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수의견>의 포스터 사진.

영화 <소수의견>의 포스터 사진. ⓒ 하리마오 픽처스


국선 변호사 윤진원(윤계상 분)은 로펌에 입사하는 것이 목표인 지방대 출신의 국선 전담 변호사다. 그러던 중 자신이 원하던 로펌에서 특별한 국선 재판을 의뢰 받는다. '철거민 박재호(이경영 분)가 시위 도중 진압하던 경찰을 살해한 사건이다.

그러나 박재호는 철거 깡패가 아니라 경찰이 자기 아들을 죽였다 주장하며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를 주장한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배경이 있음을 알게 된 윤진원은 이혼 전문 변호사 장대석(유해진 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국가를 상대로 '피해 보상금 100원짜리' 소송을 걸기로 한다.

TV 토론 프로그램의 양측 참가자는 서로 타협할 의사가 전혀 없다. 그렇기에 그들이 설득해야 할 대상은 앞에 있는 상대방이 아니라 시청자다. 시청자들이 '이유는 모르겠는데 저 사람이 이기고 있는 것 같아'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감성적인 선동이 난무하는 유치한 게임이라고 생각되는가? 그러나 이렇게 제대로 붙을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자들에게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국민참여재판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소수의견>의 가장 큰 재미다. 관객은 배심원이 되어 평소 뉴스와 신문에서 편집된 모습으로만 보던 법정의 모습을 함께 관람하게 된다. 통상재판(일반적인 재판)은 주로 서면을 통해 이뤄진다. 반면 국민참여재판은 '구술'로 진행된다. 변호인은 검사의 말에 즉각적으로 반박을 펼치기도 한다. 이는 배심원을 비롯한 방청객이 모두 지켜보고 있다(장수진 저, <국민참여재판 변론기술> 참조).

TV토론의 패널처럼 변호인과 검사의 목적은 (법률 지식이 없는) 배심원을 설득하는 것이다. 사건 개요나 용어는 파워포인트로 정리하고, 때로는 눈물 찔끔 흘릴 감성적인 멘트도 필요하다. 클라이언트에게 아양을 떨듯, 일종의 '경쟁 PT'가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셈이다. 일반 시민이 실제 재판장에 갈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니 영화의 몰입도는 높아진다. 배심원을 설득하기 위해 마치 기상 캐스터처럼 아름다운 발성과 자세로 주장을 펼치는 검사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소수의견>에서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 윤계상의 연기다. 영화 내용상 윤진원 변호사는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변호인>의 송우석(송강호)처럼 각성하게 되는 극적인 계기가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윤계상은 자칫 심심할 수도 있는 인물을 어색하지 않게 잘 표현해줬다. 반골기질의 국선 나부랭이 변호사가 윤계상 특유의 반항아적 이미지와 잘 섞였다. 특히 (예고편에 삽입되기도 한) 접견실 쇠창살 너머로 분노하는 장면은 꽤 압도적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가장 감정이 고조된 장면이었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의 자세를 잘 견지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영화는 많이 알려졌듯 2009년 용산4구역에서 일어난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국사회의 여러 장면을 녹여낸 작품이다. 하지만 사회적 주제를 다루는 영화들이 범할 수 있는 감정 과잉의 오류를 잘 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논리와 논리가 부딪히는 법정 영화의 재미, 일반인들은 잘 알 수 없는 법조계의 모습, 속도감 있는 편집을 통해 영화적 재미를 잘 전해준다. 정리하자면 실제 사안에 관한 의견과는 별개로, 그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법정 영화라는 것이다. 과잉된 정치 논리와 선동적이고 촌스러운 자세로 이 영화의 재미를 반감하는 언어들이 난무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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