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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가마 봉통에 타오르고 있는 불길
▲ 장작가마 장작가마 봉통에 타오르고 있는 불길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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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가마에 불길이 시뻘건 혀를 날름거린다. 가마의 온도가 이미 1000도를 넘었다고 한다. 봉통에 연신 소나무를 집어넣으며 온도를 올리려고 노력한다. 장작 가마봉통에는 도요의 주인 외에도 제자 3명과 불을 때는 화공 1인 등, 모두 5명이 정성을 다해 봉통에 나무를 쉬지 않고 넣는다.

지난 27일부터 가마 안에 그동안 도공(陶工)들이 혼신의 노력으로 빚은 그릇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좁은 가마 안에서 작업을 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힘들 것만 같다.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바람도 없는 날이다. 그렇게 가마에 작품들을 채운 후, 28일부터 봉통에 불을 넣는 예열 불 넣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29일 오전 7시부터 본격적인 소성작업이 시작이 되었다. 연신 가마 안에 밀어 넣은 소나무가 불에 타면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는다. 근처에만 가도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싸지만,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하고 한 여름에 두툼한 옷에 장갑까지 낀 사람들은 봉통 입구에서 그 뜨거움을 이겨내며 나무를 집어넣는다.

지난 27일(토) 가마에 작품들을 재고 있다
▲ 가마재기 지난 27일(토) 가마에 작품들을 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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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아침 7시부터 가마에 예열을 시작했다. 가마에 작품을 넣은 사람들이 모여 불을 때고 있다
▲ 불 때기 29일 아침 7시부터 가마에 예열을 시작했다. 가마에 작품을 넣은 사람들이 모여 불을 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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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두 번 볼 수 있는 기회

요즈음은 장작가마를 이용해 도자기를 소성시키는 모습을 그리 자주 볼 수 없다. 장작가마에 불을 땔 때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나무를 때서 불의 온도를 맞추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 지난 토요일 가마 안에 그릇을 넣을 때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29일 오후 4시가 지나자 첫 번째 통 창불구멍으로 불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봉통의 입구를 철문으로 막고, 첫 번째 창불구멍으로 나무를 집어넣기 시작한다. 첫 번째 통에 채워놓은 작품들을 제대로 소성시키기 위해 온도를 올리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장작가마 소성작업은 본격적으로 불을 넣기 시작하면 24시간 쉬지 않고 불을 때야한다. 그것도 불을 때면서 불길, 불의 색 등을 보고 감으로 가마 안의 온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가스가마처럼 온도계가 달려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순전히 도공의 경험에 의해 불의 양을 조절해야만 한다.

이천 우현요 심인구 대표가 창불을 보고 있다
▲ 심인구대표 이천 우현요 심인구 대표가 창불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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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통안을 막은 벽돌이 벌겋게 달았다. 이미 1000도가 넘었다고 한다
▲ 봉통안 봉통안을 막은 벽돌이 벌겋게 달았다. 이미 1000도가 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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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 앞에서 벌어진 춤의 향연

장작가마에 불을 넣는 날은 도공은 가마 옆을 잠시도 떠나지 못한다. 작가의 작품이 불길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낭패를 당하기 일쑤라고 한다. 그만큼 장작가마에서 소성작업을 하는 것은 어려움이 뒤따르다. 뜨거운 열기와 연신 흐르는 땀, 화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텁게 차려 입은 옷들. 인고의 고통이 뒤따르는 장작가마 소성작업은 일반인들로서는 엄두도 나지 않는다.

오후 6시 30분이 되자 이천시 백사면 도립2리 우현요 경내로 차가 한 대 들어섰다. 차에서 여인 4명이 내린다. 한국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중에는 외국인도 함께였다. '우리춤 연구회' 정주미 회장을 비롯하여, 회원 4명이 이날 불을 때는 가마 앞에서 춤으로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봉통을 막고 첫 번째 통에 창불을 때고 있다
▲ 창불때기 봉통을 막고 첫 번째 통에 창불을 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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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불길이 솟는 가마 앞에서 추는 춤의 향연. 그것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내심 기대가 크다. 준비를 마친 일행이 한 명씩 가마 앞에 섰다. 자동차 오디오를 이용한 음향과 가마를 밝히는 전깃불, 가마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길, 그리고 주변의 자연이 무대의 모든 것이다.

이날 춤을 춘 사람은 정주미 회장과 동작고등학교 김인순 교사, 러시아에서 온 조선인 5세인 박까밀라모란, 그리고 남아공에서 온 안무전공이라는 죠이 등 4명이었다. 이들은 혼자 혹은 둘이 넓지 않은 가마 앞 공간을 이용해 춤을 추었다.

동작고등학교 김인순 교사가 가마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 김인순 동작고등학교 김인순 교사가 가마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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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춤연구회 정주미 회장이 오리정에서를 추고 있다
▲ 정주미 우리춤연구회 정주미 회장이 오리정에서를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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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이 이는 가마와 우리 춤의 어우러짐

먼저 동작고등학교 김인순 교사가 막아놓은 봉통의 입구에 섰다. 마치 무엇을 간구하는 듯한 몸짓으로 춤판을 열어간다. 그리고 뒤이어 정주미 회장의 춤이 이어졌다. 세 번째는 박까밀라모란과 죠이가 추는 진도북춤이, 그리고 끝으로 정주미, 김인순 2인의 춤인 기도춤으로 춤의 향연을 끝이 났다.

"이런 공연은 처음 보았습니다. 불이 타는 장작가마 앞에서 춤을 춘다는 발상도 그렇지만, 춤을 추시는 분들을 보니 마치 선녀가 걷는 듯합니다. 가마 앞바닥이 고르지 않은데 어떻게 저렇게 춤들을 잘 추시는지 모르겠네요. 아마 불을 때는 장작가마 앞에서 춤을 춘 것은 오늘이 대한민국 최초의 춤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말 춤들 잘 추시네요."

러시아에서 온 박까밀라모란과 남아공에서 온 죠이가 진도북춤을 추는 모습
▲ 진도북춤 러시아에서 온 박까밀라모란과 남아공에서 온 죠이가 진도북춤을 추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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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미 회장과 김인순 교사가 기도춤을 추고 있다
▲ 기도춤 정주미 회장과 김인순 교사가 기도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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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때고 있던 사람들은 연신 박수를 치면서 호응을 한다. 우현요 심인구 대표는 불을 때느라 땀으로 범벅이 된 모습으로 춤을 춘 무희들을 치하한다. 함께 불을 때고 있던 제자들인 김인순, 나은미, 홍채원 등도 함께 박수를 보낸다. 처음으로 보는 장작가마 앞에서 춤의 향연. 이 춤으로 인해 가마 안에서 24시간 뜨거운 불에 달궈진 작품들이 아름답기를 고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네이버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우현요, #장작가마, #도립리, #심인구, #우리춤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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