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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아빠가 20분만에 탄 분유입니다. 아이가 먹을 무언가를 만들고 준비한다는 것은 참 기쁜일입니다. 아빠 참새, 엄마 참새가 새끼들입에 먹이를 넣어줄때 느껴지는 기쁨이 이런것일까요?
▲ 아빠가 처음 탄 분유 초보아빠가 20분만에 탄 분유입니다. 아이가 먹을 무언가를 만들고 준비한다는 것은 참 기쁜일입니다. 아빠 참새, 엄마 참새가 새끼들입에 먹이를 넣어줄때 느껴지는 기쁨이 이런것일까요?
ⓒ 추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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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에서의 2주가 '천국'이었음을 알게 된 하루였습니다.

병원 조리원을 나서는 우리의 품에는 들어올 때 뱃속에 있던 아이가 세상에 나와 고스란히 안겨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내가 건강하게 순산하고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무한 감격입니다. 그러나 조리원을 나서는 제 마음은 지금껏 모든 병원을 나섰던 때와는 다릅니다. 병원에서의 퇴원은 기쁘고 즐거운 일이었지만 아이를 안고 나서자니 겁이 났습니다. 너무 소중해서 나는 겁입니다.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축하의 인사 뒤에서 느껴지는 그 눈빛들에는 다양한 의미가 깃든 듯합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선배들의 말 뜻을 알 것 같습니다. 수면부족과 무한인내... 조금 더 아이를 잘 돌봐줄 것을 서로에게 바라게 되는 부부의 미묘한 갈등... 이런 것들이 그 다양한 의미 중 하나였습니다.

좁은 집이지만 그 중 가장 큰 방은 자연히 아이방이 되었습니다. 바운서, 기저귀통, 젖병소독기, 유모차, 음악모빌, 매트리스, 아기 침대, 방바닥 위에 놓여진 젖병들. 짐이 이미 한 살림입니다. 콧 구멍만 방에 이 모든 것들을 놓고는 움직일 틈도 나질 않을 거 같습니다.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고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앞집에 사는 신혼부부도 그런 이유로 조금 더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간다고 했습니다. 둘째 딸아이를 막 낳아 저희 카페에 자주 놀러오던 이웃집 새댁이었습니다.

"여보, 분유 태워봐요!"

집에 들어서니 이 집의 정체성이 바뀌었음이 느껴집니다. 아이는 병원에서 나올 때 뻔데기처럼 돌돌 말려서 나옵니다. 푹신한 이불에 감싸져서 나오는데 이때 아이가 입는 옷을 배냇저고리라 하고 그 위를 감싸는 걸 속싸개라 합니다. 저희가 지낸 조리원에서는 아이와 함께 자는 모자동침이 허용되지 않았기에, 저는 오늘 아이가 태어날 때 이후 처음으로 유리벽 없이 아이를 봅니다.

2주만에 아이는 제법 많이 변했습니다. 조리원에서 엄마의 모유를 잘 먹어서 3.2킬로의 몸이 4.1킬로까지 되었습니다. 두 손에 받아드니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아내들이 몇시간씩 안고 몇 십분씩 젖을 물리면 손목이 아프다고 하는데, 그 말에 공감이 됩니다.

환경이 바뀐 탓일까요? 아이가 모유를 잘 먹지 못합니다. 새벽 2시가 다되도록 아이가 웁니다. 초보 엄마, 아빠는 발만을 동동 구릅니다. 아이를 업고 달래는 아내가 정신이 반쯤 나가 비몽사몽인 제게 말을 건넵니다.

"여보, 분유 태워봐요!"

뻔데기 같이 불은 눈으로 반쯤 소파에 걸터 있던 저는 미동을 하려는 의지를 부리며 대답합니다. 

"분유요? 분유를 어찌 태워요?"

시큰둥한 제 대답에 못마땅한 아내가 벌침을 쏩니다.

"거 물어볼 시간에 저기 분유통 살펴보고 한번 태워봐요. 애가 모유를 영 못 먹네요. 배가 고파 우는 건지 분유를 좀 먹여 봐야겠어요."

새벽 2시, 하루 종일 이것 저것 사러 뛰어다닌 저는 다 녹아내린 초마냥 벽을 부여잡고 식탁으로 갑니다. 분유통을 부여잡고 설명서를 보고 연구를 시작합니다. 영락없는 좀비입니다. 꾸물거리고 있으니 아이의 울음소리와 아내의 레이저 눈빛이 느껴집니다.

'이제 시작이군.'


몇달 먼저 아이를 낳은 남자친구들의 퀭한 눈빛과 푸석한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그래 이런 거였어.'


일단 물을 끓이랍니다. 정수기 물을 포트에 넣고 끓입니다. 그 물을 50도로 식힌 다음 120그램의 물을 반틈 따르고 분유를 세 스푼 깍아 넣고 손바닥으로 요리조리 돌립니다. 물이 50도인지 아닌지는 제 손에 떨어뜨려보고 미지근한 정도를 느껴서 어림짐작 합니다. 뜨거운 젖병을 온도를 맞추느라 차가운 물에 중탕을 하고 보약 달이듯 조심스레 젖병님을 대합니다. 그렇게 아빠가 처음 타본 분유는 완성되었습니다.


아내는 완모(온전히 모유만으로 아이를 육아)하겠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만 오늘은 불가피하게 분유를 먹이게 되었습니다. 아이도 산모도 집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20분간 저를 쳐다보던 아내는 감격합니다.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분유를 먹습니다. 이제 정말 시작되었습니다. 실전 육아입니다.

덧붙이는 글 | 아이의 방의 조명은 너무 밝지 않은 게 좋습니다. 직접 조명보다는 간접조명이 좋은 이유입니다. 하루에 2번 정도의 환기는 필수입니다.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방안에 온도계와 습도계를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더우면 태열이 올라와 아이에게 좋지 않고 너무 추우면 아이가 감기가 걸립니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와 산모가 함께 머무는 신생아의 방은 세심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합니다.



태그:#출산, #육아, #산후조리, #신생아, #모유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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