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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가 열린 28일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일대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 무지개 깃발 앞세운 퍼래이드 행렬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28일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일대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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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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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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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들은 동성애 반대가 하나님의 메시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사랑이 더 강력하고 위대합니다. 저 사람들의 혐오는 우리들의 사랑으로 전복되고 말 것입니다."

28일, 서울 도심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퀴어 축제. 무대에 미국 국적의 폴린 박(55·여)씨가 올라왔다. 그는 서울광장 반대편에서 '동성애 반대' 구호를 외치는 이들을 지목하며 "내가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저 사람들이 여러분을 응원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태생으로 지난 1998년 뉴욕 성소수자 인권연합을 창립한 그는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의 말도 인용했다. "역사는 언제나 정의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말에 광장을 꽉 메운 2만 여명의 시민들이 무지개 부채를 흔들며 화답했다. 무지개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양성애자), 트랜스젠더(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뜻한다.

무지개 물결 가득 서울광장...첫 서울 도심 퀴어축제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온 킴벌리 응씨가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무지개 천을 들고 서 있다.
▲ 퀴어축제 참가한 킴벌리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온 킴벌리 응씨가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무지개 천을 들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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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송아무개씨(25, 학생)가 "엄마 나 게이야"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송씨는 "주변 사람들은 다 알지만 가족만 몰라 피켓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 "엄마 나 게이야"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송아무개씨(25, 학생)가 "엄마 나 게이야"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송씨는 "주변 사람들은 다 알지만 가족만 몰라 피켓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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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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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무지개 현수막 앞에 앉아 휴식을 하고 있다.
▲ "사랑하라 저항하라"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무지개 현수막 앞에 앉아 휴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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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가 열린 28일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일대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28일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일대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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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이 무지개 물결로 가득 찼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2만여명(주최 추산, 경찰 추산 1만여명)은 이날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를 온몸으로 즐겼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사전 부스 행사를 시작으로 오후 2시 30분 무대 공식 행사, 오후 5시 행진까지 함성은 멈추지 않았다.

탁 트인 광장에서는 처음이었다. 그동안 매년 열렸던 축제, 열 여섯 번만에 처음으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렸다. 축제 슬로건은 '사랑하라, 저항하라', 말 그대로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혐오 세력에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서울광장은 시민 저항의 상징과 같은 곳"이라며 "광장에서 성소수자가 사회의 부당한 차별에 저항하는 행사를 갖는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사랑을 통해서 저항해야한다는 취지"라면서 "지속적으로 성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인 우다(33)씨도 "성소수자들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오늘 이 축제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다"면서 "시민들도 혐오 세력을 신경쓰지 말고 저희들을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함성과 충돌한 '소음'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 열리자 이를 반대하는 집회참가자들이 북을 치며 공연을 하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 열리자 이를 반대하는 집회참가자들이 북을 치며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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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가 열린 28일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일대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28일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일대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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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반대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반대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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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만만치 않았다. 나라사랑운동연대 등 보수단체 소속 2000여 명의 시민들은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 외곽에서 동성애·동성혼 반대 집회를 열었다. 북과 장구를 치고 부채춤을 췄다.

또 서울광장 반대편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도 한국교단연합에 의해 똑같은 내용의 집회가 이어졌다. 이들은 "동성 결혼 정책은 국민말살 정책이다", "동성애 부추기는 박원순 몰아내자"는 내용의 피켓을 들었다. 일부 기독교 단체들은 서울광장 주변에서 동성애 반대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보수단체들의 이와 같은 집회 소리는 광장에서 울리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함성과 '충돌'을 거듭했다. 100여미터에 이르는 광장 테두리에는 물론, 서울 도서관 앞에도 1.8미터 높이로 경찰 질서 유지선이 설치됐다.

질서 유지선을 사이에 두고 양측 사이에는 한 때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동성애, 내 아들이 남자를 신부감으로 데려옵니다", "동성애는 다름이 아닌 본질의 파괴"는 내용의 피켓을 들며 성소수자들을 자극했다. 반대편에서는 'SEOUL AGAINST HOMOFOBIA(서울은 호모포비아를 반대한다), 'LOVE CONQUERS HATE(사랑은 혐오를 정복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성소수자인 김아무개(35)씨는 "우리만의 축제일뿐 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우리들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게 축제의 목적"이라면서 "혐오 세력은 우리가 앞으로 싸워야할 우리 사회의 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0도 '땡볕'에도 시민 연대...리퍼트 미국대사도 방문해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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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 외국인 참가자가 주미대사관에서 마련한 오바마 미대통령 부부의 모형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오바마와 함께 축제를...'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 외국인 참가자가 주미대사관에서 마련한 오바마 미대통령 부부의 모형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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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한 참가자가 선글라에 오바마 미대통령의 모형과 무지개 부체가 비치고 있다.
▲ 선글라스에 비친 오바마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한 참가자가 선글라에 오바마 미대통령의 모형과 무지개 부체가 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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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소수자들을 응원하는 시민들이 함께 하면서 축제의 기쁨은 더욱 커졌다. 남자친구와 함께 광장에 나온 김성희(32)씨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지키고 성소수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광장에 나왔다"면서 "혐오 세력에 절대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지켜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 동기들과 함께 온 김연우(23)씨는 "미국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만큼 우리나라도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면서 "이는 소수자 인권 보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축제 전날, 미국 연방대법원은 동성 결혼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미국 수도 워싱턴과 36개 주에서만 허용됐던 동성 결혼이 이번 결정으로 미국 전역에서 허용된 바 있다. (관련기사: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 합법')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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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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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광장에는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을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등 13곳의 주한 대사관도 부스를 차려 축제에 힘을 보탰다.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포함해 각국 대사들도 부스를 방문하고 성소수자들을 응원했다. 주한미국 대사관 관계자는 "미국에서 6월은 성소수자의 달이고 또 미 대법원에서 동성결혼이 통과됐다"며 "모든 사람의 인권을 위해, 그리고 성소수자를 지지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축제의 파트너로 참여했다. 영국계 화장품 회사인 '러쉬'는 'Gay Is Ok'라는 해시태그를 걸어 SNS에 올리는 캠페인을 벌였다. 러쉬는 부스에서 사랑 비누(Love Soap)' 등을 판매해 기부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축제 파트너로 참여한 구글도 이날 광장에 부스에서 물품을 판매해 수익금을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인 '띵동'에 기부하기로 했다.

축제는 2.6km 행진으로 마무리됐다. 성소수자들과 시민들은 오후 5시경,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2가-퇴계로2가-회현사거리-소공로를 거쳐 오후6시 30분경 서울광장으로 복귀했다. 일부 혐오 세력들이 '동성애 OUT' 피켓을 들고 저지했으나 행진은 한 시간 30분 가량 평화롭게 이어졌다.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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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가 열린 28일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일대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28일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일대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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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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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퀴어축제, #LGBT, #동성애 혐오, #퀴어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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