은 "음악을 계속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영양제가 된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중과 소통에 갈증 느껴... 어떻게하면 쇼가 계속될까"

 11집 '50'을 발표한 가수 안치환이 24일 오전 서울 연희동 참꽃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며 가수로서의 삶과 새앨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이정민


앨범에서 가장 처음에 담긴 '사랑이 떠나버려 나는 울고 있어'는 안치환이 대중과의 소통에서 느끼는 갈증과 애증을 표현한 곡이다. 26년간 노래해 왔지만 "언젠가부터 들려야 할 메아리가 들리지 않는" 경험을 했고, 자칫 "안치환이라는 익숙한 이름이 진부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안치환은 "음반 시장은 이미 끝났고, 콘서트 시장도 힘들어진 현실에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음악을 계속 해나갈 수 있을까' 고민한다"면서 "욕심을 버리고 150석, 200석 규모의 작은 콘서트라도 자주, 꾸준히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음악보다는 음악 외적인 것에 집중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뮤지션이 할 일은 변한 게 없다. 무대에서 노래하고, 음악을 새로 만들어서 발표하고 대중에게 선보이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길을 안 간다는 거지. 뮤지션은 열정을 태우면서 나이 들어가고, 함께 늙어가는 대중은 그 나이에 맞는 새로운 노래를 계속 공급받으면서 접점이 계속 이어지는 것. 그게 내가 아는 정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서른만 넘어가면 20대 때 히트했던 곡으로 산다. 대중음악의 생명이 그렇게 끝나버리는 거다.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난 음악밖에 할 게 없고, 너무나 행복하게 음악을 해왔다"고 밝힌 안치환은 "음악과 인생은 계속 이어지고, 쇼는 계속되어야 하는데 행복하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고민"이라고 했다. 고민의 끝자락에서 그는 조금씩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콘서트 브랜드를 만들고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 소통하는 일. 그는 "앞으로 남은 음악 인생을 지루하지 않게 살아가기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은 무엇을 해야 할까. 안치환은 "게으른 뮤지션보다, 살아있는 뮤지션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해달라"고 덧붙였다.

아직 못다한 <50> 이야기
 
 11집 '50'을 발표한 가수 안치환이 24일 오전 서울 연희동 참꽃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9번 트랙 '천국이 있다면'은 지난 2014년 4월 일어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해 발표했던 '꿈의 소풍을 떠나 부디 행복하여라'가 '천국이 있다면'이라는 제목으로 이번 앨범에 실렸다. 안치환은 "'천국이 있다면'을 세월호 참사 추모곡이라고 하지 말고, 세월호를 기억하고 싶은 노래라고 말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런가 하면 마지막 곡인 'Shame on You!(셰임 온 유)'는 안치환이 내놓은 "인터내셔널 프로테스트 송(국제적 저항가요)"이다. 이 곡에서는 일본 총리인 아베 신조의 이름이 계속 등장한다. "내 노래가 시위에서 많이 불리는데 그때마다 거기에 적합한 이름들이 있을 것"이라고 전한 안치환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때 이름을 넣어서 부르면 된다. 나는 일본 극우 세력의 이름을 이야기했지만 이름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편집ㅣ이정환 기자


안치환 희망을 만드는 사람 투병 천국이 있다면 SHAME ON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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