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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병실 의료진과 통화하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서울대병원 메르스 치료 격리병동을 방문, 의료진과 통화하고 있다
▲ 격리병실 의료진과 통화하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서울대병원 메르스 치료 격리병동을 방문, 의료진과 통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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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대병원에서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됐다. "살려야 한다"는 구호가 적힌 종이를 벽면 가운데 두고 의료진과 통화하는 그 사진 말이다. 각종 '웃픈' 패러디로 승화된 그 사진을 거론한 칼럼 "한 장의 사진... 청와대 연출력이 빚은 코미디"을 쓴 바 있다. 서울대병원 측은 그러자 "'살려야한다' 문구는 격리병동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발적으로 붙인 것"이라는 해명 혹은 반박을 전해왔다. 그 의견은 칼럼 내용 안에 반영됐다.

그리고, "살려야 한다" 관련 패러디 기사는 다시금 논란의 중심이 됐다. 지난 16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패러디 관련한 국민일보 기사를 두고 박현동 편집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게 기사가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는 것. 박현동 국장은 "기사가 되는지는 우리가 판단한다"고 답했고, 19일자 국민일보에는 언론진흥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가 싣기로 했던 메르스 공익광고가 빠졌다. 청와대가 편집권에 관여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제는 이런 반론보도 요청 관행은 물론 청와대가 편집권을 빌미로 '광고탄압'을 벌일 일도 줄어들지 모르겠다. 최근 이슈가 된 '댓글 반론권' 이른바 '오피셜 댓글'이 출현한다면 말이다. 다음카카오 측은 지난 22일 자사 서비스 뉴스와 관련 정부와 기업, 그리고 기자가 직접 댓글을 달 수 있는 '오피셜 댓글'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오피셜 댓글'은 청와대를 위시해 각 정부 부처나 기업들에게 '공식 계정'을 부여해 포털로 송고된 개별 뉴스 댓글란 최상단에 반박 댓글을 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해당 기자들은 매체별로 부여된 아이디를 통해 역시 댓글을 달 수 있다. 네이버 또한 '오피셜 댓글'과 서비스가 유사한 '공식의견 서비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주재로 '온라인 대변인 정례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정부에 먼저 발표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까지 나서서 SNS와 포털에 댓글을 달았다는 것이 전 국민에게 알려진 이 '댓글공화국'이 아닌가. 이제는 정부와 기업들에게 거대 포털들이 알아서 댓글을 달게 해주겠다니, 발상 자체가 참으로 대한민국답지 아니한가. 그러나 '오피셜 댓글'의 요체를 찬찬히 뜯어보면, 이렇게 감성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란 점을 잘 알 수 있다.

'댓글공화국'이 탄생시킨 신개념 반론 서비스 '오피셜 댓글'

'정부의 포털 장악'이나 '언론 자유 침해'와 같은 거시적인 주제에 대한 논의는 이 사안에서만큼은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한 것이고, 또 어떤 실효성을 갖는지를 따져 묻는 것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오피셜 댓글과 관련한 다음카카오측 설명을 요약하면 대략 이러하다. "반론권 보장"과 "언론과 이해 당사자 간의 쌍방향 소통", "오보 확산 방지" 등이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다음카카오 측은 "지난해 4월부터 일부 매체와 '소셜티비 기자댓글'이란 이름으로 시범 운영하면서 호응이 좋았기 때문에 언론 외에 정부와 기업으로 서비스를 확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다음은 JTBC <뉴스룸> '공감뉴스' 페이지에 손석희 앵커의 '앵커브리킹'을 통해 오피셜 댓글을 운영 중이다. 앵커브리핑에 덧이어지는 그의 의견을 댓글화한 것으로, 4월부터는 음성 서비스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 '공감뉴스'는 <뉴스룸>이나 KBS <뉴스9> 등 다음 뉴스 내에 페이지가 개설된 몇몇 한정된 매체에서 '실험'되고 있는 모델이다. 그나마 JTBC 외에 이 '공감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방송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를 강화·발전시킨다는 '오피셜 댓글'이 실제 포털 뉴스란에 활용된다면 어떤 파장을 지닐지, 누구를 위한 '댓글'이 될지는 사실 자명해 보인다.

SNS에 공유된 기사에도 '오피셜 댓글'이 필수라고? 

생각해 보자. 오피셜 댓글을 통해 반론권을 보장한다면, 청와대 홍보수석이 언론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불만을 제기하는 일이 사라질까. 기업들은 어떠한가. 팩트에 충실한 자사 비판 기사에 댓글을 통해 반론을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오피셜 댓글'로 투명한 반론이나 토론 문화가 발전할 수 있을까.

