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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동안 착한가격으로 서민들의 행복한밥상으로 제공해 오던 이 식당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월 장관상까지 수상했지만 여러가지 어려움으로 이달 말 문을 닫게됐다.
▲ 강릉 교동택지의 황금기사식당 30여년동안 착한가격으로 서민들의 행복한밥상으로 제공해 오던 이 식당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월 장관상까지 수상했지만 여러가지 어려움으로 이달 말 문을 닫게됐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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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30여년 동안이나 '착한가격'으로 지역 서민들에게 '행복한밥상'을 제공해 오던 강릉의 '황금기사식당'이 오는 27일까지 영업을 한 후 문을 닫게 돼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 식당은 그간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월에는 행정자치부 장관상까지 수상했다.

강원 강릉시 교동택지에 위치한  '황금기사식당'은 4천원짜리 백반정식에 18첩 반찬으로, 지역 내 택시기사와 노동자, 자취생 등 주로 서민들 사이에서는 '싸고 푸짐한 집'으로 소문나 있고, 온라인 상에서도 식당이름으로 검색만 해보면 '강릉맛집'으로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하다.

17년간 운영해온 어머니의 뒤를 이어 11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엄정욱(35, 남)씨는 늘 분주하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사람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하다보니, 두 부부가 주방과 써빙, 계산 등 1인 3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늘상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고 식탁을 닦고 반찬을 나른다.

식당 대표인 엄씨는 개업 당시부터 3천원 하던 백반정식 가격을 3년 전에야 4천원으로 겨우 천원을 올렸을 뿐이다. 하지만 주변 식당 시세와 반찬 수에 비교하면 그래도 저렴하다.

얼핏 생각하면 '4천원짜리 백반이 부실하지 않을까?'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막상 밥상을 받아보면 반찬 가짓수에 놀라고 맛에 놀란다. 주인의 정성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식후에는 자판기 커피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처음 간 사람들은 '이렇게 해서 식당 운영이 돼?'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런 이유로 이 식당은 지난 2월 4일 대전광역시 서구청에서 열린 '제1회 전국 착한가격업소 대상'에서 우수업소로 선정돼 행정자치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행정자치부는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이후 2년 이상 운영하면서 경영효율화를 통해 매출증대 및 지역사회발전에 공헌한 업소를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전국에서 24개 업소를 선정해 시상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착한가격업소' 대상까지 받은 '황금기사식당'은 오는 27일을 문을 닫는다. 이에 대해 엄정욱씨는 가업으로 생각하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인정도 받으며 운영해 왔지만 더 이상 몸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 부부가 식당일을 모두 하고 있는데, 요즘 들어 제가 몸이 자주 아파서 식당 일을 계속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며 "사람을 쓰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식당 이용객 대부분이 저렴한 백반정식 손님이라 한 사람의 인건비도 건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식당의 갑작스런 폐업 소식을 전해들은 식당 단골들은 놀라움과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잠시 후 고개를 끄덕이며 "쉽지는 않았을 거야" "고생했네"라며 이해가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11년 동안 서민들을 위한 '행복한밥상'을 제공해 오던 젊은 아들은, 식당 홈페이지 소개란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적었다. 이 글귀가 공감이 가는 것은 화려한 고급 식당이 아니라 어려운 서민들의 식당이 되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나이에 초라한 이런 직업을 선택했다고 뭐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있습니다. 못 배워서가 아닙니다! 남들 배울만큼 배웠고, 좋은 대학에 좋은 직장도 다녀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이 직업이 좋습니다. 전혀 초라하지 않으니깐요.

부모님은 17년 동안 저희 3남매를 위해 식당을 하시며 열심히 뒷바라지 해주셨습니다. 그런 부모님의 일이기에 전혀 부끄러운 직업이 아닌 가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하이강릉에도 게재됩니다.



태그:#황금기사식당, #강릉시, #착한가격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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