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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6월, 서울중앙지법은 성과급과 관련하여 기간제 교사의 손을 들어 주었다. 공립학교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며 성과급을 받지 못한 김아무개 교사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를 한 것이다.

재판부는 교육공무원법 제2조 1항을 예로 들어 교육기관에 근무하는 교원 및 조교는 모두 교육공무원에 해당한다는 점을 주시했다. 아울러 기간제 교사에게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일반 교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성과급 지급 기준인 '실적' 또는 '업무'와 무관하게 신분에 따른 불이익이 주어진 것이므로 차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같은 해 8월 교육과학기술부(교육부 전신)는 '기간제 교사가 제기한 성과상여금 미지급 소송 건과는 별개로'라는 단서를 달기는 하였으나 기간제 교사의 사기 진작과 공교육의 교육력 제고를 위해 2013년부터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발표했고 지금까지 시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판결문에 적시했듯 업무의 성격이나 종류에 있어 일반 교사와 기간제 교사 간의 차등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기간제 교사에 대한 성과급 지급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상대적 약자라 할 수 있는 기간제 교사가 무기력하기만 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대신 시간과 돈을 들여 소송의 과정을 거친 결과 부적절한 대우로부터 벗어나 근근이 원칙을 얻게 된 셈이다.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당락에 따라 일반 교사와 기간제 교사 간의 구분이 존재한다면 그 구분에 따라 필연적으로 기간제 교사가 수용해야 할 '차이'는 인정해야 마땅하겠으나 적어도 성과급의 취지와 본질에 있어서는 일반 교사와 기간제 교사 간의 '차별'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뒤늦게야 세상에 밝혀진 것이다.   

편견과 차별, 오만과 담을 쌓고 평등의 가치와 공존의 미학에 대해 힘주어 말하여 숭고한 이념을 심어주어야 할 교육기관에서 그 교육주체 중 하나가 그 가치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한다면 교육수요자에게 비춰질 이 세상이 어떠할지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여전한 차별

그럼에도 우리는 기간제 교사에 대해 균형과 원칙으로 다가서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몇몇 학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기간제 교사인 경우 직원 소개란에 '기간제'라 표시되어 있거나 휴직한 교사와 그 대리 역할을 맡게 된 기간제 교사의 이름이 병기된 경우가 있다.

사소한 것 같지만, 교육수요자가 기간제 교사 여부에 대해 알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도 흔하지 않고 그들의 알 권리보다 교육주체로서의 기간제 교사가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에서 교육활동을 하는 것이 교육수요자들에게도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기간제 교사가 담임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시선도 곱잖다. 학급담임 중 기간제 교사가 15%를 넘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언론 매체나 국정감사에서 이 자료를 해석할 때, 담임 역할을 수행하기에 갈수록 힘든 구조이기는 하지만 일반 교사들의 사명감이 더욱 요구된다는 식으로 매듭짓는 것이 옳을 텐데 신분이 불안정하고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을 통해 검증받지 못한 자가 담임을 이토록 많이 맡는 것은 문제라는 식으로 처리한다.

그 어떤 교사든 교원으로서의 자격을 가진 '교원자격증' 소지자이므로 담임 역할을 잘 맡을 수 있는지 여부는 그 교사의 신념과 철학, 의지와 열정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고용 상의 처지가 어떠한지 특정 시험에서 관문을 통과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 문제는 세월호 참사 건으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2명의 교사는 아직까지 실종 상태이고 9명의 교사는 목숨을 잃었다. 그 중 7명의 정교사 유족들은 지난해 6월 순직 신청을 하여 인정받았으나 나머지 두 명은 순직 심사의 기회도 갖지 못했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 때문이다.

평소 일반 교사와 기간제 교사 간 업무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듯 그날의 그 아픔 속에서도 해야 할 역할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고 수행한 업무도 같았을 것이다. 오랜 관행과 편견 속에 '기간제 교사이기 때문에'라는 명분으로, 다시 말해 공무원이 아니라거나 공무원연금법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순직 처리를 하지 않는다면 교육활동 중 일어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기간제 교사들에게는 어떤 지도 매뉴얼을 전달해 주어야 할까?

순직 여부에 따라 학생들을 지도할 때의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나 순직 여부에 따라 자신의 생명에 대한 사고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비정규직으로서의 기간제 교사에게 인간의 기저에 깔린 생명에 대한 욕구와 본능을 억제시킬 자격은 없다.

인사혁신처는 기간제 교사가 공무원 시험을 거치지 않았고 학교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계약직 근로자이기에 공무원연금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교육공무원법 제32조에서 기간제 교사도 교원으로 명시하고 있고 동법 제2조 1항의 내용에서 기간제 교사도 교육공무원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두 명의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연금법 제3조에서 규정한 '상시공무'에 종사하기도 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단원고등학교 김아무개 전 교장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사고 당시 상황보고서'에는 두 교사가 세월호 5층 객실에 있다가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4층으로 이동했고 결국 구조되지 못한 채 숨졌다고 언급되어 있다.

정교사나 기간제 교사나 같은 교육활동을 수행한다는 사실, 그 과정에서 급박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같은 위험도에 노출되어 있다는 본질을 간과한 채 인사혁신처나 교육부,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 유관 기관이 유권해석에만 천착하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정치권과 정부의 메시지는 선거용 공염불에 불과하게 된다.

지난 25일 정의당 정진후 의원을 비롯하여 69명의 의원들은 두 명의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을(乙)의 슬픔과 고통을 거둘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태그:#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성과급, #정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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