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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황색주간지 <주간문춘>(週刊文春, 슈칸분슌)은 봄특대호(4월 2일자)에 '역사적 특종 - 한국군의 베트남인 위안부'라는 기사를 실었다. 필자인 야마구치 노리유키(山口敬之) 당시 도쿄방송(TBS) 워싱턴지국장은 미 국립문서보관소(NARA)의 베트남전 관련 공문서와 참전 미군의 증언을 근거로 한국군이 베트남 여성을 고용한 '증기탕'(steam bath) 형태의 '한국군 전용 위안소'(welfare center)를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비밀 문건이 폭로 박근혜의 "급소"'(米機密文書が暴く朴槿?の"急所")라는 선정적 부제를 단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일관계 정상화(정상회담)의 전제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해온 박근혜 정부의 도덕성과 협상력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하지만 <산케이>(産經) 같은 극우매체와 혐한(嫌韓) 여론을 부추기는 황색매체를 제외한 거개의 일본 매체들은 이 보도를 무시했다. 사실을 입증할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 매체로는 유일하게 <한겨레>가 '일본 언론의 "한국군 터키탕", 괘씸하지만 반박이 어려운…'(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688415.html, 4월 25일자)이라고 인용 보도함으로써 국내에 알려졌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팩트 체크'(사실 검증)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주간문춘>이 '특종'의 근거로 삼은 NARA 문서와 베트남전 당시 사이공(현 호찌민)에 거주한 관련자들의 증언을 검증취재한 결과를 4회에 걸쳐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말]
미군 기지 밖에서 출입 허가를 기다리는 베트남 여성들. 출처 : 필립 존스 그리피스,< VIETNAM INC.>(1971년)
 미군 기지 밖에서 출입 허가를 기다리는 베트남 여성들. 출처 : 필립 존스 그리피스,< VIETNAM INC.>(1971년)
ⓒ VIETNAM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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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편에서 이어집니다.

강영남(75)씨는 서울 경복고를 졸업했지만 대학을 갈 형편이 안되어 1959년 카투사에 자원입대했다. 카투사 근무를 마치고 미군의 용역 건설회사인 RMK의 기술인력으로 베트남에 갔다. 작업반장과 싸우고 그만둔 뒤, 미군 퇴역장교들이 만든 용역업체인 PA&E에서 영선(보수유지) 담당부서의 위생반장으로 일했다.

강씨는 당시 제3군구 제2야전군 작전지역(사이공 지역)에 주둔한 보병9사단과 제25사단의 부대 위생관리(식수 공급 및 쓰레기 처리)를 담당했다. 미군부대를 수시로 드나들어 사정을 잘 아는 그는 "베트남에서 군이 '한국군 전용 스팀 배스'를 운영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기자에게 "오히려 미군이 미군만 입장하는 '스팀 배스'를 사단 영내에 운영했다"고 증언했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이 성적 욕망을 어떻게 해소했는지는 다큐멘터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작가이자 매그넘(Magnum)의 사진가로 3년 동안 베트남전을 취재한 필립 존스 그리피스(Philip Jones Griffiths, 1936~2008)는 사진집 <Vietnam Inc.>(1971년)에서 "전통적인 베트남 여성들은 전쟁으로 비인간화되었다"면서 "세탁에서부터 매춘까지, 모든 것을 미군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기지 밖에서 출입허가를 기다리는 베트남 여성들"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군이 영내에서 유사성행위가 이뤄지는 '스팀 배스와 마사지 팔러'를 운영했다는 구체적 증언은 처음이다.

"미군 증기탕 입장료 5달러... 베트남 여성 50~60명 출퇴근"

강영남씨는 66년부터 74년까지 사이공에 체류하면서 미군 용역회사 RMK와 PA&E에 다녔고, 이후 주월사령부 근처에 ‘KOREA HOUSE’를 차렸다.
 강영남씨는 66년부터 74년까지 사이공에 체류하면서 미군 용역회사 RMK와 PA&E에 다녔고, 이후 주월사령부 근처에 ‘KOREA HOUSE’를 차렸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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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문춘>이 호찌민 현지를 취재한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한국군 전용 스팀 배스' 시설을 일부 미군도 이용했는데 요금이 38달러였다고 한다.
"내가 담당했던 미군 보병9사단 사령부는 (사이공 남쪽의) 붕타우 가는 국도에 롱탄이란 지역에 있었다. 미군은 영내에 스팀 배스를 운영했는데 콘덴서 막사로 돼 있었다. 사우나 입장료는 5달러였다. 9사단으로 출퇴근하는 젊은 베트남 여자들을 보면 50, 60명 정도로 기억한다. 요즘 말로 유사성행위가 이뤄졌지만 섹스도 했다. 그러니 터키탕(증기탕)이 38달러였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내가 PA&E를 그만두고 운영한 '코리아 하우스'의 종업원 한달 월급이 15달러였다. 스팀 배스 마사지에 38달러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다. 나는 그때 돈도 좀 벌고 젊을 때여서 스팀 배스 같은 데보다는 시내 사이공강 근처의 최고급 호텔인 마제스티 호텔에 있는 맥심 나이트클럽을 자주 다녔다. 거기서도 호스티스를 외박 데리고 나가는 데 많아야 20달러였다."