청와대나 각 부처의 경우, 이미 충분한 반론권을 보장 받고 있다. 각 부처 홈페이지를 보라. 오늘도 반론·해명 보도 자료는 쏟아진다. 직접 타사 출입기자들을 통해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청와대나 각 정당 대변인이나 홍보 담당자의 주요 업무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반면, 국민일보의 예는 더 강한 불만을 제기하거나 스스로가 투명하지 못한 문제 제기를 할 때 발생한다.

포털을 통한 반론권은 오히려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갈수록 강화되는 언론 지형을 이용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좀 더 빠르고 폭넓게 언론 보도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단편적인 시각의 발로라 볼 수 있다. 더욱이, SNS나 블로그, 카페 등으로 기사를 공유할 때 이 오피셜 댓글까지 포함시키겠다는 발상은 '기계적 중립'을 강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왜 그러한가. 본질이 여기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수천, 수 만 건의 기사가 쏟아지는 시대다. 그 기사 중 정부나 기업이 댓글을 달 기사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유력 언론사의 기사거나 클릭이나 공유가 많이 되는 기사 말이다.

특히나 지극히 개인의 의견을 개진하는 SNS 공간에서 공유된 기사에 즉각적인 정부나 기업의 반론이 달려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자체로 자유로이 흘러가는 기사 유통 구조에 부적절한 브레이크를 가하려는 시도로 보이지 않는가.

언론중재위원회의 정정 보도 절차가 늦다는 반박도 가능하다. 그러나 후속 보도조차 빠른 이 시대에 정부나 기업의 즉각적인 대응은 항상 사실과 부합할 거란 확신은 정당한가. 오히려, 급속도로 공유되는 기사에 고육지책식이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반론이 유포될 수 있지 않겠는가.

포털 권력과 다음카카오의 억울함 사이

사실 오피셜 댓글의 배경엔 갈수록 심화되는 언론의 포털 종속화와 더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월 발표한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보자. 전체적인 흐름은, 지상파 뉴스나 종이신문, PC를 이용한 뉴스 사용자가 줄어든 반면, 모바일 인터넷과 SNS, 포털 뉴스를 통한 소비는 늘었다. 그중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뉴스 소비는 3년 만에 3배로 급증했다. 무엇보다, 포털 뉴스 소비는 뉴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 중 65.9%를 기록했다.

미디어다음이 개편한 '공감뉴스'의 상위 기사들을 보자. PC 톱이나 모바일 톱을 차지한 기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PC든 모바일이든 포털 뉴스 메인에 뜬 기사들이 공감도 얻기 쉬운 구조다. 특히나 뉴스스탠드를 서비스 중인 네이버 역시 모바일 뉴스 화면은 여지없이 '편집권'을 휘두르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인들은 포털이 편집하고 간추린 뉴스들을 모바일과 PC를 통해 가장 많이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점하고 있는 포털이 반론권을 댓글로 보장한다는 것은 편집권은 누리면서 책임은 언론과 이해 당사자들에게 떠넘기겠다는 뜻으로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여론의 향배를 좌지우지하는 개별 기사들을 편집하고 배치하는 주요 권력은 누리면서, '쌍방향 소통'을 근거로 일반 댓글 사용자들의 여론까지도 왜곡할 수 있는 '오피셜 댓글'을 서비스하겠다는 것은 꽤나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16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국세청의 다음카카오 세무조사 시점에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올렸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16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국세청의 다음카카오 세무조사 시점에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올렸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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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기레기의 시대'다. 여전히 포털 집중화에 따른 속보전과 오보가 횡행하고 있다. '오피셜 댓글'이 겨냥한 '오보 확산 방지'는 분명 필요하고 또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껏 정화는커녕 더 심화되고 있는 경쟁적인 행태들이 현재 제시된 '오피셜 댓글'로 해결되리라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실 포털 종속구조가 언론의 다양성을 막으며 속보와 오보를 양산하는 꼴이지 않은가. '오피셜 댓글'의 활성화 이후 댓글을 통한 걸러지지 않은 논쟁이나 타사의 후속 보도가 더 심화되지나 않을지 의문이다.  

씁쓸한 것은 다음카카오의 '오피셜 댓글' 발표 시점이다. 발표 일주일 전 다음카카오는 국세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 직후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SNS를 통해 "뭔가 잘못한 게 있으면 당연히 조사받고 세금을 내야겠지만, 왜 다음, 다음카카오 세무조사는 광우병 첫 보도 25일 후, 세월호 사건 10일 후, 그리고 그게 마무리된 지 1년도 안 되어서 메르스 발병 26일 후에 실시할까"라는 글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피셜 댓글'의 출범이 단순히 건강한 반론권의 보장 차원인지, 지속적인 전·현 정권의 다음 길들이기에 대한 다음카카오 측의 백기투항인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그 시기와 내용에 있어서만큼은 의혹을 떨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정부의 경우 '오피셜 댓글'을 달 직원들을 새로 채용할까?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창조경제의 일환에서 일자리 창출이긴 할 텐데 말이다.


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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