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월드>의 포스터

영화 <쥬라기 월드>의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가물었던 극장가에 <쥬라기 월드>를 보러 온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쥬라기 월드>는 2001년 개봉한 <쥬라기 공원 3> 이후 14년 만에 등장한 속편이다. 전편의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아 리부트로 볼 수 있지만, 오리지날 시리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코드를 상당수 배치해 관객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감독은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으로 2012년 데뷔한 신예 콜린 트레보로우다. 2편까지 연출을 맡았던 스티븐 스필버그는 기획, 제작자로 물러났다.

영화의 주역은 아이들이다. 이모가 일하는 '쥬라기 월드'에 놀러간 형제가 유전자 변형 공룡의 탈출로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 대략적인 줄거리다. 위기의 순간에 가장 다치기 쉬운 아이들이 어려움에 처한다는 설정은 블록버스터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쥬라기 공원> 오리지날 시리즈나 <에이리언> 등에서도 이 같은 설정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위험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절로 연민을 일으키는 건 국적과 문화를 초월한 현상인 듯하다. 맹자도 측은지심을 설명하며 우물가로 향하는 아이의 예를 들지 않았던가.

 영화 <쥬라기 월드>의 한 장면

영화 <쥬라기 월드>의 한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사랑과 우애, 공감, 탐욕, 성장 등 전형적인 감동코드 역시 적절히 삽입됐다. 오프닝부터 공룡과 새를 절묘하게 이어붙인 '장난'으로 시작해 사운드와 소품을 통해 추억을 되살리고 타율 높은 미국식 유머까지 더한다. 무엇보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시각효과가 상당한 매력을 발휘한다.

유전자 변형 공룡이 탈출해 쥬라기 월드를 공포로 몰아넣는 초반부의 전개는 상당한 수준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인물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고 그르렁대는 공룡의 존재감은 압도적인 느낌까지 든다. 최첨단 기술로 화장한 블록버스터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1993년 <쥬라기 공원>에서 보았던 감상을 기대하긴 무리겠으나 스크린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공룡의 모습은 여전히 짜릿한 감흥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사실 공룡을 잊는 건 가슴 속의 개구쟁이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아이들은 언제나 공룡을 좋아했고 앞으로도 좋아할 것이다. 인간이 생겨나기 훨씬 전 지구를 지배했던 거대한 생명체, 멸종의 이유에 대한 설이 많지만 아직도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생물, 공룡은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영화엔 랩터, 티라노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등 비교적 잘 알려진 종부터 하늘을 나는 육식공룡 프테라노돈, 바다에 사는 거대한 공룡 모사사우르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공룡까지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종이 등장한다. 영화가 더 많은 종류의 공룡을 선보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듯 느껴진다. <쥬라기 월드>가 지닌 최대의 무기가 공룡 그 자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영화 <쥬라기 월드>의 한 장면

영화 <쥬라기 월드>의 한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서사의 발단과 전개에서 공룡이 주요하게 등장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오리지날 시리즈와 <쥬라기 월드> 사이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오리지날 시리즈가 스필버그의 진지한 블록버스터 프로젝트였다면, 이번 편은 대놓고 그 진지함을 비꼬는 오락영화에 가깝다. 당혹스러운 러브라인부터 이야기 전체에 흩뿌려 놓은 유머는 영화가 진지해지지 못하도록 꽉 붙든다. 스필버그의 열의가 시대를 초월해 살아남을 만한 역작을 만들었다면 콜린 트레보로우의 패기는 시간 속에서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군인 출신의 랩터 사육사로 등장하는 오웬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알려진 크리스 프랫이 맡아 연기했다. 유쾌하면서도 수더분한 인상의 크리스 프랫은 상대역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와 함께 멋드러진 조화를 빚어냈다. 두 배우는 주인공 형제 역을 맡은 두 배우와 함께 영화 전반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보며 배우의 연기를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화 <쥬라기 월드>의 한 장면. 왼쪽부터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클레어 역), 크리스 프랫(오웬 역), 닉 로빈슨(자크 역), 타이 심킨스(그레이 역)

영화 <쥬라기 월드>의 한 장면. 왼쪽부터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클레어 역), 크리스 프랫(오웬 역), 닉 로빈슨(자크 역), 타이 심킨스(그레이 역)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보는 이에 따라 억지스러운 전개가 눈에 걸릴 수도 있다. 작위적인 대사는 그 의도가 명확하게 엿보일 만큼 노골적이고, 에피소드를 엮어가는 과정도 허술하다. 하지만 안정된 연기와 CG가 나름의 매력을 발산하고 이야기는 적절한 수준에서 긴장감과 극적 재미를 조화시키고 있다.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부활시켜 그 추억을 되살렸을 뿐 아니라 독립된 리부트로도 합격점을 받을 만한 작품이다. 콜린 트레보로우는 제 역할을 했다.

지난 11일 개봉한 <쥬라기 월드>는 개봉 3주 차인 25일까지 380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3위에 올라있다. 1위는 24일 개봉한 <연평해전>, 2위는 18일 개봉한 <극비수사>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쥬라기 월드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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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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