- 베트남의 미군이 영내에 스팀 배스를 운영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미 제9보병사단뿐만 아니라 25보병사단에도 베트남인이 운영하는 미군 전용 마사지 샵(증기탕)이 있었다. 제25사단 사령부는 구찌에 있었다. 미 해병대(추라이 지역)에도 스팀 배스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직접 보진 못했다."

- 영내의 스팀 배스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이용했나?
"9사단에서는 사령부내 보충대 병력이 주로 이용했다. 본토에서 베트남으로 전입된 대기병력과 귀국 전 대기병력이 해당된다. 베트남 여자들은 부대로 출퇴근했는데 일과시간이 끝나 해가 지면 영내에서 다 퇴거해야 했다. 베트콩과의 연계를 우려해서다. 스팀 배스는 군의 허가를 받은 베트남인 용역업체에서 운영했다."

미 상원 소위 "미군 장성, 롱빈 기지에 마사지 허가해주고 뇌물 수수"

 베트남전에서는 10대 매매춘도 성행했다. 출처 : 필립 존스 그리피스 < VIETNAM INC.>(1971년)
 베트남전에서는 10대 매매춘도 성행했다. 출처 : 필립 존스 그리피스 < VIETNAM INC.>(1971년)
ⓒ VIETNAM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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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영내 스팀 배스 운영 사례는 외국 땅에서, 그것도 다른 나라 군대에서 벌어진 일이라서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베트남인들이 영내에 '스팀 배스와 마사지 팔러'를 개설해 운영하도록 허가해준 미군 장교들이 그 대가로 호텔방과 주류 그리고 젊은 베트남 여성들의 회사를 제공받은 사례가 주월미원조사령부(MACV) 범죄수사대(CID) 조사기록에 나온다. 이는 베트남에서 미군 장교들의 광범위한 부정행위를 조사한 미 상원 소위원회의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베트남에서의 군인 서비스클럽 경영의 부정행위를 조사한 미 상원 소위는 '마담 푸엉'(Phuong)으로 알려진, Tran Thi Phuong에 주목했다. 마당 푸엉은 미군 장군의 협조와 지원으로 베트남 주둔 미군의 서비스 시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steam bath and massage parlor'(기록에는 스팀 배스와 마사지 팔러가 관용구처럼 붙여 쓰인다. 스팀 배스 자체는 합법이지만 마사지 팔러에서의 매춘은 불법이다:기자 주)를 롱빈(Long Binh)에 세웠다. 일부 장교단이 마사지 팔러에서 사창을 운영한 혐의로 그녀를 고소해 육군 범죄수사대(CID)가 마담 푸엉의 사업을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마담 푸엉은 1967년 가을 내내 미군 기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팀 배스와 마사지 팔러의 개설 허가를 얻기 위해 롱빈을 수차례 방문했다. 육군은 스팀 배스와 마사지 팔러를 합법적 사업으로 간주해 그 서비스에 섹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운영할 것을 허가했다. 그러나 롱빈 기지에서의 그 난잡한 시설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마틴 소령은 '마담 푸엉이 마사지 팔러를 매춘굴로 이중용도로 사용했다'고 미 상원 소위원회에 증언했다.

미 상원 소위는 마담 푸엉의 스토리는 '사업가이면서 불법 환전을 통해 베트남 전쟁을 악용한 사악한 '블랙 마케터'의 초상을 그린 하나의 거의 완벽한 교과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상원 소위는 마담 푸엉과의 계약이 성사되도록 지원한 인사참모부 부참모장인 얼 콜(Earl Cole) 준장과 다른 장교들이 마담 푸엉의 오빠가 제공한 호텔방과 술, 그리고 젊은 베트남 여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을 제공받았다고 분명히 밝혔다."

(Heather Marie Stur, < Beyond Combat: Women and Gender in the Vietnam War Era>,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1, 171~176쪽)

* 4편으로 이어집니다.

[한국군 터키탕 존재했나 2편] 한국군 터키탕 운영했다는 신모씨 추적해봤더니...
[한국군 터키탕 존재했나 1편] <주간문춘>의 박근혜 '급소' 차기, 알고보니 헛발질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베트남전, #주월미군, #강영남, #매매춘, #STEAM B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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